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기후변화, 지구촌 해결과제로 부각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 세계적 추세

[에너지신문] “기후변화는 여기서 발생 중이며 더욱 악화될 것이다”

지난 5월7일 백악관과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발행한 ‘미국 국가기후평가’ 보고서를 CNN은 이렇게 요약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의 증거는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고 미국인들은 주변에서 항상 변화를 목격하는 중이다. 존 홀드런 백악관 과학기술정책보좌관은 기후변화는 “이미 미국 모든 지역과 미국경제 핵심 부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의미를 해석했다.

이 보고서는 300여명의 전문가들이 수년에 걸쳐 최신 과학적 성과를 반영하여 2009년판 보고서를 개선하고 발전시킨 결과물이다.

미국에서 나타날 기후변화의 영향은 사람들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린랜드와 남극 빙붕이 녹는 속도에 달려 있지만 해수면은 21세기 말까지 적어도 30cm에서 최대 1.2m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이미 마이애미를 비롯한 저지대 도시들은 심각한 침수 위협에 직면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지출 계획을 수립하였다. 앞으로 미국 대평원은 더 잦은 빈도로 심각한 가뭄과 열파에 시달리고 서부지역엔 자연산불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여 농경지와 마을을 위협할 것이다. 미국 곡물 생산의 불규칙적 감소는 세계 곡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 미국인들도 인간의 활동이 기후변화를 유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나 다른 사안에 비해 덜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근 갤럽조사를 보면 미국 응답자의 34%만이 기후변화를 심각한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

이렇게 인식의 불균형이 나타난 이유는 과감한 기후변화 행동을 가로막는 보수적인 정치권의 격렬한 반대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 등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과감하고 신속한 행동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지만 공화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보수 정치세력은 화석연료 산업과 자동차 등 관련 산업의 지지를 등에 업고 기후변화의 실제나 기후변화의 영향과 관계없이 현재 산업과 생활시스템의 변화를 가로막는 구실을 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셰일가스 활용에 따른 낡은 석탄화력 대체 덕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지만 미국의 에너지다소비 시스템과 문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의 상황은 세계의 축소판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는 세계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매5~6년마다 발행하여 위태로운 지구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2013년 9월 실무그룹I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제5차 평가보고서(AR5)를 발간 중이다.

실무그룹Ⅰ의 ‘기후변화 과학적 근거’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인간의 책임이 매우 확실하며(95% 이상의 확률) 현 추세대로 가면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3.7℃ 전후로 상승할 전망이다.

올 3월에 발간된 실무그룹 II의 ‘기후변화 영향, 적응, 취약성’ 보고서에 따르면 관측된 기후변화의 영향을 보면 이미 농업, 보건, 육상과 해양 생태계, 물 공급, 인간 정주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두드러진 특징은 열대지방에서 극지방까지, 작은 도서에서 큰 대륙까지, 부자 나라에서 가난한 나라까지 예외 없이 이런 영향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심각한 관측과 전망이 담겼지만 지구촌에 준 충격은 크지 않다. ‘지구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라고 불린 2007년 IPCC 제4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상당한 내용이 이미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부정적 영향이 광범위하고 심대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우울한 과학보고서를 접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된다. 그래서 지난 4월13일에 공개된 실무그룹 III의 ‘기후변화의 완화’ 보고서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다른 그룹과 비슷하게 실무그룹 III은 235명의 저자와 38명의 편집자, 180명의 기여저자, 800여명의 초안 검토자가 참여하였다. 한국인 3명을 포함하여 저자들은 각 분야에서 빼어난 활약을 해 온 전문가들이다.

현실을 진단하면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가짓수는 늘어났지만 2000년에서 2010년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과거 어느 기간보다도 많이 증가하였다. 중국, 인도 등 신흥공업국과 개도국의 인구 및 경제성장의 결과이다.

요란한 기후협상이 성대하게 주기적으로 벌어지고 있지만 평균적으로 연간 약 10억톤의 이산화탄소가 증가하여 2010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490억tCO2eq에 이르렀다.

약 78%에 이르는 대부분의 온실가스는 화석연료 연소와 산업 공정에서 배출되고 있다. 특히 발전 등 에너지 공급과 산업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이 증가하였다.

지금 추세라면 에너지 공급 부문의 직접 배출량은 2050년까지 2배에서 최대 3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현 추세대로 가면 2100년에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1000ppm 내외에 이르고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3.7℃~4.8℃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이와 같은 기후의 급변은 상당 부분 생물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식량 생산, 물 공급, 보건, 정주 환경 등 사람과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가져올 것이다.

IPCC 실무그룹 III는 장기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분석하기 위해 지구적 차원에서 감축을 분석한 900개 시나리오를 수집하여 분석하였다. 잘 알려진 것처럼 2℃ 이내로 산업혁명 이후의 인위적인 평균 기온 상승을 억제하려면 2100년에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450ppm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2100년까지 온실가스 농도를 450ppm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21세기 중반까지 에너지 시스템과 토지 이용에서 대규모의 변화를 통해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실질적으로 삭감하는 조치를 포함해야 한다.

이는 점점 달성하기 어려운 이상이 되고 있다. 가령 칸쿤 합의에 기반하여 진일보한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달성되고 이 수준이 지속된다고 해도 2100년 450ppm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2100년까지 온실가스 농도를 450ppm으로 유지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2050년까지 2010년 배출 수준에 비해 세계 온실가스 배출을 40~70%를 줄여야 하고 210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무려 0 내지는 마이너스로 떨어뜨려야 한다.

조금 더 낮은 목표인 2100년 온실가스 농도 500ppm을 달성하려고 해도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2010년에 비해 25~55% 줄여야 한다. 온실가스 농도 450ppm을 달성하려면 2050년까지 에너지 생산과 전환, 소비 과정의 에너지 효율의 빠른 향상과 함께 재생에너지, 원자력,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동반한 화석 에너지 또는 CCS 동반 바이오에너지 같은 제로 배출과 저탄소에너지 공급의 비중을 3~4배 늘여야 한다.

발전부문의 탈탄소화는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화하는 비용 효과적인 감축 전략을 달성하는 핵심 요소이다.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선 재생에너지, 원자력, CCS를 포함하는 저탄소 전력 공급의 비중을 현재 약 30%에서 2050년까지 80%로 높여야 하며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설비가 없는 화석연료 발전은 2100년까지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저탄소 기술별 평가를 보면 IPCC는 다양한 재생에너지 기술은 상당한 성능 향상과 비용 감소를 실증하였고 또 여러 재생에너지 기술이 대규모 보급이 가능한 성숙 단계에 도달하였다고 평가한다. 2012년 신규 발전 설비 용량의 절반 이상이 풍력, 수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였고 이 추세는 강화되고 있다.

한편 원자력은 성숙한 저탄소 기저부하 전원이지만 세계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3년 이후 감소 중이다.

IPCC는 원자력이 저탄소 에너지 공급에 기여할 수 있지만 운영 위험, 안전에 대한 우려, 금융 및 규제 위험, 해결되지 않은 폐기물 관리 문제, 핵무기 확산 우려 등 다양한 장벽과 위험이 존재함을 지적한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은 화석연료 발전의 전과정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할 수 있다. 하지만 CCS 는 아직 대규모 상업용 화력발전에 적용된 적이 없고 IEA ‘세계에너지전망 2013’에 따르면 2030년까지도 상업적 활용이 불투명하다.

기술, 경제성,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 위주의 저탄소 기술 확대가 바람직하지만 현실은 이해관계가 우선한다. IPCC는 감축 정책은 결국 화석 연료의 자산 가치를 떨어뜨리고 화석연료 수출국의 매출을 감소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속성과 위협을 누구보다 잘 아는 기존 화석에너지 산업계는 새로운 재생에너지 기술의 성장과 확대를 위협으로 간주하며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석유와 석탄 수출국은 기후변화협상의 진전을 가로막는 노골적인 방해를 하면서 화석연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IEA에 따르면 2012년 화석연료 보조금으로 세계적으로 5440억달러가 지출되었다. 이는 재생에너지 보조금의 네 배가 넘는 규모다.

한편 기후변화 대응을 기회로 새로운 부흥을 꿈꾸다 후쿠시마 사고로 크게 타격을 입었지만 원전산업은 재기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영국의 원자력산업은 자국 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자 기준가격구매제(FIT) 대상에 원자력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이 증대하고 있음을 세계가 경험하면서도 기존 에너지 산업을 등에 입은 여러 국가의 퇴행적 행동으로 기후협상은 가로막히고 안전한 저탄소 기술의 성장과 확산은 지연되고 있다.

스티븐 호킹은 “지능이란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이 자초한 ‘변화하는 기후’에서 살아남으려면 지혜로운 인류의 선택은 안전하고 확실한 재생에너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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