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욱 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센터 분석팀장

국민과 원자력 사이에서 소통의 징검다리 역할을 위해 지난해 8월 전국 25개 대학생을 중심으로 원자력소통진흥회(이하 원소진)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원자력관련기관 및 외부이익단체의 어떠한 경제적 도움 없이 대학생들의 자비로 운영된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젊은 대학생들이 원자력 관련 문제 중 가장 어려운 소통과 수용성의 문제를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잘 해결할 수 있을지 혹은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소통과 수용성이라는 단어에는 항상 신뢰가 따라 붙는다. 이는 기본적인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어떠한 소통과 수용성을 논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신뢰는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실체이라고 전문가들은 항상 지적하고 있다.

과거 이병일 박사와 함께 월성원전 지역에서 사업자와 주민 그리고 관련기관 사이에서 소통과 수용성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원소진의 신뢰증진 및 발전을 위해 이와 관련된 의견을 현실적 측면에서 몇 가지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원자력을 찬성하는 측은 전문가 입장에서 기술적인 측면(안전성)을 강조하고 검증된 사실을 기초로 과학적 기준에 의한 판단을 한다. 이에 반해 반대 측은 기준 보다는 사실 유, 무에 의한 판단(안심)을 하고 있으며 원자력 사고 등에 대한 발생 가능성 또는 극단의 단편적 사실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문제를 보는 근본적 시각 차이로 소통에 있어 한계가 발생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어느 한쪽의 의견만을 듣고 안전하다. 혹은 안전하지 않다는 섣부른 판단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둘째, 기술적인 문제와 비기술적인 문제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시각을 키워야 한다. 원전현안 해결 시 비기술적인 부분이 기술적인 부분으로 전환되면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향후 전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 경주의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공기 연장의 경우 합리적인 공기설정 실패라는 비기술적인 부분이 방폐장 연약 암반 및 지하수 유동에 따른 방사능 유출 등의 기술적 문제로 전환되면서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 사례가 있다. 국민 및 원전주변지역 주민은 기술적 안전성뿐만이 아니라 사람과 환경에 대한 안심 및 불합리성에 대한 해소를 더 크게 요구하는 측면이 있다.

셋째, 창조적인 생각을 증진해야 한다. 모든 창조는 융합의 산물이듯이 원자력 관련 문제도 이제는 과학적 기술 하나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원자력은 과거 30년의 역사가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 및 기술적, 비기술적 요소가 얽혀있다. 즉 원자력 소통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과학적 기술과 인문‧사회학적 지식, 철학, 환경, 수용성 등의 융합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긍정은 천하를 얻고 부정은 깡통을 찬다’는 말이 있다. 원소진의 활동을 통해 기성세대들로부터 큰 실망감을 얻을 수도 있고 보이지 않는 압력이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항상 원소진의 출발 초기에 세웠던 초심, 목표를 상기하면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크고 작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작은 성공을 통해 천하를 얻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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