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 씁쓸하다.

공청회 시작 전부터 반핵단체, 밀양 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소란스러웠다. 질서 유지와 원활한 진행이라는 명분으로 경찰이 투입되고 충돌이 있었다.

입구도 봉쇄됐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기위해 마련된 공청회인데, 공청회 장은 허락된 이들만 출입할 수 있었다. “들어가게 해 달라”는 외침도 원활한 진행을 위해 공허하게 흩어졌다.

행사가 시작되고도 소란은 계속됐다.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 발표 중 청중 몇몇이 원전반대를 외치며 현수막을 펼쳐들었다. 바로 경찰에게 제지당하고 끌려 나갔다. 끌어내려는 경찰과 끌려나기지 않으려는 이들의 다툼 중 고성이 오가고 비명소리가 들리는 등 한바탕 난리였다.

하지만 공청회는 계획대로 진행됐다.

일부 참가자들의 과격한 행동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 이유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지난 10월 민관합동워킹그룹의 에너지기본계획안 발표 당시 산업부는 토론회와 공청회를 진행해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0월 말 예정됐던 공개토론회가 갑자기 취소됐다. 좀 더 밀도 있는 의견 수렴을 위해 토론회를 업계별 간담회로 대신했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는 외면했다.

이날 공청회도 무리수였다. 6일 산업부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알렸다. 당시에 계획안이 나와 있지 않은 상태로 민관합동워킹그룹안이 있기는 했지만 정확한 원전비중 등 주요 정보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공청회 전날 원전비중 29%가 알려졌다. 갑작스러웠던 것은 분명 사실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나 법안이더라도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절차가 수반되지 않으면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번 공청회가 형식적 절차에 가까웠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여러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공청회인데, 원활한 진행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 같았다.

민주주의는 본래 시간이 많이 걸리고 더디며 매우 비효율적이다. 대신 만인의 의견을 반영한 결정을 할 수 있기에 우리는 이러한 비효율적인 제도를 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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