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5위의 산유국이자 12위의 원유 수출국인 리비아가 내전 상황으로 돌입하면서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고공행진을 보이고 각국 주가도 일제히 하락하는 등 세계경제의 향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 원유 순수출국인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심화되면서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정세불안에서는 주변 산유국으로의 시위 확산과 수송차질에 대한 우려로 유가가 상승했다면 리비아는 세계 12대 원유 수출국으로서 국제석유시장에 직접적인 공급차질을 유발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강한 상승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리비아의 시위가 내전양상으로 격화되면서 원유생산이 평소의 절반 가량(85만 b/d)으로 줄어들고 원유 수출 활동도 위축되는 등 리비아의 고품질 원유의 공급 위축이유가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했다.

국제석유시장에서 공급 비중이 높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정세의 향방이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전개 중인 리비아 등 이 지역 국가들의 행보가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향후 국제유가의 움직임을 중동 지역 정세 분석을 기초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예상해 볼 수 있다.

리비아 사태를 정점으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정세불안이 안정을 되찾을 경우 국제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95달러로 안정될 것이다. 비록 원유수출 감소로 세계원유공급에 차질을 빚고는 있지만 리비아의 원유생산 비중은 2%로 크지 않다. 그리고 리비아발 원유공급 차질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세계 원유 여유생산능력이 리비아 원유생산 165만 b/d의 2.8배에 이르기 때문에 OPEC 국가들이 증산한다면 리비아의 공급차질 우려가 해소되면서 국제석유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에 이어 바레인, 수단, 알제리 등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될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배럴당 10~40달러 정도 추가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다만 이들은 원유 생산량이 일산 200만 배럴 미만인 중·소 산유국이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가 순차적으로 원유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앞서 위기를 겪은 산유국의 산유량이 순차적으로 회복될 경우에는 사우디 등 OPEC 회원국이 증산하면서 국제유가 상승폭이 배럴당 10달러 정도로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중·소 산유국에서 정세불안이 동시에 발생해 원유공급 차질이 겹친다면 국제유가는 현 수준에서 4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전망이다.

리비아, 수단, 알제리 등의 전체 원유생산량이 하루 364만 배럴에 이르는데 이만큼의 원유생산이 한꺼번에 중단될 경우에는 세계 원유의 여유생산능력이 108만 배럴(세계수요 대비 1.2%)로 줄어들면서 2008년 수준(148만 배럴, 세계수요 대비 1.7%)보다 더욱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 정세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원유공급 여력이 급속히 위축되고 공급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2008년 7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WTI 기준)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거대 산유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공급차질이 발생할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서면서 제2차 오일쇼크 이상의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일산 860만 배럴, 370만 배럴로 세계 원유 생산에 대한 비중이 각각 9.8%, 4.2%에 달하고 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여유생산능력은 세계 전체의 80.2%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생산과 수출이 전면 중단될 경우에는 원유공급 차질이 사상 최고(세계 원유 소비량 대비 9.8%)를 기록할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과거 1, 2차 오일쇼크 당시에 나타난 상승폭을 넘어설 전망이다.

현재 배럴당 국제유가(두바이유 3월 2일 기준, 배럴당 109.04)에 1, 2차 오일쇼크시기의 유가 상승률을 그대로 적용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256~290달러에 이른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심각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2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의 경우에는 원유생산 비중이 사우디보다 작아 국제유가 급등폭도 사우디 공급차질에 따른 유가 상승폭 보다 작게 나타날 것이다.

오일쇼크 시기, 유가상승이 성장에 미친 효과가 올해에도 적용된다고 가정할 때 앞에서 살펴본 △순차적 위기파급 시나리오의 경우 세계경제 성장률 하락 효과는 0.2~0.9%p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3차 오일쇼크 도래 시에는 성장률 하락 효과는 1.4%p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는 순차적 위기 파급 시에는 경기 하강 추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크며 3차 오일쇼크 도래 시에는 성장률 급락이 불가피하다.

유가상승은 국내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2008년 산업연관표를 기준으로 볼 때 유가 10% 상승은 국내물가를 0.7% 상승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중동 정세 전개 방향에 따라서는 심각한 위기가 국내외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국제유가가 지난 2008년의 정점인 배럴당 147달러를 넘는 것도 금년 중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중동 사태가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 등의 거대 산유국으로까지 파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세계경제의 건실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도 석유자원의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산유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로서는 중동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원유수입선의 다변화, 대체 에너지의 개발 및 보급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위 내용은 LG경제연구원의 ‘중동 민주화 도미노의 경제적 파장’보고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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