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교실’은 학부모의 기피 1순위다. 학습환경이 나쁘기 때문. 비좁은 교실에 학생들이 빽빽이 들어차게 되면 ‘인구 과밀’로 아무래도 교육의 질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산업통상자원위 국정감사도 사람이 너무 많아 문제였다. 산업위의 현원은 30명. 국감을 진행하는 국회위원회 중에서는 국토교통위(31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20명 안팎의 타 위원회에 비해 주어진 질의응답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의원들은 자신들의 준비한 질문을 쏟아내기 바쁘고, 피감대상자들은 피상적인 답변만 내놓기 일쑤였다.

결국 25일 한국전력 국정감사 도중 김동철 의원이 “제대로 된 감사를 진행하기 어려우니 산업위를 20명 이하로 조정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강창일 위원장이 의원들에게 의견을 묻자, 대다수가 동의하면서도 현실적 문제로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국감제도 개선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 내일이 아니다. 국감 시기와 일정 논란도 재연됐다. 20여일만에 600여 기관을 감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 때문에 일부에서는 상시 국감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수박겉핥기식 국감을 제도 탓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의원들이 초래한 측면이 크다. 정책 대신 정치를 끌어 들여 여야 간 정쟁과 한건주의식 폭로를 지속했기 때문.

올해도 국감장 안팎에선 폭탄 메일(자료)과 비판을 위한 비판이 이어졌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실패와 부채 증감을 고발한 자료는 통계만 바뀌었을 뿐 ‘개선하라’ ‘MB정부 때문’ ‘책임지라’는 의원들의 호통은 그대로였다. LNG 직수입도 당에 따라 의견을 달리하며 설전만 이어졌다.

덕분에 목소리는 크지만 결과는 보잘 것 없고, 민생사안은 요란만 떨다 국감종료와 함께 사라지는 ‘부실국감’이 재연될 전망이다. 이쯤되면 비효율적인 제도보다 의원들이 국감의 의미를 변질시킨 1등 공신이라 볼 수 있다.

국정감사는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계획과 집행내역을 파악하고 이를 감시·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막중하고도 고유한 권한이다.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 전, 의원들이 국감의 무거운 취지부터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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