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동채 한국전력 SG사업처장

“확산사업 모델 참여 기업과 함께 개발해야”
한전, 2030년 스마트그리드 완성 목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중단으로 올 여름 국민 모두가 절전의 고통을 나누게 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핵심으로 지능형전력망, 즉 스마트그리드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전력은 에너지효율 향상과 기후변화 대응, 신성장동력 창출 등의 목적으로 지난 2009년부터 스마트그리드 전담부서를 출범하고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통해 요소기술 실증과 상용화모델 개발에 전력을 다하여 왔다.

하지만 제주 실증사업이 종료되고 정부를 중심으로 이 결과물을 전국단위 확산사업에 적용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한 대안으로 스마트그리드가 부상하면서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에 몇 가지 사항을 덧붙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5월 제주 실증사업이 종료된 후 많은 이들이 제주 실증단지 사업의 실효성과 성과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실증사업의 주요 성과는 우선 지능형 전력계량 인프라(AMI)를 바탕으로 고객의 합리적인 에너지 이용 및 수요반응(DR)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또한 전력망의 지능화를 통하여 송배전설비 고장감소와 계통운영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는 양방향 고장감시, 품질 안정화 시스템 등의 진일보한 기술력을 통해 향후 본격적인 신재생 발전원의 확대 보급과 연계하여 국내 전력망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 외에도 전기차 충전인프라, 대용량 전력저장장치, 마이크로그리드 등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의 조기 표준화를 추진하였으며,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실증하였다. 그러나 제주 실증사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경쟁을 목적으로 한 민간기업들의 적대적 융합으로는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스마트그리드의 핵심은 개별요소들의 전력망 연계에 있다. 풍력, 태양광 패널을 가동하여 전력을 얻더라도 이것을 개별 주체의 소비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전력계통에 연결하여 전체 계통의 수요조절이나 효율향상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이것을 스마트그리드라 말할 수 없다.

스마트미터를 부설하더라도 개별 수용가의 전기사용 모니터링용으로만 이용하거나 전기차를 디젤연료차를 대체하는 수단으로만 사용한다면 스마트그리드의 기본 취지인 에너지 효율향상에 기여할 수 없다. 그것은 그저 생활 편의에 기여하고 에너지 사용 종별을 바꾸는 방안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그리드의 기본전제인 전력계통 연계의 안정화를 위해 세계 각국은 전력회사들을 중심으로 스마트그리드 요소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전력회사가 주체가 된 계통연계 기술개발 없이 스마트그리드의 완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사례로써 미국은 노후 전력망의 현대화를 통한 에너지 안보의 목적으로, 유럽은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보급을 위한 전력계통의 수용성 확대, 일본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와 마이크로그리드 확산, 중국의 경우에는 강한 송전망 구축 목표 등 각 나라의 환경에 따라 다양한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한국전력 역시 2030년 전국단위 스마트그리드 완성을 목표로 요소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노력하고 있다. 그 기본 인프라로 전력회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AMI(지능형전력계량인프라)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국전력은 정부의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에 따라 AMI 보급에 돌입하여 올 해 200만호를 시작으로 하여 2016년까지 1000만호, 2020년까지 2200만 전 고객을 대상으로 구축하는 AMI 전환계획을 수립하였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고압아파트, 업무용 빌딩, 상가 등에서 건물 소유자가 관리하고 있는 약 1000만호의 전력량계에 대하여도 AMI 전환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AMI 보급이 완료되면 비로소 양방향 정보전달이 가능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전은 전국에 자발적 수요반응 체계를 구축하여 피크저감을 유도하고 에너지 효율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최근 정부는 ICT를 활용한 수요관리의 핵심 인프라로서 ESS(대용량 전력저장 시스템) 보급방안을 다방면으로 전개하고 있다. ESS는 경부하 시간대에 발전된 에너지를 ESS에 저장했다가 전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공급하여 전력수요를 조절할 수 있으며, 풍력, 태양광 등 불규칙한 신재생 발전원의 출력을 안정적으로 전력계통에 연계하고 수용률을 확대시킬 수 있다.

또한, 발전원가가 저렴한 석탄화력 발전소가 담당하고 있는 주파수 조정을 대용량 ESS가 담당한다면 국가 전체의 전력생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한 전력설비 투자비 감소 등 ESS의 경제성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6월 제주 조천변전소에 8MWh급 대용량 전력저장장치를 구축하여 수요관리, 신재생에너지 출력안정화 및 주파수 조정능력을 실증하고 있다. 내년 6월까지 시행할 실증사업에서 ESS의 주요 성능이 입증된다면, 보급이 더욱 활성화되어 경제적인 전력저장장치가 개발되고 이어서 전기자동차 산업까지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현재 디젤발전기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도서지역을 대상으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풍력, 태양광 등의 신재생 발전원과 전력저장시스템을 적용한 마이크로그리드 전력공급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기술들의 뒷받침이 이루어져 전력 저장 또는 계통연계가 원활해졌을 때 비로소 스마트그리드 활성화의 기반이 닦아진다고 볼 수 있다.

수요반응과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AMI 사업의 성공 열쇄는 전력회사의 AMI 운영시스템과 고객측의 BEMS, 스마트가전 등과의 원활한 정보교환과 시간대별 요금제도의 도입이다. BEMS 표준화에 대하여는 각종 연구기관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스마트가전 연계 표준화는 한국전력과 가전회사와 합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15분 또는 30분마다 생성되는 2000만개 이상의 AMI 운영시스템에 축적되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뿐만 아니라 전력설비 관리방법 개선, 고객 서비스 향상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개발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능형 전력망 정보의 공동활용을 위한 개방형 정보관리 플랫폼 구축, 스마트그리드 보안대책, ESS, BEMS, 마이크로그리드 등 운영기술과 경제성 확보를 위한 사업모델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특히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확산사업에 대비하여 현재는 제주실증사업의 성과를 기반으로 지자체 특성에 맞는 모델을 적용하여 추진할 계획이나, 경제적인 확산사업 모델을 참여기업과 합동으로 지속적으로 개발하여야 나가야 할 것이다.

스마트그리드는 그 자체로 에너지절약 및 효율성 제고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마치 주체도 대상도 없이 스마트그리드 인프라가 완성되기만 하면 현재의 에너지 수급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처럼 여기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

스마트그리드의 완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력회사를 중심으로 한 유기적인 사업추진이 필수적이다. 정부 주도의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과 ‘ICT를 활용한 수요관리 사업’의 시작단계에 있는 지금, 우리 모두는 제주 실증사업의 교훈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전력계통을 운영하는 전력회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협업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분산되어 있는 스마트그리드 요소기술들을 표준화하고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등의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우리경제를 지지해왔던 전력산업의 역사를 한 마디로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전력산업의 미래인 스마트그리드는 결코 한 마디로 요약될 수 없을 것이다. 전력산업의 유구한 역사의 연장선상에서 스마트그리드는 연속성을 지니며, 이를 이어가고 있는 한전은 막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따라서 “스마트그리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무엇입니까?”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명쾌하게 답할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우리 전력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무거운 책임입니다.” 새로운 사업들을 앞두고 있는 한국전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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