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후 새누리당 국회의원

정부가 계획한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공론화 작업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추진을 예고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란 원전의 연료로 사용하고 난 후의 핵연료 물질을 말한다. 사용후핵연료는 매우 높은 수치의 방사능을 포함하고 있어 중간저장단계를 통해 방사능을 낮추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식은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사용후핵연료는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임시저장소에서 1~5년간의 냉각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다음 냉각한 사용후핵연료를 물 또는 콘크리트 속에 넣어 창고 같은 곳에 50년간 보관한다. 이를 2단계인 ‘중간저장’이라고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원전을 가동하는 31개국 중 22개국은 이처럼 최종처분 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중간저장시설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간저장이 끝난 사용후핵연료를 땅속 깊이 묻어서 보관하는 ‘최종처분’ 단계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1단계인 임시저장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임시저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2단계, 3단계 관리방식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23개 원전에 설치된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1만3000여톤에 이른다. 이미 임시저장시설 용량의 70%를 넘어섰고, 지금도 연간 7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되고 있다. 하지만 임시저장시설들은 2016년 고리원전부터 2018년 월성원전, 2019년 영광원전, 2021년 울진원전 등 차례로 포화가 예상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보관과 관리를 위해 중간저장시설 건설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엄밀히 말하면 국가적으로 원전 비중을 결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너지원 중에 원전의 사용 여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원전을 단 1기라도 지어 가동하는 이상 피할 수 없는 숙제로 남기 때문이다.

그나마 올 하반기부터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 마련을 위해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에 있어 기대가 크다. 이미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이 두 차례나 연기된 바 있고, 부지 확보에만 19년이란 기간이 소요된 경주방폐장의 경험 등을 고려해 볼 때 더 이상 중간저장시설 건설 논의를 늦출 수 없다.

바람직한 공론화의 추진방향은 해외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나 영국, 캐나다, 스웨덴 등 원전 선진국 중 다수 국가들이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고,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도출하는데 성공한바 있다. 이는 이들 국가들이 정책결정단계 초기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해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공동체 의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 덕분이다.

이에 정부는 시민단체와 학계, 지역주민 등 각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는 방향으로 객관성과 독립성을 갖춘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는데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된 후에는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통합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양보와 타협도 중요하다. 공론화 과정에서 무조건적으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원전 현안에 균형감을 가지고 진지한 자세로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원전의 혜택 속에 살아왔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로서 이제는 원전이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삶의 필수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원전에 대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세계 최고의 안전성과 기술력으로 증명해 보여야만 한다. 사용후핵연료 문제와 같은 현실의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이룬 원전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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