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차장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팀별모임, 처별모임, 본부모임, 입사동기모임, 직군모임, 직열모임, 지역모임, 종교모임, 동일지사 근무 경험자 모임, 동창모임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많기도 많은 이 모임들은 모두 사내 모임이다. 같은 회사 동기, 같은 회사 선후배끼리 조금의 인연이라도 있으면 그 끈을 바탕으로 우리가 남이가 식의 결속력을 다지는 일이 아직도 흔하다.

그렇다 보니 어제 밤 같은 본부 소속 선후배 직원들과 폭탄주를 마시며 화합을 다진 김차장은 오늘 밤 모임의 이름만 다를 뿐 어제 헤어진 멤버들이 절반 가량 섞인 또 다른 모임에서 폭탄주를 제조하고 있다. 워낙 다양한 모임을 갖다보니 멤버들 가운데 교집합이 형성되는 경우는 흔하다.

평범한 회사원이 왜 이런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일까?

물론 개인적으로 술자리를 매우 좋아하는 경우도 있겠다.

하지만, 아직도 패거리를 중심으로 한 ‘사내정치’가 우리 사회에서 승진인사의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정치인이 그렇듯, 다양한 모임을 적극 활용해 얼굴을 비치고 소속감을 형성하지 않으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특히 일정 직급 이상인 경우 승진에 있어서 업무능력은 더 이상에 첫 번째 고려대상이 아니다. 지역을 안배하고, 출신학교를 고려하고, 누구누구와의 관계를 생각하고.

요즘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른 한국가스공사 장석효 사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공채 1기로 입사해 LNG 도입이라는 가스공사의 핵심보직을 오랫 동안 경험한 그는 오늘날의 가스공사의 조직문화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장 사장이 취임사에서 “지금까지 가스공사는 부서, 직군, 직열, 지역 등 여러 가지 보이지 않는 벽에 의해 편이 갈라지고 갈등과 반목이 있었다”고 시인하며 화합과 노력을 다짐했다. 인사 및 관리시스템의 혁신도 약속했다.

올해 여러명의 김 차장 가운데 가스공사의 김 차장은 정치가 아닌 진정한 업무능력으로 승진의 기회를 잡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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