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연료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온실가스인 CO2와 대기오염물질인 CO, HC, NOx, PM 등의 배출량은 엔진의 연소방식과 후처리기술, 연료의 종류와 품질 등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종종 잘못 알려지기도 하고 왜곡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연료만의 특성을 따지자면 탄소수가 적고 수소수가 많을수록 청정하다. 탄소수는 천연가스가 가장 적고, LPG, 휘발유, 경유 순으로 많아진다. 그러나 CO2와 대기오염물질은 엔진에서 연소된 후에 배기관을 통해 배출되므로 엔진기술 또한 이들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우선 CO2 배출량은 연소방식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디젤엔진은 엔진 실린더 내에 연료를 직접 분사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효율이 가솔린엔진보다 훨씬 좋다. 그래서 경유 자체는 탄소수가 많지만 CO2는 휘발유엔진보다 오히려 적게 배출한다. 그러나 디젤엔진의 이러한 연소방식은 입자상물질(PM)이나 질소산화물(NOx)을 원천적으로 많이 배출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엔진에서 배출되는 CO, HC, NOx, PM 등의 유해가스(CO2는 별개)는 연소기술보다는 배기 후처리기술에 의해 대폭 저감된다는 것이다. 가솔린엔진은 1980년대부터 삼원촉매라는 후처리장치를 사용하여 CO, HC, NOx와 같은 유해가스를 90% 이상 저감하여 왔다. 반면에 디젤엔진은 CO와 HC를 저감하는 디젤산화촉매와 PM을 저감하는 매연여과장치가 최근에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질소산화물 저감 기술은 아직 사용되고 있지 않다.

연료의 품질 또한 온실가스와 유해물질의 배출량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같은 종류의 연료라도 조성이 바뀌면 이들의 배출량이 크게 증가 또는 감소하게 되고 특히 연료중의 황과 같은 성분은 후처리장치의 열화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각국에서는 자동차 배출허용기준과 연료 품질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여 왔다. 그러나 기준 강화에 대응한 기술 수준이 아직 미흡하거나 커다란 비용 상승을 수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기술 수준과 비용 편익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석연료 외에 바이오연료, 합성연료, 전기와 같은 대체연료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바이오연료인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에탄올은 산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연소특성이 개선되어 일부 저감되기는 하지만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온실가스인 CO2와 유해가스는 여전히 배출한다. 바이오연료가 부각되는 이유는 재생가능한 에너지이면서, 원료 작물의 육성과정에서 광합성에 의해 CO2를 흡수하기 때문에 재배에서 자동차 사용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Well to Wheel)에 걸친 CO2 배출량이 중립이라는 데에 있다. DME나 XTL과 같은 합성연료는 천연가스, 석탄, 바이오매스 등 다양한 원료를 사용하여 인위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연료라는 장점이 있으며, 최근에는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데에 보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화석연료, 바이오연료, 합성연료는 모두 내연기관 자동차용 연료이지만, 최근에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전기자동차는 모터와 배터리로 운전되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자동차이며, 운행과정에서 CO2와 유해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전기에너지의 약 60%는 화석연료 발전에 의해 얻어지므로, 도심에서의 배출량은 제로이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여전히 배출되며, 고가의 배터리는 물론 전력인프라와 충전인프라 구축 등에 많은 예산과 시일이 소요된다.

지난 20세기는 화석연료 자동차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금세기에는 상술한 다양한 연료와 다양한 방식의 자동차가 상호 경쟁하면서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의 환경성도 지금까지의 Tank to Wheel 평가 외에 Well to Wheel 평가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자동차 배출허용기준과 연료 품질기준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유해가스의 배출량이 대폭 감소하고 있으므로 그동안 규제되지 않던 각종 독성물질도 앞으로는 규제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 환경부, 연료업계, 자동차업계가 한국형 오토오일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협약하였다. 연료기술과 자동차기술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그의 환경품질이 날로 개선되고 있으며 새로운 연료와 자동차기술도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본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자동차와 연료 기술에 대한 환경성, 인체유해성, 비용편익 등을 상세히 평가하여 자동차에 기인한 환경 유해성의 개선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이 영 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그린수송연구그룹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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