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사상 최악의 전력대란이 올 것이란 예측이 엄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름의 도입부인 6월 첫 주부터 평일 내내 전력수급경보가 발령됐다.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아지는 8월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다.

이러한 상황의 가장 큰 이유로는 100만kW급 원전 3기의 가동 불가가 꼽힌다.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는 최근 발생한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으로 가동이 정지됐다. 5월 말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재가동이 예정돼 있던 신고리 1호기 역시 같은 이유로 예방정비 기간을 연장했다. 이들은 케이블을 교체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가동승인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재가동까지는 최소 4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예비력이 넉넉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됐던 차에 비리 사건까지 터지면서 예비력이 마이너스 198만kW까지 하락, 올 여름은 내내 정전에 마음을 졸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상가밀집지역을 지나다보면 에어컨을 가동한 채 문을 열고 손님을 끌어들이는 상점을 흔히 볼 수 있다. 전기가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정책대로라면 이러한 행위에는 계도기간 없이 1차 경고만 한 뒤 2회부터는 적발횟수에 따라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그 단속의 효과가 미미한 탓에 이들은 남들이 아끼든 말든 펑펑 쓴다. 전기를 낭비하는 사람들은 비단 이들만이 아니겠지만.

전기낭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국민들, 혹은 본인에게 돌아간다. 한국전력공사와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전력수급경보의 마지막 단계인 ‘심각’ 경보가 발령되면 ‘블랙아웃(대정전)’을 막기 위해 아파트와 빌라, 주택 등 일반 가정과 소규모 상가의 전력공급을 가장 먼저 차단하게 된다.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던 사람들도 전력부족으로 가정집에 순환단전이 실시되면 정부에 욕을 퍼부을지도 모른다. 냉장고에 있던 음식 망가졌다고. 정부는 어떻게 하고 다니기에 원전에 비리가 생기고 정전이 되게 만드냐고.

티클 모아 태산이랬다. 그리고 부메랑은 돌아온다. 어차피 전력공급능력은 줄어들었고 발전소는 뚝딱하면 생기는 것이 아니니, 다들 조금씩만 아껴 쓴다면 순환정전 걱정 없이 올 여름을 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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