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민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 책임연구원

냉방·난방·전력 세가지 에너지원 생산
기술, 합리적 정책·요금 결합 시 시너지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열의 동력 전환 기술을 통해 기계문명 시대가 열리면서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었고, 다시 동력의 전력변환 기술을 통해 전기로 대표되는 현대문명의 초석이 놓이게 된다.

전기는 다른 에너지 형태로 변환도 잘 되고 변환 효율도 높은 대표적인 고급에너지인데 반해 열에너지는 그러하지 못한 저급에너지로 분류된다. 또 고급에너지 생산에는 그에 걸맞는 에너지와 비용이 수반된다. 전력 1kW를 얻기 위해서 대체로 화석연료 연소를 통한 3kW의 열이 필요하다.

사람이 최초 에너지를 사용한지 수만년이 흐르면서 에너지 생산 및 변환 능력은 엄청나게 진보했지만, 난방과 조리 등 생존에 필요한 1차적 에너지는 여전히 열이다.

지난 3~4년간은 예년보다 더 더운 여름이었고, 더 추운 겨울이었다. 좀 더 많은 열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유래 없는 전력난이 불거졌다. 비용과 에너지를 들여 전력을 만들고 그 전력으로 다시 열을 만들어 냉난방을 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구조에서 기인하는 현상이었다.

경제적 관점에서 에너지 역시 하나의 재화에 불과하고 시장논리 또는 비시장적 논리에 따라 다양한 에너지 가격이 결정된다. 이에 따라 에너지 수급 밸런스가 흔들리는 상황은 언제라도 발생 가능하다. 다만 그런 상황이 얼마만큼의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불러오는가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에너지 시장상황은 활발한 전기식 냉난방기 보급에 따라 동하절기에 공급이 부족한 전력시장과, 셰일가스 공급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공급이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천연가스 시장이 중첩되고 있다. 다양한 에너지 정책과 기술전개가 가능할 것이다.

여기서는 이러한 해법의 하나로 분산전원을 통한 에너지 효율향상과 동하절기 전력피크 억제 효과, 가스냉난방의 전력피크억제와 양질의 가스수요개발 효과를 시너지화 할 수 있는 삼중발전시스템(TriGeneration)의 기술과 그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세가지 에너지원 생산하는 ‘TriGeneration 기술’

TriGeneration은 열병합 발전으로 불리는 CoGeneation의 접두사 ‘Co’ 대신에 셋을 의미하는 ‘Tri’를 붙인 조어이다. 전력과 열 두가지 에너지원을 생산하는 CoGeneration에 비해 냉방·난방·전력 세가지 에너지원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기계적 목표 달성을 위한 시스템 구성으로 우선 ‘흡수식 냉동기 구동 TriGen.’과 ‘히트펌프 구동 TriGen.’ 두가지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흡수식 냉동기 구동 TriGen. 시스템을 정리하면, 화석연료 연소열로 엔진·터빈의 회전력을 얻어 전력을 생산하고, 수반되는 열에너지를 이용해 배열구동 흡수식 냉동기를 운전, 하절기 발전+냉방·급탕, 동절기 발전+난방·급탕을 구현할 수 있다.

‘히트펌프 구동 TriGen.’ 시스템은 가스엔진으로 냉매압축기와 발전기를 구동하는 방식이며 중요한 기술사항은 히트펌프의 고효율성이다. 히트펌프·냉동 사이클은 적절한 주변 온도조건에서 입력에너지 대비 3배 또는 4배 정도의 열에너지 출력이 가능하다. 따라서 고효율의 냉방·난방·급탕·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피크전력 억제와 양질의 가스수요개발을 통한 가스·전력 수급 밸런스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관련기술 개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스템 개발에 앞서 기술 가능성과 경제성 판단을 위해 사무실, 호텔, 병원 건물에 대한 주거 에너지부하 패턴과 냉난방 및 전력 공급설비 모델을 설정해 기술의 경제적 가능성을 검토했다. 그 결과 다소간의 오차가 있겠지만 건물용도에 따른 부하패턴과 에너지 공급설비에 대한 특성, TriGen.의 경제적 가능성, 기술개발 방향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유효한 운전비 경쟁력

TriGen의 시스템의 운전비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운전비 계산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배열 활용효과, 히트펌프 사이클 적용효과, 가스 공조요금 적용 등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건물 부하패턴의 중요성

사무실은 호텔과 병원과 달리 TriGen.의 운전경제성이 EHP, GHP와 거의 대동소이하다. 이는 사무실의 경우 급탕부하가 매우 적어 배열활용도가 낮아져 무효에너지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이다.

사무실의 경우 출력에너지 대비 무효에너지 비율이 약 60%로, 호텔 37% 병원 35%에 비해 매우 높다. CoGen., TriGen.과 같이 두세가지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시스템의 경우 수요자의 에너지 부하패턴과 유사성이 떨어지면 무효에너지가 증가해 시스템 효율은 크게 감소할 수 있다.

계산에 사용한 에너지 수요 모델의 전력 부하에서 Peak cut 운전에 따른 계약전력 감소를 통한 운전비 절감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는 다양한 건물의 부하가 평준화되면서 각 건물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전력 순시 피크부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부하모델에 대한 분석 결과 짧은 시간에 높게 나타나는 순시 피크전력이 전체 전력부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을수록 Peak cut 운전을 통한 운전비 절감 효과가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상 건물 선정 시 에너지부하패턴의 면밀한 검토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건물의 에너지 부하패턴은 계절별, 시간별, 용도별로 다양한 가스·전력 요금과 상호작용해 시스템의 경제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효과적 배열활용 및 2차 에너지 변환

가스를 연소시켜 동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용성 낮은 저급에너지인 배열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TriGen.의 핵심기술 중 하나이다. 기술 보급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부하패턴에 알맞은 대상 건물에 적용하는 것이고, 차선책은 2차 에너지 변환이라 할 수 있다. 배열구동 흡수식 냉온수기 및 제습식 냉방기술 그리고 ORC 시스템 등을 통해 배열을 냉방용 에너지와 전력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개발을 통해 적용 가능한 대상 건물을 확대할 수 있으며, 축열시스템, 지열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생활배열 등과의 연계기술 개발 또한 필수적이다.

Peak cut 운전과 냉난방부하 대응운전에서 요구되는 주요 기술 중 하나는 부분부하 운전이다. 일반적으로 엔진은 Full 부하보다는 부분부하에서, 정속 운전보다는 변속운전 시 효율이 감소한다.

따라서 대수분할 운전 또는 회전수 제어 등 이에 대한 적절한 엔진제어 기술을 확보해야 하며, 비상시 발생하는 일시적 공급·수요 에너지 부하 교란 시 필요한 운전모드 개발 등이 요구된다.

기술의 확장성

히트펌프 구동형 TriGen. 시스템의 경우 다양한 구성이 가능하고 출력되는 유효 에너지 외에 50 ℃, 90 ℃, 700 ℃ 등 다양한 온도영역의 배열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 시스템을 단일 건물이 아닌 일정 규모 이상의 구역에 적용해 다양한 건물군의 부하패턴에 대해 시스템을 구성하고, 시스템 모듈화를 통해 성능, 제어, 축열 시스템 등을 고도화하며 기술을 확장할 경우 장기적으로 스마트에너지 네트워크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각 건물의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감지하고 모듈화 된 TriGen. 시스템의 적정 가동을 통해 각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공급함으로써 무효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구역으로 확대될 경우 지열 등의 신재생에너지원과 연계한다면 국가적인 에너지 수급조절 및 효율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TriGen. 전력 부속 시 의미 있는 역할 기대

TriGen. 시스템은 아직 개발 시작단계이므로 장밋빛 효과를 확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전력량이 아니라 일시적 전력이 부족한 전력수급 상황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많은 기술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TriGen. 시스템이 다른 주거 에너지 공급 설비에 비해 전력에서 가스로의 대체 효율이 가장 높은 시스템은 아니지만, 현재의 요금 체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시스템 공급자가 아닌 사용자 입장에서도 선호하는 시스템이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주거용 에너지 공급 시스템 보급에 있어 중요한 인자로 에너지 정책과 요금을 들 수 있고, 이와 기술이 결합될 때 최선의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술개발 외에도 초기시장에서 정책과 요금부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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