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ㆍ산업계 대토론회서 발표자 의견 일치

정부가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산업계와 경제단체가 국익을 위해 제도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 등 경제5단체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이 11일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관한 경제·산업계 대토론회’에서 산업계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주요 업종의 국제경쟁력 저하뿐만 아니라, 전기요금 인상 등 국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도입타당성을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인 대한상의 산업계 기후변화 대책단장(현대제철 전무)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12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선진국의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약속한 교토의정서의 유효기간 연장 등을 합의하지 못했다”면서 “온실가스 감축수단을 선택할 때는 국제동향을 주시하는 것은 물론 국가경쟁력과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도 발표를 통해 “일본정부도 지난 12월 말 각료회의에서 당초 2013년 도입예정이던 배출권거래제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일본의 결정 이면에는 제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와 배출권거래제가 거대 자본세력의 투기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염려가 작용한 만큼 우리도 이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재학 에너지관리공단 팀장은 배출권거래제 도입 시 주요업종들이 받게 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장 팀장은 “국내 대부분의 업종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에너지효율을 갖추고 있어 온실가스 추가감축 여력이 낮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감축부담이 강제될 경우 기업들은 생산량을 감축하거나 막대한 배출권 구입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철강부문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 철강생산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배출권거래제 적용 시 조강생산량 감소에 따른 자동차, 조선 등 연계산업과 국민경제에도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더 구체적으로는 총 생산 4% 감축 시 조강 약 200만톤 감산과 약 1.4조원의 직접매출 감소를 포함한 2조원 가량의 간접적 매출감소, 약 5천명에 달하는 일자리도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멘트업종에 대해서는 “단순한 온실가스 감축비용 부담 차원을 넘어 기업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면서 “예를 들어 온실가스 1천만톤을 배출하는 영업이익 7백억원의 시멘트회사의 경우, 배출권 구입 등으로 매년 약 7백억원에서 최고 3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해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그는 대부분이 중소업체인 제지업종의 경우 거래제 대응 전담인력이 없어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음을, 석유화학업종은 배출권 구입에 따른 생산원가 상승 부담 등으로 국내생산 감축 및 생산기지 해외이전 가능성 등을 걱정했다.

산업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전기요금·물가 인상 등과 같은 국민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곽왕신 한국전력거래소 차장은 “현재 정부의 배출권거래제 법안내용을 적용할 경우 발전부문은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약 3.6조원에서 최고 27조원의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약 3%에서 최고 12%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하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그는 “전기요금의 경우 1~2%의 인상에도 물가 등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큰 파급효과를 주는 만큼 거래제 도입은 범국민적 합의를 기반으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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