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은 겨울만 되면 국이 자주 설끓는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전화를 걸어 ‘또 가스 덜 채웠지!’라는 농담으로 주문을 했다. 이내 트럭에 회색 철통을 실은 아저씨가 ‘겨울은 어쩔 수 없어요’라며 통을 갈아줬다.

곧 추억 속으로 사라질 얘기다. 강원도 산골에도 도시가스가 들어서고 있기 때문. 수십년간 쪽문 옆을 지킨 용기가 떠난 자리엔 회색빛 먼지만 가득할 터다. 일상에서 떠밀린 LPG 업계의 낯빛도 그 같다.

지난 12일은 여덟 번째 ‘LPG의 날’이었다. 수입사, 충전업자, 판매업자까지 LPG업계 모든 종사자들이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업계의 큰 축제다.

하지만 현장에선 축제의 들썩임은 쉬이 찾아볼 수 없었다. 서로를 격려하기 바빴던 행사장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은 ‘극복’과 ‘대책’. 침체인 업계의 분위기가 그대로 배어나왔다.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LPG 수요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LPG산업협회가 집계한 연간 충전소 판매량은 2007년 622만3045톤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에 접어들어 지난해 605만1149톤을 기록, 2.7%(17만1896톤) 줄었다.

원인은 충분히 파악됐다. 시장 축소다. 도시가스의 보급으로 난방취사용 프로판 시장이 사장됐고 수송용 부탄시장은 디젤, CNG의 진입 공격이 거세다. 수입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손실도 문제다.

업계는 LPG 생존을 위한 해결책으로 ‘상생’을 바탕으로 ‘수요기반’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기술개발 분야 확대, 소형저장탱크 건설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공급 다각화를 위해 미국산 LPG의 시범적 수입도 예정됐다.

하지만 업계 회생에는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수송용 부탄 시장 방어를 위해 LPG 할당관세 적용 및 저세율 정책을 유지하는 한편, 차량 소유와 활용 제한을 완화하는 안을 검토해야 하다.  

LPG는 친환경 친서민성 연료로 가치가 높다. 일본 대지진 이후 뛰어난 재해 대응능력의 재발견, 국가특성상 다양한 에너지 공존의 필요성을 감안하면 중요성은 더 커진다.

물러날 곳이 없는 LPG 업계를 위해 늦기 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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