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관리공단 본사와 12개 지역본부는 요즘 비상근무 체제다.

지난달 16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하계 전력수급 비상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부터 관련 부서들이 바빠지기 시작하더니 최근 전력예비율이 5%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도래하면서 에너지절약 주무기관인 공단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지경부와 공단에서 주최하는 각종 에너지절약 캠페인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형식적인 연례행사 정도로 비쳐졌지만 지금은 그 규모나 참여인원 등이 블록버스터급(?)으로 증가했다. 그만큼 국민들이 전기를 아껴주길 바라는 간절함이 보인다.

최근 취재차 공단 지역본부 몇 곳을 돌아봤다. 바쁜 와중에서도 성실히 인터뷰에 응해 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에너지절약 실천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움도 호소했다.

그들이 말하는 어려움이란 바로 ‘실천의 문제’다. 우리나라의 전력 예비율이 심각한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따라서 전기를 최대한 아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것이 실제 행동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백화점 등 대형 상가 건물에 들어가면 고객을 불러들이기 위해 여전히 필요 이상의 냉방을 실시하고 있다. 작은 가게들은 홍보를 위해 퇴근 후에도 밤새도록 간판과 실내조명을 켜 둔다. 특히 손님의 출입이 잦은 식당 등은 아예 에어컨을 튼 상태에서 가게 문을 활짝 열어두고 손님을 맞는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가 단속 및 적발시 과태료 처분의 극약 처방을 내리기로 했지만 그 강제성이 자발적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쓰지 않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지 않아 발생하는 대기전력에 의한 손실이 연간 42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내 돈내고 내 맘대로 쓰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생각은 지난해 9.15사태 발생 직후부터 통용되지 않는다. 내가 쓰는 전기는 내 것이 아니라 국가의 경제와 안보를 책임지는 중요한 공공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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