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저열량 시대를 대비하다 - 終

천연가스 저열량 시대를 맞아 본지와 한국가스공사가 공동으로 마련한 특별기획 ‘천연가스 저열량 시대를 대비하다’가 그 마지막 회를 맞았다.

이번 기획은 천연가스 열량거래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난 6년여간의 준비과정을 돌아보고 변경제도에 대해 미리 상세하게 알아봄으로써 제도변경이 가져올 시행착오를 줄이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하는데 목적을 뒀다.

지난 3개월간 숨 가쁘게 이어온 특별기획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따뜻한 관심으로 성원해 준 독자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편집자 주

지식경제부는 국내 천연가스 공급개시 이후 26년여 만에 사상 첫 천연가스 거래제도 변경을 실시한다.

2012년 7월 1일부터 천연가스 거래기준을 기존 부피단위에서 열량단위로, 표준열량제도를 열량범위제도로 변경하는 계획이다.

앞으로 한국가스공사는 천연가스 도매공급규정을 정부로부터 개정승인 받고, 전국 각 도시가스사는 소매공급규정을 15개 지자체로부터 개정승인 받는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

아울러 도매공급자인 가스공사와 소매공급자인 30개 도시가스사는 양자간 수급계약서를 개정하고, 가스공사는 도매로 직공급하는 발전사와의 계약서 또한 개정해야 한다.

그 동안 도시가스 요금은 부피로 산정돼 왔으나 앞으로는 실제 사용한 열량만큼 요금으로 산정하는 열량요금제로 바뀐다. 열량요금제는 실제 사용한 열량만큼만 요금을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가장 합리적이다.

천연가스 거래제도는 기존 표준열량제도를 일정한 범위를 둔 열량범위제도로 바뀐다.

그 동안의 조사결과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가정용, 업무용 등은 제도변경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다만 요금단위가 부피요금에서 열량요금으로 변경되기 때문에 시행 초기 제도에 익숙치 않은 소비자가 다소 불편을 느낄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선진국 등 다른 나라와 동일한 국제적 단위를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다방면에서 편리함이 더해지는 등 장점이 많다.

새로운 제도가 산업용, 발전용 기기에 미치는 영향 또한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열량에 민감한 일부 산업용 가스기기나 발전용 가스터빈 등의 기기에서 튜닝작업이 이뤄질 경우는 보상이 이뤄진다. 현재 가스공사 등을 중심으로 비용보상평가위원회가 구성돼 있으며, 적정한 세부보상기준에 따라 비용보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열량제도 준비기간 동안 현장기술지원반을 구성해 열량에 민감한 산업용 가스기기에 대해서는 현장점검을 통한 기술자문을 시행하고 사용자가 가스기기 조정 및 보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교육할 예정이다.

열량제도 개선시행 전후기간 동안 열량요금 부과에 따른 소비자 행정민원과 민감가스기기 사용 시 불편사항에 대한 기술사항을 적기 조치하기 위해 가스공사와 전국 30개 도시가스사는 합동으로 오는 2015년 12월까지 소비자대응반을 운영한다.

도매공급자인 가스공사에서 처음으로 운영되는 소비자콜센터는 지난 2월 27일부터 일정기간 한시적으로 위탁용역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열량제도에 대한 홍보 및 상담 등을 시행 중이다.

LNG는 세계시장에서 열량이 점차 떨어지는 추세가 10년 이상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국내에 공급될 도시가스 열량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에 적용되고 있는 열량 및 품질관련 규정은 최초 도입 시 일본에서 시행 중인 제도를 그대로 벤치마킹해 도입한 제도가 현재까지 운행 중이다.

따라서 26년만의 이번 천연가스 거래제도 변경은 우리나라 천연가스 공급역사의 일대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사건’이다.

[인터뷰]

 홍성백 한국가스공사 품질관리팀장

“열량제도 개선은 국익 위한 기회다”



2006년 천연가스 저열량화에 대한 논의 시작 후, 제도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추진되고 제도시행을 눈앞에 둔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작업의 중심에는 홍성백 한국가스공사 품질관리팀장이 있다.

국내 천연가스 공급 이래 사상 첫 거래제도 변경이라는 막중한 업무를 짊어진 홍 팀장은 지난 6년여 동안 산업체 방문, 연구용역 수행, 각종 설명회 등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제 제도시행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홍 팀장을 만나 제도 준비과정에서의 어려웠던 점과 소회 등을 들어봤다.

홍성백 한국가스공사 품질관리팀장
△ 6년여간의 준비 끝에 천연가스 열량제도 개선을 눈앞에 두게 됐다. 소회는?

이번에 열량제도 변경과 관련해 추진해 온 일들은 모두 처음 추진되는 작업이었다. 국내 사례는 물론 없었고 해외에서도 열량범위제로 가스를 공급하고 있지만 표준열량제를 열량범위제로 제도를 바꾼 사례는 없다. 늘 그렇듯 남이 해보지 않은 일을 처음 하는 것이어서 더욱 큰 어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천연가스가 더욱 원활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세계 천연가스시장의 도입조건 및 공급 추세에 발맞춰나가기 위해 추진하는 천연가스 열량변경제도가 차질 없이 정착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세계시장에서의 LNG의 도입경쟁력 확보는 물론 경제성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 세계 최초로 추진한 작업이다.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2006년 2월 이집트산 저열량 SPOT 물량이 입고되면서 한국가스공사 내부에서 공급열량 변동 방지를 위해 사내 실무자회의가 처음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공급가스의 저열량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던 사례는 없었다.

2009년 6월 ‘중장기 천연가스 열량 및 품질제도 연구결과’ 발표 후에도 각 이해관계자들은 세계적인 LNG의 저열량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개선의 취지와 방향은 이해하면서도 제도 변경에 대해서만큼은 의견이 분분했다.

표준열량제도에 익숙한 상황에서 열량범위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에 회의적인 시각이었고, 무엇보다 기존 제도가 편하다는 취지에서 반대의견이 상당히 많았다.

사실 도시가스업계와 발전업계, 산업체 등의 제도변경 반대는 기존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안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각사가 전사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행정업무가 너무 많고 소비자에 이해시키기도 쉽지 않은 제도이며, 기존 표준열량제도에 익숙해 도입하려는 새로운 제도가 불편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 업무를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이처럼 각 이해관계자들의 닫힌 마음을 여는 것이었는데 그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을 것 같다.

열량제도 개선은 분명히 소비자에게 요금인하라는 편익을 가져다준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열량제도 변경이 시작되는 오는 7월부터 요금이 내려 갈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정답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이다.

특히 도시가스 요금은 정부의 물가안정정책에 따라 요금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동결로 요금인상이 미뤄져 왔다. 때문에 향후 어떤 시점에 그 동안 미뤄졌던 도시가스요금 정상화가 이뤄진다면 열량제도 변경으로 인해 요금이 인하된다는 홍보는 무색해진다.

다시 말해 ‘열량제도 개선으로 인해 요금이 내려간다더니 왜 올랐나’라는 소비자 민원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현재로썬 제도변경에 따른 가스요금 인하 부분을 소비자들에게 명확하게 이해시키는 일이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다.

△ 일반소비자 또는 산업체 소비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일반소비자는 열량제도 변경으로 인해 열량계량기를 별도로 설치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요금단위가 부피산정방식에서 열량산정방식으로 변경되는 부분은 변경제도의 시행초기에 익숙하지 않아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선진국 등 다른 나라와 동일한 열량단위 사용으로 오히려 더 편리해진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향후 러시아 PNG 도입이나 대체 천연가스인 바이오가스의 배관을 통한 공급확대를 위해서도 현재의 표준열량제도로는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들다.

자원 확보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막대한 자본력과 높은 기술력, 경험 등을 투입하는 등 피 땀을 흘리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점에 이번 열량제도 개선은 에너지 확보 및 도입조건 극대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해 소비하는 우리로서는 지금 제도개선의 기회를 실기하거나 지연시키게 되면 국제경쟁력 약화와 비용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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