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주조기술ㆍ품질관리
일관생산체제 구축…다품종 소량생산

▲ 박헌근 PK밸브 대표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부산포금공업사라는 개인기업으로 출발한 피케이밸브는 우리나라에서 밸브를 처음으로 만들어 공급한 회사다.

‘포금(砲金)’은 ‘대포용 금속’이라는 뜻으로 과거 대포를 만드는데 사용되다 초창기 밸브, 기어 등 기계부품을 만드는데 많이 쓰였다.

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나라 밸브 역사를 대변하고 있는 피케이밸브는 1974년 현 소재지인 창원공단에 ‘제1호 입주기업’으로 자리를 잡은 후 본격적인 중후장대 산업용 밸브 생산에 돌입하게 된다.

1980년에는 LNG 플랜트에 사용되는 초저온 밸브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으며 94년에는 국내 밸브업계에서는 최초로 부설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피케이밸브가 생산해 공급한 밸브의 수는 3000만개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보유 중인 밸브 모형도 약 2만개를 넘는다. 풍부한 경험, 숙련된 기술인력, 시스템화된 노하우 등이 맞물려 2007년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인 76인치 게이트 밸브를 제작∙공급했다.

지난 5월에는 삼성엔지니어링으로부터 인도 다헤즈(Dahej) 석유화학 플랜트에 사용될 88인치 게이트 밸브를 수주하기도 했다. 금년말 제작 완료 예정인 88인치 밸브가 선보이면 또 다시 세계 최대 밸브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피케이밸브는 국내 밸브 산업에 있어 최초, 최고, 최대라는 수식어를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 PK밸브 공장 전경
국내 산업용 밸브를 대표하는 피케이밸브지만 시련도 있었다. 80년대 초 흥아해운의 계열사로 편입된 후 모회사의 부도로 85년부터 무려 13년간이나 법정관리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밸브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탓에 다른 회사들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바빴던 98년 IMF위기 때 오히려 법정관리에서 해제되는 저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후유증은 상당했다.
 
이에 2003년 부임한 박헌근 대표는 조직개편, 권한위임, 감성경영 등을 통해 임직원의 단합을 이끌어내는 한편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10억이 넘는 전기로를 설치해 설비투자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런 노력 끝에 2002년 매출 431억원, 영업이익 9억원에 그쳤던 피케이밸브의 실적은 지난해 1045억원의 매출, 248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호전됐다. 부채비율 역시 같은 기간 1072%에서 29.6%로 낮아졌다.

박헌근 대표 부임으로 가장 달라진 피케이밸브의 모습은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다.

수십년 넘게 지속해오던 OEM을 과감하게 접고 창립때부터 사용해오던 ‘PK’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2006년에는 사명도 현재의 ‘피케이밸브’로 바꿨다.

현재 피케이밸브는 삼성엔지니어링, 두산중공업, 한국가스공사 등 국내 기업 뿐만 아니라 BP, GE, Exxon Mobil 등 외국 글로벌 메이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거나 적격 공급업체로 등록이 되어 있다.

세계 최대 LNG 생산기지인 Qatar Gas Ⅱ 현장을 비롯해 전 세계 약 70여개 사이트에서 사용되고 있는 피케이밸브의 제품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원유채굴환경, 원자력 발전소 건설 증가 등에 힘입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 PK밸브 회사 전경
세계 최고 수준의 주조 기술

2인치 이하 소형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산업용 밸브는 주조(鑄造) 방식으로 제작된다. 주조는 고체 상태의 금속을 고온에서 녹인 다음 미리 만들어 놓은 주형에 넣어 응고시켜 원하는 모양의 철강제품을 한번의 작업으로 만드는 제조기법을 말한다.
 
철을 두드려서 만드는 단조와 달리 주조는 원하는 모든 형태를 얻을 수 있으며 다른 작업에 비해 가공이 비교적 용이할 뿐만 아니라 특히 대형, 고중량 제품의 제조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밸브에서 주조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데 1946년 부산포금공업사로 출발한 피케이밸브는 50년이 넘는 주조 경험과 숙련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주조기술을 자랑한다. 세부적으로는 압탕관리, 냉금부착 및 주조방안 등에서 타사와 비교되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 관리

피케이밸브의 불량률은 0.1%로 타사(5%~6%)에 비해 훨씬 낮다. 이처럼 거의 Zero에 가까운 불량률이 가능한 이유는 우선 주조기술 자체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엄격한 품질관리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케이밸브의 품질관리 인력은 총 40명으로 생산인력 대비 약 40% 수준에 달해 타사의 2배를 웃돈다. 주조공정 전부터 품질관리 시스템을 가동하는 피케이밸브는 ‘신용본위’라는 품질중시 경영의 결과로 원자력 발전소용 밸브 공급에 필수적인 ASME N∙NPT를 비롯 API Spec 6D, API Standard 600 등 다양한 인증을 획득했다.

▲ PK밸브의 생산 제품들.
일관생산체제 구축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원자력 발전소, LNG 플랜트에 사용되는 피케이밸브의 제품은 특성상 고장 시 대규모 경제적 피해로 직결된다.

또한 100% 주문생산방식이어서 외주하청이 쉽지 않아 품질유지 차원에서 고객사도 가급적이면 1곳의 밸브제조업체에서 공급받기를 희망한다.

이런 이유로 피케이밸브는 설계→ 모형제작→주형 제작 → 주조 → 후처리 → 가공 → 검사 등 밸브제작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자체적으로 소화하는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해놓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한 밸브제조업체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다품종 소량생산

피케이밸브가 제조하는 석유화학 플랜트, 원자력 발전소, LNG 플랜트용 밸브는 발주처, 해당 사이트 현황 등에 따라 타입, 구동방식, 크기, 구경 등이 매우 다양하다.

수량 역시 1개만 쓰이는 것도 있는 반면, 수십~수백개 이상 사용되는 것도 있다. 이러한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는 언뜻 보기에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고객사가 피케이밸브와 손잡고 입찰에 참여할 경우 수주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사 모두에게 강력한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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