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백호 에너지관리공단 생활실천홍보실장

올 겨울에도 전국적으로 한파가 맹위를 떨쳤다.

지난 2월 2일에는 서울의 최저 기온이 영하 17.1℃까지 떨어져 2월 기온으로는 55년만에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강추위로 전력소비량도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 날 최대전력은 7383만kW, 공급예비율은 7.7%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부가 애초 예상했던 올 겨울 최대전력 전망치 7853만kW에 비하면 약 470만kW 낮은 수치이며 지난해 9.15 정전대란을 겪으면서 올 겨울의 전력수급대란을 우려했던 목소리에 비하면 매우 무난히 겨울철 전력수급을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겨울철 전력수급에 노심초사했을까?

오래된 얘기같지만 불과 2년전부터 시작된 일이다.

겨울철 전기난방부하가 급증하면서 연중 최대전력이 겨울철에 발생하고 있으며 그 증가폭도 과거에 비해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등유나 가스 등의 에너지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한데 반해 전기요금의 인상억제가 계속되면서 전기를 사용하는 난방기기의 보급이 급증한 데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립대학교 중앙도서관들이 가스온풍기에서 전기온풍기로 대거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용량 냉온풍기를 기름이나 가스보다 저렴한 전기로 전환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왜곡된 에너지구조 때문에 전기사용량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고 결국 전력수요가 한계치에 이른 것이다.

이에 더해 전 지구적인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한파도 전력수요를 높이는 데에 한 몫 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번 겨울에는 자율적 절전에만 의존할 수 없어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올해 2월말까지 에너지사용제한조치를 시행하여 산업체는 피크시간대 10% 강제절전, 일반건물은 20℃ 난방온도 제한 등의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이러한 강제절전은 시행 초기 여러 반대와 불만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결국은 전체적인 전력계통을 안정화하는 효과를 거뒀으며 실제로도 기존 피크타임 시간대에 오히려 피크가 안정화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에 더해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국민들의 절전 인식과 실천 확산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대국민 절전홍보에 집중했다. 실시간으로 전력수급 상황을 국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전국 주요 지하철과 KTX 역사에 ‘전력수급시계’를 설치, 운영했으며 양방향 절전포털사이트(www.powersave.or.kr)를 개설, 운영하면서 가정과 상점 등 부문별 전기절약 실천요령을 매뉴얼로 제작, 배포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TV, 라디오, 신문 등 기존 매체를 활용한 절전캠페인 이외에도 온라인과 SNS를 통한 홍보도 적극 추진했다.

정부의 에너지절약 정책과 에너지관리공단의 대국민 홍보, 그리고 국민들의 에너지절약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전력수급 위기를 무난히 넘기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힘을 느낀 겨울이기도 했다.

물론 아직 긴장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 지난 9.15 정전대란도 여름이 다 지난 초가을 늦더위가 원인이었던 바, 3월의 꽃샘추위에 대해서도 만전을 기해 대비해야 할 것이다.

겨울철 전력수급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량이 주요 선진국인 일본, 독일, 영국 등 보다 높고 OECD 평균보다도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인들이 불편함을 감소하면서까지 철저히 지킨 에너지절약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에너지선진국으로 유명한 북유럽의 덴마크, 스웨덴 등에 가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에너지를 덜 쓰는 문화에 불편함을 호소한다고 한다. 이는 그만큼 우리가 에너지를 넉넉하게 쓰고 있는데 길들여졌다는 반증이다.

마음껏 쓰는 것이 미덕이라고 느꼈던 우리나라도 어느덧 절약이 미덕이 되는 것 같다. 서울시내 대부분의 건물들이 점심 소등을 일상화하고 많은 국민들이 내복입기를 실천화하는 것 같다.

이제는 전기를 많이 쓰는데 익숙해진 우리의 자화상을 되돌아보고 전기를 덜 쓰는 것이 미덕이 되는 생활문화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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