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정유사와 주유소간 계약 모델 제정

앞으로 주유소들이 폴사인과 관계없이 값싼 타 브랜드 제품을 선택해 구입․판매(혼합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주유소가 특정 브랜드 정유사의 상표(폴)를 달고 있으면서 타 브랜드 정유사의 정품제품도 함께 취급 판매할수 있는 혼합판매가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공정위가 4대 정유사(SK, GS, 현대오일뱅크, S-oil)에 대해 시정조치 한 이후 주유소들의 혼합판매가 가능하게 됐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주유소가 폴사인 제품만 취급이 가능한 것으로 오해해 왔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주유소가 혼합판매 계약을 하고자 할 때 협상력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는 정유사 측이 주유소가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해 온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주유소들은 다른 정유사의 값싼 현물제품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이를 구입․판매할 수 없게 되고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도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호열)는 주유소가 정유사와 협상시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모범 거래기준(Best Practice)으로서의 ‘석유정제업자와 주유소의 공정한 거래에 관한 기준(11.30. 제정)’을 만들어 발표했다.

이 기준은 혼합판매 문제 등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자영주유소들이 거대 정유사와 휘발유․경유 등의 공급계약을 맺을 때 자칫 불리하게 정해질 수 있는 계약상 쟁점과 관련해 바람직하고 공정한 계약방법․기준을 공정위가 제시한 것이다.

현재 국내 자영주유소는 총 10,849개로 전국주유소(12,923개)의 84%에 달한다.

이 기준이 널리 활용되어 혼합판매 주유소가 늘어날 경우 최소한 리터당 20~30원 가량 기름값 인하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했다.

향후 공정위는 정유사-주유소간 거래 협상시 이 기준이 잘 적용되는지 여부를 엄격히 감시해 나갈 계획이다.

거래기준에 따르면 주유소가 특정 브랜드의 폴을 달고서도 타 브랜드 제품을 함께 취급할 수 있는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폴 제품 이외의 제품, 즉 폴 제품과 타 브랜드 제품을 혼합해 판매하는 경우 혼합제품의 저장탱크, 주유기를 폴 제품과 분리 설치하고, 주유기 등에 혼합제품 여부를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표시만 하면 가능토록
했다.

또 기존 1대1 전속계약을 주유소가 쉽게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1대1 전속계약의 장기간유지를 유도하는 정유사의 시설 또는 시설자금 지원의 경우 주유소가 원하면 특별한 제재 없이 조기 해지가 가능토록 했다.

정유사의 디브랜딩(정유사가 주유소의 폴을 철거하는 행위)이 가능한 경우도 엄격히 제한했다.

주유소의 위법행위가 있는 경우 등에 한정하고 기타 주유소에 대한 정유사 공급가격을 제품 공급 후 사후적으로 정산할 수 있는 경우를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도록 하는 등 주유소의 일반적인 대(對) 정유사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기준 등을 포함했다.

이 기준이 거래과정에서 적용돼 주유소의 혼합판매가 활성화되면 정유사간 경쟁이 촉진,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기름값이 인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혼합판매 주유소는 무폴 주유소(어떤 정유사의 상표도 게시하지 않은 자체 브랜드 주유소)와 정유사에 대한 협상력이 유사하다.

공정위는 연구용역 결과 무폴 주유소의 존재는 주변 1km 반경 내에 있는 경쟁 주유소의 가격을 리터당 22원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올해 7~11월 월별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 분석결과에서도 무폴 주유소가 상표폴 주유소에 비해 리터당 최저 20원에서 최고 37원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혼합판매가 활성화돼 혼합제품의 판매가격이 무폴 주유소 수준으로 설정된다면 휘발유 기준 리터당 20원 이상의 가격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향후 이 기준이 일선 주유소까지 잘 전파되어 정유사와 계약시 실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내년 1/4분기 중 전국적인 홍보와 함께 실제 거래 적용과정상 정유사의 불공정행위 여부를 엄격히 감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여러 브랜드 혼합제품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잘못된 부정적 선입견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소비자원과 공동으로 교육․홍보 방안을 마련 추진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