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산유국 리스크 유가상승 압력 '제한적' 발표

이란 핵 위기가 국제 석유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 가운데 LG경제연구원이 '산유국의 리스크로 본 올해의 유가'를 주제로 한 연구과제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이라크, 나이지리아, 카자흐스탄의 정치불안이 겹쳐 국제 석유시장이 매우 불안한 상황 가운데서도 극단적인 사태발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또한 산유국들의 리스크가 석유산업 및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음은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전문이다. 

정세가 불안정한 4개 산유국의 전체 석유생산량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회한다.

이 중 이란발 불안은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그렇게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재정악화와 경기부진을 겪고 있는 미국에게 이란사태 악화는 반가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란도 국내경제에 치명적이고 대외적으로는 고립을 자초할 상황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이라크는 미군철수 이후 갈등 중재자의 부재로, 나이지리아는 현 정권의 취약한 지지기반 때문에 정정불안이 이어질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정부의 신속한 대응 탓에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상황 가운데서도 극단적인 사태발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면 주요 산유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 재고와 석유 생산능력에 여유가 있는 데다 유사시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할 여력도 있기 때문에 석유공급 불안이 유가 상승에 영향력을 크게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올해 국제유가는 산유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보다는 수급요인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급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 압력이 현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유가는 세계경기의 上底下高 흐름에 맞춰 움직일 전망이다. 산유국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유전개발 투자가 지연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세계석유 공급 확대가 더뎌지고 유가의 상승 추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란산 원유수입 비중이 높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입비중도 크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만약의 상황에 대한 리스크 노출이 매우 큰 실정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란 위기에 대응하면서 안정적인 대체 수입선 확보에, 장기적으로는 수입선 다변화와 자주개발율 제고, 석유소비 절감에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난 해 12월 배럴당 100달러대 초반(12월 19일, 101 $/bbl)까지 하락한 두바이유가 최근 116.4달러(2월 15일 기준)로 올랐다.

국제석유시장의 수급사정은 괜찮은 편이다. 세계경제 성장 둔화로 세계 석유 수요가 지난 해 4분기에 전년대비 0.3% 감소한 반면, 극심한 공급 차질을 경험한 리비아에서 내전 종식을 기점으로 작년 9월말부터 석유생산이 확대되는 등 세계전체 석유 공급량도 늘어나 오히려 석유 수급사정은 좋아지고 있다.

지난 해 상반기에 중동·북아프리카의 민주화 도미노로 인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수급사정이 좋아지면서 하반기에는 12월 중순까지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나이지리아, 이라크, 카자흐스탄 등 주요 산유국에서도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국의 경제지표 개선과 유럽지역 한파로 인한 일시적인 석유 수요의 증가도 한 원인이지만, 현재의 유가 불안의 주요요인은 석유 공급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산유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방향>

정세 불안한 4개 산유국, 전세계 석유생산의 11.5%

현재 석유공급 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산유국 중 이란은 미국·이스라엘 등과의 대외갈등을, 이라크, 나이지리아, 카자흐스탄은 내정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

이란발 불안은 지난 해 1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한 이후부터 심화되었다. 이란 중앙은행의 금융거래를 제재하는 국방수권법을 연초에 발효한 미국이 동맹국들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對이란 제재에 강력히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은 오는 7월부터 이란산 원유수입을 전면 중단할 것을 지난 1월 23일에 선언하면서 미국의 움직임에 동참했다. 이에 반발해 이란은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1/3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원유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내정 불안정에 시달리는 이라크는 시아파가 주도하는 정부가 수니파인 부통령을 테러방조 혐의로 지난 해 12월에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긴장이 높아졌다. 올해 1월에는 시아파 성지인 주바이르에서 폭탄테러로 1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내정불안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올해 1월에 유가 보조금 폐지에 반대하는 대규모 파업이 발생했고 최근에는 이슬람 과격단체(Boko Haram)의 테러와 외국인 납치가 내전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지난 해 5월부터 처우개선 등을 위해 시작된 석유노동자 파업이 대규모 시위로 확대되었고 12월 들어 석유도시 자나오젠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 정정불안을 겪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대두한 4개 주요 산유국의 석유생산 규모는 세계석유생산의 11.5%(EIA, 2011년 기준)이다. 이 정도의 석유 생산량은 지난 해 석유공급 차질을 겪은 리비아의 6.1배에 해당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량(세계석유생산의 10.8%)을 상회하는 규모다.

산유국 불안 당분간 지속

이들 산유국 중 하나라도 석유공급에 전면적인 차질을 겪는다면 지난 해 리비아의 공급차질 당시 이상의 유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이들 4개 산유국 모두에서 석유공급 차질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유가는 세계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정도로 폭등할 것이다. 산유국 정세불안이 어떻게 될 것인지 살펴보자.

이란사태 악화는 미국도 원치 않는 상황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 억제를 위해 경제적·외교적 수단을 계속 취할 것이다. 그러나 재정악화와 경기부진을 겪고 있는 미국에게 이란 사태가 극단적인 파국으로 치닫는 것이 반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재정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악화되어 지난 3년간 재정적자가 GDP의 8%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국가채무는 72.4% 늘어나 15조 달러를 돌파하는 등 빠르게 악화됐다. 열악한 재정으로 인해 군비지출을 줄여야 할 미국이 새로운 전쟁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민간경제도 부진에서 뚜렷이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데, 이란사태가 심화될 경우 유가 상승이 경기 회복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이란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조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 역시 중동 내 최고 수준의 전력을 갖춘 이란과 정면 충돌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 기조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단독 공격이 유가를 상승시켜 국제사회의 반감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가 이란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경우에는 현 아흐마디네자드 정부의 핵 개발 의지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겠지만 이번 제재가 과거 일련의 제재들처럼 이란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유럽연합 등 일부 국가들만이 제한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對이란 제재에 유럽연합은 이미 이란산 원유수입 중단을 결정했다. 전체 원유 수입에 차지하는 이란산 원유의 비중이 10%로 높은 편인 일본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적으로 중단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도 등 주요 개도국들도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인도는 유럽국가들과는 달리 경제성장률에 대한 석유수요 탄력성이 0.5 이상으로 높다. 성장을 위해 석유소모가 큰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고 원유 수입에서 이란산 의존도도 크다.

전체 원유 수입 중 이란산 원유 비중이 중국과 인도는 각 11%이며 특히 터키는 51%에 이른다. 1987년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자 이란이 다른 국가에게 저가로 원유를 수출한 사례와 같이 이번에도 이란이 원유 금수조치의 장벽을 비켜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핵 개발 억제를 위한 조치들이 현 정권을 위협할 정도로 파괴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란으로서는 이번에도 핵 개발을 양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욱이 이스라엘이 배후로 추정되는 폭탄 테러로 국내 과학자가 목숨을 잃고 제재로 인한 물가상승과 환율급등 등 경제 불안정성이 서방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나타나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반서방 민족주의가 강화되는 양상이다.

이란은 핵 개발의 평화적 목적을 인정받기 위해 IAEA의 사찰을 받고 핵 협상 재개에 노력하면서도 석유 수출 중단 위협 등을 통해 제재 동참국들의 참여 수위를 낮추려는 시도를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경제에 치명타를 날리면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이란 스스로 감행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파·지역 갈등으로 인한 이라크, 나이지리아의 내정 불안 지속

이라크는 갈등 중재자 부재로 인해 종파간·지역간 갈등이 단기에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시아파와 수니파, 그리고 쿠르드족 등이 모두 참여한 신정부가 2010년 12월에 출범했지만 수시로 대립각을 세우는 등 이라크의 정치체제는 취약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후세인 시대의 영광을 박탈당한 소수의 수니파가 현 정권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고 정국을 주도하는 다수인 시아파가 기득권 강화에 노력 중인 가운데 석유와 천연가스의 소유권을 놓고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 간의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동안 갈등 중재자 역할을 담당했던 미군이 철수했는데 새로운 중재자의 등장 없이 내정안정을 이루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나이지리아 역시 조나단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사태진압에 나서고는 있지만 현 정부의 지지기반이 약해 정국불안이 조기에 수습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집권당인 인민민주당이 남부와 북부지역에서 대통령을 8년에 한번씩 번갈아 내세웠는데, 지난 해에 이러한 불문율을 깨고 기독교인 남부지역 출신의 조나단 대통령이 선출됐다. 때문에 현 정권에 대한 이슬람인 북부지역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라 남북 간의 종파 및 지역 갈등 격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카자흐스탄은 높은 지지기반을 가진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바탕으로 이라크와 나이지리아와는 달리 점차 안정을 되찾아갈 수 있을 전망이다.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책임을 물어 둘째 사위이자 차기 권력 승계자로 기대되는 쿨리바예프를 카자흐스탄 국부펀드인 삼룩-카지나의 의장직에서 해임했고 정부는 해고 노동자의 복직을 약속하면서 복지개선 등을 포함한 자나오젠시의 3년 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지난 1월 총선에서 여전히 여당이 득표율 80.7%로 압승을 거뒀고 러시아와 달리 선거와 관련된 시위도 발생하지 않았다. 독립 20년 만에 직면한 대규모 유혈사태가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카자흐스탄은 정세불안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이라크와 나이지리아는 중재자 부재와 정부의 취약한 지지기반으로 인해 불안한 모습을 이어갈 전망이다. 7월까지로 예정된 카자흐스탄의 일부 석유제품 수출중단이 순조로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라크와 나이지리아에서는 내란으로 인해 리비아처럼 석유공급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이어지는 것이다.

<산유국 공급불안 영향력과 국제유가 향방>

주요 산유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유가 상승 압력 제한적

이란 사태는 미국과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조치와 이에 맞대응 하는 이란의 원유 수출 중단조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수입 제재에 나서더라도 중국, 인도, 터키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계속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터키가 이란산 원유의 우회수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경우에는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가 원유 수출 구조만 바꿀 뿐 유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과 인도가 수요 감소로 값이 싸진 이란산 원유를 적극 수입할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오히려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들 세 나라가 서방국가들의 공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을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란 제재에 참여한 국가들의 이란산 원유수입 제한 조치만큼 국제석유시장에서 이란 이외의 산유국에 대한 석유 수요가 추가적으로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원유 공급이 새로이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유가는 단기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다. 만일 2012년 7월에 이란산 원유수입에 대해 EU가 전면 중단함과 동시에 우리나라와 일본이 미 의회가 제시한 감축안을 이행한다면 총 55.5만 b/d의 대체수요가 발생한다.

이는 세계 석유수요의 0.6%에 불과해 수입 중단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석유 재고와 세계석유 생산능력에 비교적 여유가 있다.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의 무력충돌 위험이 억제되는 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유가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OECD 상업용 석유 재고가 지난 1월에 과거 5년 평균(56.2일)보다 높은 56.9일분을 기록했고 수요 대비 세계석유 여유생산능력은 리비아 공급차질 전인 2010년 수준보다 높은 4.2%(3.8 mb/d)를 연말에 기록할 전망이다.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조치가 앞의 가정(유럽연합의 전면금지, 한국과 일본의 18% 감축)대로 시행된다면 이들의 수입 대체 수요가 유사시 공급확대 의사를 밝힌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으로 충족될 수 있다. 이 경우 수요 대비 세계석유 여유생산능력이 0.7%포인트 감소하면서 지난 5년간 평균(3.2%)보다는 높은 수준을 이어가겠지만 유가 하락을 경험한 2009년의 4.6%보다는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이란이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게 원유 수출을 중단할 경우에도 이들 세 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여유생산능력에 1/32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급상황만 따진다면 공급차질이 원활히 수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석유 수출 중단 확대 등의 위협, 이란과 서방과의 긴장 고조, 이라크와 나이지리아에서의 정세불안 심화 등 석유공급 불안감이 자극될 경우에는 유가의 상승 압력이 크게 높아지겠지만 산유국 정세 악화로 인한 극단적인 공급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국제유가의 급등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국제유가 세계경기 흐름에 좌우될 듯

따라서 추가불안이 없다면 국제유가가 주요 산유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보다는 국제석유시장의 수급요인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유국 불안이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현재 배럴당 5달러 정도인 것으로 평가되는데, 정세불안 기대가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급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 압력이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유가는 세계경기의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에 맞춰 완만히 움직일 전망이다.

올 상반기에는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만기가 대거 몰려 있어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가 더욱 커지는 가운데 민간의 디레버리징 본격화로 유로존이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하는 등 세계경기의 하향추세가 이어지면서 세계석유 수요의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세계석유 공급은 캐나다와 브라질 등 비OPEC의 공급 증가(전기 대비 1% 증가)가 두드러지면서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한파로 인한 유가상승 요인이 해소되면 상반기중에는 국제석유시장에서 초과공급 상황이 발생하면서 유가가 전기 수준(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06.3)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반기에는 세계경기의 완만한 회복으로 인해 세계석유 수요가 증가세로 전환되는 반면, 세계석유 공급은 멕시코만과 북해 등 비OPEC을 중심으로 둔화되면서 국제석유시장에 평균 84만 b/d 규모의 초과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이러한 수급상황에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의 본격 시행이 추가적인 유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국제유가는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올해 두바이유 평균이 지난 해(배럴당 106달러) 보다 오른 110달러 내외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해 연말에 예상했던 올해 유가 하락 기대가 산유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로 인해 상향 조정될 여지가 큰 것이다.

비록 석유의존도가 수요 둔화로 지난해 보다 소폭 감소하겠지만 이 정도의 유가도 취약한 세계경제 상황에서는 성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석유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중장기 유가에 부담

한편, 주요 산유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단기에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산유국 불안정성이 장기화될 경우 유전개발 투자 활력이 저하되면서 이 지역의 석유공급 확대가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1월초에 석유·가스 입찰을 연기한 이라크 정부가 1월말에 입찰시기를 또다시 연장한 바 있다. 해외 석유기업들은 세계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한 상황에서 산유국 유전개발 환경의 불확실성까지 겹쳐 석유개발 투자에 보다 신중한 입장이다.

향후 35년간 세계 원유생산 확대분의 절반 가까이(49.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란,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주요 3개 산유국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인해 석유공급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세계 4대 석유부국인 이라크는 향후 10년간 세계석유 생산 확대분의 절반 가까이(46.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 리스크가 커질 경우 세계석유 생산확대가 둔화되면서 유가 상승 추세가 중장기적으로 가팔라질 수 있는 것이다.

<시사점>

세계 7대 석유소비 대국인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 비중이 87.1%(2011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적 편중이 높다.

특히 전체 원유 수입 중 이란산 원유 비중이 높고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입 의존도도 크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하더라도 만약의 상황에 대한 리스크 노출이 매우 큰 실정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다른 산유국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대체 공급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보다 넓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극단적인 사태에 대비해 비축유 확충을 검토하면서 미국, 호주,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중동 이외 산유국에게도 유사시 석유와 천연가스를 공급 받을 수 있는 안전판 마련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석유 수입선 다변화와 자주개발율 제고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이란 핵 개발 갈등, 이라크와 나이지리아의 정세불안이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정국이 안정된 비OPEC 회원국의 원유 공급능력은 한계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세계석유 공급의 불안정성이 추세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석유 공급 불안정성 심화에 대비해 중장기 차원의 석유 수입선 다변화와 석유 수입의 안정성 제고, 그리고 석유소비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석유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유라시아, 미주 등으로 석유 수입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석유 수급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해외 유전 개발에 우리기업들이 참여해 유사시 석유를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석유 자주개발4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석유소비 절감과 관련해서는 국내 석유소비의 1/3(2010년 기준)을 차지하는 수송부문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차 등을 통한 녹색화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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