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World Solar Challange’ 국민대 팀 참가

기름 없이 태양광으로 최대시속 130km를 달리는 자동차가 실제로 있을까?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태양광 자동차들이 사막과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누가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는지를 겨루는 레이싱 대회가 실제로 열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호주에서 개최된 ‘월드솔라첼린지(World Solar Challenge)’ 대회가 바로 그 주인공. 특히 우리나라 최초로 국민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부 솔라카 팀(지도교수 신동훈)이 대회에 참가해 그 의미를 더했다. 본지는 월드솔라첼린지 대회를 소개하고 한국 팀의 대회 참가 에피소드 및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 편집자 주

대회에 참가한 신동훈 교수(오른쪽 첫번째)와 학생들.

호주서 열리는 세계 최대 태양광 레이싱 축제

국민대 신동훈 교수팀, 국내 최초로 대회 참가

▲호주 대륙을 횡단하는 6일간의 대장정

호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규모의 태양광자동차 축제인 월드솔라첼린지는 지난 1987년 제1회 대회 이후 현재까지 총 10번의 대회를 치뤘다. 1996년까지 3년마다 개최했으나 1999년 이후부터는 2년마다 빠짐없이 열리고 있다.

이 경기는 자본력과 첨단 기술, 그리고 드라이빙 테크닉과 구성원의 협동심 등 모든 것이 어우러진 한편의 드라마다.

지난해 열린 제11회 대회에는 전세계 37개팀이 참가했다. 참가 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2009년 제10회 대회 우승팀인 일본의 토카이(Tokai) 대학팀을 비롯, 역대 총 4회 우승에 빛나는 네덜란드의 TU Delft팀 등 태양광자동차 레이싱의 강자들이 총출동했다.

11회 대회는 2011년 10월 16일부터 21일까지 6일간 진행됐다. 호주 최북단 Darwin에서 출발, 총 3050km를 달리는 대장정을 거쳐 남쪽 끝에 위치한 Adelaide까지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것이 우승을 위한 조건이다.

햇빛이 강한 낮에 최대한 달리고 해가 지면 팀 단위로 야영을 한다.

하지만 월드솔라첼린지 대회 자체가 일반 자동차 랠리와 달리 기술적인 부분을 실험하는 성격이 강하고 일종의 축제 같은 분위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팀들이 우승 자체보다는 완주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회에서 끝까지 완주한 팀은 상위 7개 팀밖에 되지 않는다.

거리 자체도 먼데다 호주의 경우 도로 사정도 그리 좋지 않으며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돌발 변수, 그리고 대부분 태양광기업들로부터 모듈을 후원받은 대학교 아마추어 팀들이 자체적으로 자동차를 제작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차체 자체의 완성도가 상용차만큼 높지 않다는 점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이번 대회 우승의 영광은 지난 2009년 대회에 이어 일본의 토카이 대학 팀이 차지했다.

이 팀은 ‘토카이 챌린저’라 명명된 자제제작 솔라카로 대회 일정 마지막 날보다 하루 빠른 20일 결승점을 통과했다. 총 32시간 45분을 달렸으며 평균시속은 91km를 기록했다.

2위는 네덜란드의 ‘Nuon Solar’ 팀이 차지했다. ‘Nuna 6’ 차량으로 토카이 팀보다 약간 늦은 33시간 50분, 평균시속 88.6km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밖에 △미시건 주립대(3위, 미국) △Ashiya 대학(4위, 일본) △Solar Team Twente(5위, 네덜란드) △Sunswift UNSW Solar Team(6위, 호주) △Aurora(7위, 호주) 등이 악조건을 극복하고 코스를 끝까지 완주했다.

▲외국 팀, 기업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원

태양광 자동차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월드솔라첼린지의 주최측에 따르면 경쟁력 있는 태양광 자동차의 예상 제작비용은 50만~100만달러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태양광 자동차 경주팀은 약 120여개 팀이 활동하고 있다. 역대 월드솔라첼린지 대회를 보면 태양광 선진국인 유럽, 일본, 미국 및 주최국인 호주 팀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외국 팀들의 경우 정부와 태양광 및 자동차 메이커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월드솔라첼린지의 챔피언인 토카이 대학은 일본 태양광기업 샤프와 정식 스폰서 계약을 맺고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으며 3위를 차지한 미시건 주립대도 포드사가 후원하고 있다.

또 MIT 공대는 NASA에서 지원받은 효율 40%대의 특수제작 태양전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 참가한 우리나라 국민대 팀도 현대중공업, 신성솔라에너지, 경동솔라 등으로부터 태양전지 및 모듈을, LG화학으로부터 베터리를 각각 제공받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 팀들과 달리 여러 가지 제반 여건은 열악한 편이다. 해외 팀의 경우 마찬가지로 대학교 팀이 주축이지만 학생들이 학점을 받으면서 차량 제작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학교측이 배려하고 있으며 차량 제작비는 물론 대회 참가까지 모두 후원을 받고 있다.

특히 해외 팀들은 차량 운전을 전문 드라이버가 맡은 반면 국민대는 학생들이 직접 운전했으며 학교 측에서 예산 지원을 받았으나 참가 학생들의 자부담도 금액도 컸다고 한다.

▲국민대 팀의 고군분투 체험기

열악한 환경과 모든 것이 생소한 상황에서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국민대의 월드솔라첼린지(WSC) 참가는 최초의 경험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처음 참가를 결심하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대회 참가를 원하는 학생들을 모집, 10명의 학생들이 10개월간 차량제작에 몰두했다.

학교측에서 제공받은 재료비 및 기계시스템공학부 실험실습비 등 2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예산으로 학업과 별도로 없는 시간을 쪼개서 준비하다 보니 제작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차량을 완성했으나 기쁨도 잠시, 완성된 솔라카를 호주까지 운반하는데 드는 비용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구조상 무게는 200kg 정도로 가볍지만 전장이 길어(4.5m) 운송비만 3000만원 정도의 견적이 나온 것. 결국 고심 끝에 부품을 싣고 가 현지에서 제작을 하기로 결정했다.

팀이 호주 현지에 도착했을 때 이번에는 솔라카를 대회장소까지 운반할 트레일러가 문제였다. WSC 주최측 심사위원은 “솔라카를 실어나를 수 있는 트레일러가 없으면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연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에 봉착한 팀은 급하게 수소문한 끝에 다행히 트레일러를 빌릴 수 있었다.

물론 그만큼 예상치 못했던 추가비용이 발생한 것은 감수해야만 했다.

본 대회 전 트랙에서 주행 테스트도 실시했다. 테스트라고 하지만 출발 순위를 결정하는 예선 개념이어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결과는 37개 팀 중 34위. 선두권과는 1분 이상 차이가 났지만 꼴찌가 아니라는 데 위안을 삼았다.

▲마침내 본 대회의 서막이 오르다

2011년 10월 16일. 드디어 본 대회의 막이 올랐다. 승패와는 상관없이 대한민국 최초로 WSC에 참가했다는 것 자체로 그 의미는 충분했지만, 기왕 출전한 대회이니 만큼 최선을 다 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학생들은 각오를 다졌다.

첫 출발 전부터 타이어가 펑크나 이를 교체하는데 시간이 지체된 것만 빼면 출발은 좋았다.

고속도로에서 순간최대시속 80km, 평균 50~60km의 속도로 달리는 솔라카를 보면서 학생들은 감격해 했다.

그렇게 달리길 1시간 정도 됐을까. 갑자기 차가 정지했다.

병렬 연결한 6개의 모터 중 1개가 타버린 것이다. 다행히 여분의 모터로 교체하긴 했지만 원래 장착된 모터와 규격이 맞지 않아 약간 불안했다.

다행히 Control Stop(행사관리를 위한 정류장)에 무사히 도착해 차량을 재점검하고 근처 캠핑장에서 첫날 밤을 보냈다.

다음날 다시 출발을 했으나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모터가 타버렸다. 당초 목표는 완주였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결국 팀은 완주 대신 최대한 많은 거리를 솔라카로 이동하기로 목표를 수정했다. 가장 고지대인 Alice Springs까지 트레일러로 이동하고 이후 내리막길에서 솔라카로 최대한 많이 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쉬운 탈락, 하지만 소중한 경험

대회 5일째인 10월 20일. 모터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트레일러를 이용해 움직이고 솔라카를 조심해서 운행했지만 기어이 또다시 모터가 말썽을 부렸다.

이제 더 이상의 운행은 사실상 어려웠다. 행사위원에게 종착지인 아델라이드까지 트레일러로 이동한다고 통보했다. 경기를 포기한 것이다.

아델라이드로 가는 도중 큰 비를 만났다. 폭우에 태양광모듈이 떨어져 나가는 등 이미 주행을 포기한 차량이 더욱 처참한 모습이 됐다.

다른 팀들은 이런 폭우 속을 뚫고 유유히 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기술력과 경기 운영의 노하우에 국민대 팀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들 탈락의 충격 때문에 아델라이드에 캠핑장을 예약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주말과 겹쳐 캠핑장은 11명이 머물 자리가 없었고 결국 캠핑장 인근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게 됐다.

폐회식 날. 팀원들은 충격을 극복하고 한층 밝아진 모습이었다. 이들에게 어쩌면 좋은 성적을 거둔 것 보다 더욱 값진 경험이 됐을 것이다.

우승 트로피 수여 및 시상식을 개최하고 호주 원주민의 전통 공연 등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행사기간 동안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서 생면부지의 다른나라 사람들과 서로 즐겁게 토론하는 모습에서 WSC는 단순히 승부를 겨루는 대회가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면서 기술을 증진시키고 전세계 젊은이들과 우정을 쌓는 장이었다.

아직 다음 대회에 도전할지는 불투명하지만 국민대 팀은 이번의 경험을 거울삼아 다음에 또 참가하게 된다면 훨씬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터뷰]신동훈 국민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

“WSC 참가, 학생들에게 값진 경험”

국민대 팀을 이끌고 WSC 대회에 참가한 신동훈 교수는 “비록 당초 목표였던 코스 완주에는 실패했지만 그만큼 학생들에게는 더욱 값지고 소중한 경험이 됐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처음 준비 기간부터 대회 종료 직전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발생했습니다”라며 “이는 결국 우리 팀의 미흡한 준비와 경험 부족에 따른 시행착오에서 기인한 것이지요”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 호주에 도착했을 때를 회상했다. “외국 팀들은 차량에 20~3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고 합니다. 외형상으로 봐도 확실히 우리 팀이 한정된 예산과 시간을 쪼개 만든 솔라카와는 비교가 불가능했어요. 우리 팀 학생의 표현을 빌자면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었지요”

처음에는 다른 팀들의 위용에 눌려 주눅이 들었지만 그는 팀의 지도자로서 학생들을 독려했다. “차량 제작때부터 학생들을 많이 다그쳤는데 그래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저를 잘 따라와 줘서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 대회때도 여러 문제에 봉착했지만 팀원들이 하나가 돼 난관을 극복해 나가면서 서로간에 신뢰도 그만큼 커졌습니다”

대회 여건에 대한 질문에 신 교수는 “일단 사막의 강렬한 햇빛 때문에 솔라카를 운행하기에는 좋습니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우리나라 지방국도 수준으로 매끄럽지가 못해 내구성이 약한 솔라카는 달리는 것 자체가 불안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주행 뿐만 아니라 캠프에서도 현지 적응이 어려웠다. “호주에는 모기보다 더 작은 흡혈파리가 있는데, 한번 물리면 너무 가려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올해 국내서 ‘무인솔라카’ 대회 추진

비록 완주는 못했지만 무사히 대회 참가를 마친 신동훈 교수는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오는 9월 국내에서 ‘무인 태양광자동차 경주대회’개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식경제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서울대학교가 주관할 예정으로 현재 장소를 물색 중입니다”

현재 신 교수는 경북 영양군을 주요 후보지로 선정했다. 영광군은 청정지역으로 일조량이 좋고 잘 닦여진 도로에 일반차량 통행량이 적어 무인 솔라카를 운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

신 교수는 지자체와의 연계를 통해 공공도로에서 대회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킷보다는 도로 주행이 더 도전적이라는 것이 이유다.

신동훈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번 WSC 참가는 저와 우리 팀 학생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기회였습니다. 다음 대회에도 여건이 허락된다면 참가하고 싶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이를 응원해주신 총장님 이하 학교 관계자들, 그리고 태양광모듈과 배터리를 지원해 주신 기업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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