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연료 ‘LNG’가 대세…1년새 16.6% 증가
올해 친환경 선박에 기재부 3623억·산업부 1454억 투입
해수부, LNG벙커링 동시작업 기술·절차 개발 공모

[에너지신문] 이제 세계시장에서 친환경 선박운항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2020년 1월부터 발효된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 황산화물 함유량 감축 규제’에 따라 모든 선박연료의 황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강화되면서 전세계 해역의 모든 선박은 이를 따라야 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벙커C유가 주로 사용돼 왔지만 제동이 걸리면서 각 국은 탈탄소화를 위한 대체연료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IMO의 선박 연료 규제에 대해 세계 해사업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비용이 비싼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탈황설비인 스크러버(Scrubber) 장착 또는 친환경 연료선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나선 친환경선박 보급사업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 환경규제 강화로 조선·해운시장이 친환경선박으로의 급속한 전환에 대비해 2018년 12월 ‘친환경선박법’을 제정하고 2020년 1월 시행에 들어갔다.

이후 국가 기본방향과 목표제시를 위해 2021년부터 2030년까지의 ‘제1차 친환경선박 개발, 보급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50년까지 2017년 대비 선박배출 온실가스 50% 감축(593만톤)을 목표로 10년 단위의 단계적 추진계획을 수립, 집행, 점검할 계획이다.

핵심 추진전략에 따르면 LNG・전기・하이브리드 기술을 고도화해서 혼합연료 등 저탄소선박 기술을 개발하고 수소 등 무탄소선박 기술로 이어지도록 선박 온실가스 70% 감축기술을 종합적·체계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공부문 보유선박의 선제적 전환 및 민간부문 보급 확산을 통해 2030년까지 관공선 388척, 민간 140척 등 총 528척을 친환경선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체 대상 선박 3542척의 15%에 해당하는 선박을 친환경선박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올해에도 해양수산부와 지자체, 그리고 공공기관에서 친환경선박 보급을 위해 약 3623억원을 투입한다.

공공부문에서는 약 3119억원의 예산으로 하이브리드 추진 30척, LNG 추진 7척 등 총 46척을 친환경 추진선박으로 건조하고, 20척에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DPF) 등 친환경설비를 장착한다. 

민간부문에서의 친환경선박 도입도 지난해에 이어 계속 지원한다. 친환경선박 건조 시 선박 가격의 최대 10~30%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고, 친환경 설비에 대한 보조금과 이자비용을 일부 보전하는 등 약 34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4척의 친환경선박 건조 및 302척의 친환경설비 장착을 지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예산 1454억원을 투입해 친환경선박 기술개발과 국산화에 나선다. 정부는 예산 지원과 함께 벙커링산업의 걸림돌 제거에도 나선다.  

산업부는 TTS(Truck to Ship) 벙커링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동시 충전하는 탱크로리를 종전 2대에서 4대로 늘리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LNG벙커링과 화물하역 작업을 동시에 실시해 벙커링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SIMOS(Simultaneous Operations)를 시행할 계획이다.

LNG벙커링 산업 활성화 및 국내 항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LNG벙커링 동시작업 기술·절차 개발, 안전성 평가 및 실증을 통한 동시작업 허용기준  마련에 나서고 있다. 또한 STS 벙커링시 지연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안전관리 계획 승인제도를 신고제로 바꾸는 법안 개정을 검토 중이다.

미래 주도하는 친환경 선박 및 연료는 
Global Maritime Forum은 다양한 선종의 세계 굴지 29개 해운사를 대상으로 미래 연료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지난 4월 20일 그 결과를 담은 ‘The shipping industry’s fuel choices on the path to net zero‘ 보고서를 발간했다.

선단 규모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2030년까지 선박 연료 중 fuel oil(벙커C유 포함)가 66%, LNG와 바이오디젤이 각각 10%, 기타 연료 14%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2050년 경에는 연료유, 바이오디젤, e-암모니아가 16~17%씩, LNG와 블루 암모니아가 각각 10%씩, e-메탄올, 바이오메탄올, 바이오메탄, e-메탄이 각각 6~7%를 차지할 전망이라고 응답했다.

차세대 친환경 선박 연료로 LNG가 변함없이 큰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게 응답자들의 예측인 셈이다.

친환경 선박 이끄는 ‘LNG추진선과 벙커링’
현재 LNG는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러-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주춤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LNG 프로젝트 개발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LNG추진선 및 벙커링사업이 되살아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에 따르면 2023년 4월말 현재 전 세계 선박 중 운영되거나 발주된 총 7157척이 환경 규제에 대응중이다. 이는 지난 1년 사이 11.8%가 증가한 수치다. 

이중 스크러버 장착이 5100척으로 가장 많았지만 지난 1년간 증가율은 5.4%로 261척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오히려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운영+발주)은 신규 건조를 중심으로 지난 1년간 16.6%에 해당하는 129척이 늘어 4월말 현재 904척에 달했다.

노르웨이선급 DNV의 4월말 현재 관측에 따르면 LNG연료추진선은 2022년 356척에서 2028년 904척으로 154% 증가하는 것으로 봤으며, LNG벙커링선은 2022년 44척이 운항중이지만 2025년까지 64~85척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5월 현재 전세계에서 운항하고 있는 LNG벙커링선은 총 48척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지난해 9월 27일 명명식을 가진 해양수산부의 K-LNG Dream호와 지난 4월 21일 명명식을 가진 대한해운의 ’FUELNG VENOSAV’호, 지난 5월 10일 명명식을 가진 한국가스공사의 Blue Whale호가 포함된다. 또 지난해 10월 명명식을 가진 일본선사의 ‘Brassavola’호를 포함한다. 

이밖에 올해 기준 6척이 건조중이며 3척이 발주 논의중이다. 아울러 DNV는 전세계 연간 LNG벙커링용 소비량은 2021년 171만톤에서 2026년에는 858만톤으로 연평균 38.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까지 확정된 선단의 물량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으로 LNG연료추진선 증가 추세에 따라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030년이 되면 전세계적인 LNG벙커링 수요가 약 3000만톤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LNG벙커링 수요는 2025년 70만여톤, 2030년에는 약 140만여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LNG벙커링 가격은 4월말 현재 로테르담 기준 82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1727달러와 비교할 때 52.1%가 하락한 수치로 점차 하향 안정화되고 있는 추세다.

DNV GL의 유선일 본부장은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 수는 급속히 늘고 있고, 주요 항로를 따라 많은 벙커링 등 LNG추진선박 관련 인프라 프로젝트가 계획되거나 제안되고 있다”라며 “선주들은 선박의 수명을 고려해 미래의 선박 연료와 법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우 전쟁이후 주춤…LNG벙커링 가격 안정화 추세
가스공사 이어 포스코, SK가스 등도 벙커링사업 참여 
IMO의 규제 강화 움직임…시장 선점 방안 모색해야 

늘어나는 벙커링사업자 
친환경선박 연료로 LNG가 각광을 받으면서 국내 LNG벙커링 사업 참여기업도 늘어나고 있다.한국가스공사는 벙커링 사업 추진을 전략 육성과제로 선정하고 2020년 12월 한국엘엔지벙커링(주)를 설립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엘엔지벙커링(주)은 당초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현재 가스공사 100% 지분으로 운영중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STS(Ship to Ship), PTS(Port to Ship), TTS(Truck to Ship)의 세가지 방식의 LNG벙커링 공급이 가능한 게 강점이다.

2021년 5월 그리스 LNG 수송선을 대상으로 아시아 최초 LNG벙커링 겸용 선박인 ‘SM JEJU LNG 2호’를 이용해 STS 방식 벙커링을 개시한바 있다. 

지난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 ‘LNG벙커링 선박 건조 지원 사업’에 선정, 150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아 전용선을 발주했으며, 약 2년간 건조를 거쳐 지난 10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7500㎥급 LNG벙커링 전용선 ‘BLUE WHALE’에 대한 명명식을 가졌다. 

지난 1월 입찰을 통해 ‘현대LNG해운’을 운영선사로 선정했다. 한국가스공사는 해외 벙커링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2020년 합작법인 KLBV 1을 설립해 현대미포조선과 선박 건조계약(SBC)을 체결했다.

KLBV 1은 가스공사(지분 40%)가 법인을 운영하고, 대한해운(지분 60%)이 선박 운영 관리를 주관하는 합작법인이다.

지난해 3월 세계 최대규모인 1만 8000㎥급 벙커링선인 케이로터스(K.Lotus)호를 인도받아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쉘(Shell)에 용선했다. 케이로터스(K.Lotus)호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인근에서 선박 대 선박(Ship to Ship) 방식으로 컨테이너선 및 탱크선 등 대형 선박에 친환경 연료 LNG를 공급하게 된다.

SK가스는 울산 북항에 2024년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건설 중인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에 국내 최초로 LNG벙커링 전용 부두를 짓는다. LNG의 도입·저장·공급이 가능한 핵심 인프라가 있는 이곳 부두에 1만DWT급 대규모 벙커링 선박을 접안해 LNG를 선적·재선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울산항만공사도 LNG벙커링 사업의 타당성 분석 용역작업에 착수해 사업 타당성이 확인되는대로 올 하반기 LNG벙커링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남 광양 제2 LNG터미널을 건설 중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만㎘급 LNG 탱크 2기(7·8호기)와 제2부두를 2025년까지 건설해 제1부두에 이어 LNG벙커링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운사들도 LNG 운반선과 함께 벙커링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대한해운의 자회사인 대한해운엘엔지는 1만 8000㎥급으로 LNG벙커링선인 ‘퓨얼엘엔지 베노사’호 명명식을 가졌다. 대형 컨테이너나 유조선에 한번에 최대 약 7500톤의 LNG를 보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 선박은 케펠 O&M과 쉘의 합작투자회사인 ‘퓨얼엘엔지’와의 장기 대선 계약을 맺고 싱가포르 항만에서 LNG 추진선에 STS방식으로 LNG를 공급한다.

대한해운엘엔지는 2020년 국내 최초로 LNG벙커링 겸용선 ‘SM JEJU LNG 2호’를 시작으로 2022년 LNG벙커링선 ‘K.LOTUS호’와 이번 퓨얼엘엔지 베노사호까지 총 3척의 LNG벙커링선을 보유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17만 4000㎥급 LNG 운반선 2척과 벙커링선 1척을 추가로 인수해 총 18척의 LNG선대를 확보할 예정이다.

팬오션은 쉘 선박을 구입한 후 대선하는 ‘세일앤티씨 백(Sale&TC back)’ 방식으로 2021년 2월 쉘과 7년짜리 LNG벙커링선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같은 해 4월 쉘과 1만 8000㎥급 LNG벙커링선 1척에 대한 6년 장기 대선계약을 체결, 오는 6월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된 벙커링선을 인도받는다.

국내 조선사들은 LNG추진선박과 LNG벙커링선박 건조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다.

▲ 세계 최대 규모인 1만 8000㎥급 벙커링선인 케이로터스(K.Lotus)호가 네덜란드로 출항하는 모습.
▲ 세계 최대 규모인 1만 8000㎥급 벙커링선인 케이로터스(K.Lotus)호가 네덜란드로 출항하는 모습.

친환경 선박시장 선점해야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205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08년 대비 50%보다 더 높게 상향하는 방향과 이행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현재 IMO의 온실가스 감축전략은 2030년까지 2008년 대비 40% 개선하고, 2050년까지 배출 총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새롭게 시작된 논의에서는 이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것이다.

IMO 내 발언권이 센 EU 해운국들은 이를 이행하기 위해 선박연료유의 생산부터 이송, 연소까지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술적으로 규제하는 연료표준제도, 탄소부담금, 배출권거래제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친환경 선박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더 이상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이같은 IMO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국내 친환경선박 보급사업과 LNG추진선 및 LNG벙커링산업이 유럽·싱가폴 등 선진국과의 국제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사업의 토대가 되는 부두건설, 사업승인, 선박 건조보조 및 운영보조 등 LNG벙커링 인프라의 적극적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친환경 선박 인프라 구축에는 필수적으로 막대한 초기 자본이 소요된다. 정부는 국가 계획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투자계획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점검해야 한다.

국제적인 친환경선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신기술의 상용화와 국제표준화도 서둘러야 한다. 여전히 미흡한 법 제도를 발굴해 개선하고, 국내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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