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복 한국수자원공사 시화호조력발전소건설단 전문위원

세계 최대 규모의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오는 5월 역사적인 준공식을 갖는다.

발전은 이미 시작했지만 발전소 주변 테마공원을 비롯, 풍력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단지 등을 완벽하게 마무리 짓고 세계 조력발전사에 마침표를 찍게되는 것이다.

발전용량 25만4000kW, 소양강댐의 1.56배, 인구 50만명에게 공급할 전기를 만드는 무공해 청정에너지원으로서의 가치가 전세계에 드날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전세계에 운영중인 조력발전소는 4개뿐이다. 시화호 조력발전소 이전까지는 프랑스 랑스조력발전소(하루 24만kW, 연간 5억4400만kWh)가 최대였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랑스보다 일일발전량에서 1만kW를 웃돈다. 세계 최대 규모가 된 것이다.

캐나다 아나폴리스 조력발전소는 2만kW에 불과하고 중국 지앙시아 조력발전소는 이의 1/7수준인 3200kW 정도다. 그러니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수 있다.

시화조력발전소는 우연의 일치에서 첫 출발했다. 조력발전 탄생과정을 알고 보면 재미있다.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열정과 애국심으로 가득찬 전문 엔지니어들의 결단이 더 컸다.

지난 2000년 시화방조제는 골치덩어리였다. 풍부한 갯벌을 자랑하던 시화에서 화성까지 방조제로 막아 호수를 만들었으니 갯벌은 사라지고 이로인해 어민들은 생존권을 박탈당해야 했다.

문제는 해류가 대양과 순환하지 못해 물이 썩기 시작한 것이다.

환경단체로부터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그렇게해서 나온 대안이 물꼬를 트는 방식이었는데, 당시 한국수자원공사 발전사업부장으로 있던 필자를 비롯한 몇 명의 엔지니어들이 조력발전을 제안한 것이다.

인천은 조석간만의 차(밀물)가 하루 4시간 30분씩 두 번이다. 즉 9시간 동안 발전이 가능하다. 전세계에서 이정도의 호조건을 갖춘 곳은 인천뿐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원 확보만이 살길이라고 믿었던 필자에게 조력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당시 유가 수준으로는 무리한 계획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합당한 이유와 명분이 필요했다. 당시 국제유가가 리터당 28달러 수준이었으니 오늘날과 같은 고유가는 예상도 못하던 시절. 굳이 복합화력발전소가 있는데 무리하게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조력발전소를 건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그때 필자의 아이디어는 어차피 시화방조제가 실패한 국책사업이었고 다시 물꼬를 트는 대공사를 한다면 여기에 조금만 더 예산을 투입해 조력발전소를 건설한다 해도 건설비 부분에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이러한 필자의 의지는 통했다. 아울러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원유가격 폭등에 대비해야 하고 기후변화협약에도 대응할 필요성이 있었기에 조력발전소 전환은 정부 당국자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2001년 당시 국내에서는 조력발전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다.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전기사업 허가를 받아야 했고 사업허가조건은 전기사업법에 명시되어 있었는데 그 당시 전기사업법에는 태양광, 풍력발전은 있었지만 조력발전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법을 개정하고 근거규정을 만들면서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만든 것이다.

현재 국제 유가 상황이라면 발전원가 대비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거두는 수익은 매년 1천억원을 상회할 것이다. 따라서 10년만 가동하면 그동안 투입된 돈을 뽑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시화호는 방조제로 인해 나빠진 수질이 개선됐고 세계의 자랑거리인 최대규모의 조력발전소도 보유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아무도 해보지 않았던 미개척분야. 우리는 그것을 해내기 위해 프랑스도 가고 캐나다도 갔다. 백지위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계도를 완성했다.

이제 이 노하우는 완전히 우리의 것이 돼서 전세계에 퍼질 것이다. 지난 반세기,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

필자의 후대 엔지니어들이 이러한 전통과 강한 정신력을 이어가길 바란다. 그동안 가보지 못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이번주 간다. 지난 40년동안 묵묵히 필자의 곁을 지켜준 아내와 동반이다. 이제야 보상하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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