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현대차·기아·제네시스 모델 생산
로보틱스·AI 등 미래형 ‘제조 혁신’ 플랫폼 도입한 스마트 공장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 공장도 추진…미국서 안정적 조달 체계 구축

[에너지신문]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조지아 주 브라이언 카운티(Bryan County)에 ‘전기차 전용 신공장’ 기공식을 갖고, 글로벌 ‘전기차(EV) 톱 티어’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공식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공식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5일(현지시간)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기공식을 열고, 전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시설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현대차그룹이 설립하는 HMGMA는 1183만㎡(약 358만평) 부지에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이 공장에서는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의 3개 브랜드 전기차 모두를 직접 생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차는 다차종의 전기차를 탄력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현지 고객의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미국 내 현대자동차그룹 생산거점 3곳이 인접해 있어 부품 조달이나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HMGMA는 같은 조지아 주에 있는 기아 미국생산법인(Kia Georgia)과는 약 420km, 앨라배마 주 현대자동차 미국생산법인(HMMA) 과도 약 510km 거리에 있다. HMGMA와는 각각 차로 4시간, 5시간 거리에 있다.

이러한 환경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HMGMA’를 최고 수준의 미래형 혁신 공장으로 운영할 계획이고, 이는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실증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 도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HMGICS의 제조 혁신 플랫폼에는 △수요 중심의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탄소중립·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달성을 위한 친환경 저탄소 공법 △안전하고 효율적 작업이 가능한 인간 친화적 설비 등이 포함돼 있다. 

▲ 기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
▲ 기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

예를 들어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통해 근로자 작업 강도를 낮출 수 있고, 공정 내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물리적 방문없이 원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제조기술 혁신 및 지능형·로보틱스 시스템 적용으로 브랜드를 대표하는 ‘인간 중심 미래공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메타모빌리티의 가능성을 고객 일상으로 실현하는 ‘지속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공장’이라는 취지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신공장의 정식 명칭에도 ‘메타플랜트’를 붙였다.

조지아 주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계획이다. HMGMA 건설에 맞춰 각종 인센티브를 단계별로 지급할 계획이다. 일자리 창출에 따른 소득 공제, 재산세 감면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다. 주정부 산하 지방자치단체에선 발전소 용지 및 도로 건설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한다. 

美 전기차 시장 공략 ‘핵심기지’…배터리 합작 공장도 추진
현대차그룹은 2025년 상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HMGMA’을 미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핵심기지로 여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약 12%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며, 이중 대표적 선진 시장인 미국에서 2030년 전기차 84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 2025년 상반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갈 HMGMA 조감도.
▲ 2025년 상반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갈 HMGMA 조감도.

올 들어 3분기(1~9월)까지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전기차 4만 7095대를 팔아 전년동기대비 212.0% 판매량이 증가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1만 8492대)를 필두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2.3% 증가한 2만2418대를 판매했으며. 기아는 EV6(1만 7564대)를 비롯해 전기차 2만 4677대를 팔아 같은 기간 판매량이 322.2%나 늘었다. 

이러한 효과로 미국에서 내연기관을 포함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체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4.3%·올 1~3분기)이 지난해 1~9월(1.3%)보다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HMGMA가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현대차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뿐 아니라 배터리 공장도 지어 전기차 제조·판매에 필요한 안정적인 현지 조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배터리셀 공장을 HMGMA 인근에 설립키로 했다. 

합작 배터리 공장에는 현대와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에 최적화한 배터리 제품을 공동 개발해 양산하고, HMGMA에서 고효율·고성능·안전성이 확보된 높은 경쟁력의 전기차를 적시에 생산해 현지 판매할 방침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도 전기차 전용 생산기지들을 건설, 전동화 전환에 더욱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울산공장 내 주행시험장 부지에 신형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기아는 오토랜드 화성에 PBV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기로 했다. 두곳 모두 HMGMA와 같은 시기인 2025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국내외 전기차 전용 거점 3곳을 발판삼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입지가 한 차원 올라감으로써 국내 완성차 및 전기차 수출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자동차·기아의 국내 생산량은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 가동 직전인 2004년과 비교해 12%, 완성차 수출액도 같은 기간 79% 증가한 바 있다. 

2030년까지 현대자동차(제네시스 포함)는 18종, 기아는 13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국내에서만 연간 144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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