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12조’ 역대급 정제마진…脫정유 전략 속도 가속화
정유 4사, 수소에 화이트바이오·주유소인프라 활용까지 확장

[에너지신문]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정유사들은 기존 정유사업뿐 아니라 미래 에너지 등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친환경 신사업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고유가와 정제마진 초강세로 올해 1분기, 2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신사업 발굴에 계속 속도를 내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정유사업에만 몰두하기보다 지금의 호성적을 기반으로 탈(脫)정유 전략을 통해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지난 8월 16일 발표한 정유 4사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총 12조 31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6조 785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역대 최고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보다 249% 늘어난 3조 978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GS칼텍스는 3조 2132억원(218%↑), S-OIL은 3조 539억원(154%↑), 현대오일뱅크는 2조 747억원(206%↑)의 영업이익을 각각 거뒀다.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간 정유업계지만, 앞으로 이같은 호성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 확대되고 있는 데다, 친환경, 기후위기 등의 영향으로 석유 수요 둔화로 국제유가도 떨어지고 있다. 고공행진이던 정제마진도 서서히 내려오고 있다.

이에 정유사들은 친환경에너지 등 비(非) 정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돌입했다.

▲ 현대케미칼 혼합자일렌 생산공장 전경.
▲ 현대케미칼 혼합자일렌 생산공장 전경.

현대오일뱅크, 블루수소에 ‘화이트바이오’ 추가
현대오일뱅크가 블루수소, 친환경 화학소재와 함께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추가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그간 ‘블루수소’에 집중했다. 수소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전량을 회수,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추진해 진짜 블루수소를 만든다는 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 공정용 탄산가스와 드라이아이스 등을 제조하는 이 공장에 800억원을 투자해 완공한다는 계획으로, 기존 수소 제조 공정이 블루수소 생산기지로 탈바꿈, 탄소배출저감과 추가 수익 창출 이라는 부가 효과도 기대된다. 또한 총 4000억원을 투자, LNG와 블루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발전소 건설도 추진한다.

여기에 현대오일뱅크는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미래 신사업 중 하나로 찜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기름찌꺼기, 폐 식용유, 땅에 떨어진 팜 열매 등 비식용 자원을 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화이트바이오 사업의 구체적인 로드맵도 수립했다. 1단계로 2023년까지 대산공장 1만㎡ 부지에 연산 13만톤 규모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공장을 건설하고 2024년까지 대산공장 내 일부 설비를 연산 50만톤 규모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Hydrogenated Vegetable Oil) 생산설비로 전환할 예정이다.

2단계로는 HVO를 활용한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를 생산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고, 마지막 3단계에서는 2026년까지 글리세린 등 화이트바이오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 케미칼 사업을 추진한다. 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연간 100만톤에 달하는 화이트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존 정유 공정의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접목해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며 “2030년까지 화이트바이오, 블루수소, 친환경 화학‧소재 등 신사업 이익 비중을 70%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GS칼텍스, 수소·UAM·화이트바이오에 주목하다
미래 먹거리로 수소·모빌리티 사업을 주목해온 GS칼텍스는 ‘화이트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는 친환경 바이오 원료사업에도 나선다.

GS칼텍스는 LG화학과 함께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의 핵심원료인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 ‘3HP(Hydroxypropionic acid)’ 시제품 생산을 위한 실증플랜트 착공에 돌입했다.

2023년까지 3HP 실증플랜트를 구축해 시제품을 생산하고 상업화를 공동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후 상업화를 통해 생분해성 소재 및 다양한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진입을 가속화 할 계획도 세웠다.

전세계적으로도 3HP에 대한 기술개발 시도는 있었으나 아직까지 상용·상업화된 사례는 없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앞으로 GS칼텍스는 화이트바이오 분야 연구개발을 통한 ESG역량 강화와 지속가능한 바이오 생태계 실현을 위한 자원효율화 및 순환경제 구축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내 정유사 중 GS칼텍스만 생산하고 있는 복합수지(Compounded Resin)를 활용, 폐플라스틱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물성의 재료를 혼합해 성능, 품질에 대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업사이클링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 UAM 수직 이착륙장인 버티포트(Vertiport)를 구축, 일명 ‘하늘을 나는 택시’ 시대를 그리고 있다. 주유소는 도심을 비롯해 전국에 고르게 분포돼있고, 천장공간이 개방, 비행체가 이착륙하기 용이해 UAM 거점으로 적합하며 버티포트 구축 시 다른 네트워크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편 수소사업은 청정수소 생산·수입·운송·활용까지 전 분야에 걸쳐 사업 플랜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가스공사와 2024년까지 연산 1만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건설하고, 한국동서발전과 2023년 완공을 목표로 15MW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구축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 S-OIL과 FCI이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 S-OIL과 FCI이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S-OIL,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 ‘적극적’
S-OIL은 새 성장 전략 ‘비전2030’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 정유·석유화학‧윤활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연료전지·리사이클링 등 신사업 분야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ESG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수소산업 전반의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S-OIL은 올해 1월 사우디아람코와 저탄소(lower carbon) 미래 에너지 생산 관련 연구개발(R&D), 벤처투자 등 대체 에너지 협력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번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S-OIL과 사우디아람코는 경쟁력 있는 블루수소와 블루 암모니아를 국내에 들여와 저장, 공급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잠재 기회발굴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었다. 블루수소, 블루암모니아의 국내 도입과 공급을 위한 연구개발(R&D)에도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S-OIL은 사우디아람코와 수소생산, 탄소포집 관련 신기술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며, 탄소중립 연료인 이퓨얼의 연구와 플라스틱 리사이클링 관련 기술 개발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에너지 신기술과 탈탄소 관련 사업 분야의 국내 벤처 기업에 공동 투자하고 이를 통한 관련 신기술 확보에도 협력을 약속했다.

아울러 연료전지 전문기업과 협업해 친환경 수소, 연료전지, 신에너지 사업의 연구개발 업무를 공동 수행한다. 이를 위해 연료전지 기반 청정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프씨아이(FCI)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 연료전지 연료 다변화 연구와 실증, 이를 활용한 사업화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암모니아 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공정 개발, LNG‧LPG‧암모니아‧수소 등 연료 맞춤형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제품 기술, 연료전지를 활용한 이산화탄소 포집과 재이용 기술 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실증 프로젝트와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한다.

또한 블루‧그린수소 생산과 활용 기술, 그린수소를 이용한 이퓨얼(e-Fuel) 및 이케미컬(e-Chemical) 생산 기술, 연료전지와 신재생 에너지 융복합 발전사업 개발에도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그린비즈니스 집중 공략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5년까지 30조원을 그린사업에 투입, 친환경 사업 비중을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특히 수소사업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우선 탈탄소화 사업 전환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인천석유화학단지에 대규모 액화수소 생산기지를 건설, 2025년 총 28만톤 규모의 수소를 생산한다.

더 나아가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계열사 인력으로 구성된 수소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사업 추진단을 신설했고, 그룹 차원에서 수소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여기에 수소생산과 유통, 공급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통합 운영해 수소 사업 안정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배터리·소재사업에는 2018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투자된 8조원을 포함해 총 20조원을 투입한다. 수소와 소형원자로(SMR),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그린 에너지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SMR 기업인 미국 테라파워와 협력관계를 맺었고, 6월에는 미국 암모니아 연료전지 시스템 전문기업 아모지에 380억원을 투자했다.

이외에도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발전사업 및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한 수소·전기차 충전사업에 진출하는 등 친환경에너지와 관련 사업을 다각도로 모색, ‘그린 비즈니스’를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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