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광물 공급망 확보 시급
[기고] 美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광물 공급망 확보 시급
  •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 원장
  • 승인 2022.09.27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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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기회 삼아 광물자원공사 해외자원 개발기능 복원시켜야

[에너지신문] 지난 8월 17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The 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이 바이든의 서명을 얻어 최종 발효됐다.

7400억달러(약 966조 4400억원)에 이르는 규모로, 미국시장에서의 보조금(세액공제) 적용을 위한 미국·북미 등 특정지역에서의 전기차 의무생산과 주요 배터리 광물·부품 조달 비율조건이 명시돼있는 법안이다.

이에 따라 미국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둔 국내 배터리·소재 및 전기차 제조업체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보조금 지급 조건을 명시한 법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머지않은 2023년 1월부터 배터리의 주요 부품(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중 50% 이상은 북미에서 제조된 것이어야 한다.

이 비율은 점차 높아져 2029년에는 북미 제조품 100%까지 확대된다. 더구나 북미에서 최종조립(Final Assembly)을 마쳐야만 한다는 조건도 따른다. 여기까지 준수한다면, 전기차 신차 1대당 지원되는 보조금 최대 7500달러의 50%를 받을 수 있다.

두 번째, 나머지 보조금 50%까지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자재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를 통해 공급받아야만 한다. 이 비율은 2024년 40%에서 2026년 80%까지 확대된다.

전기차 관련(배터리 포함) 미국 내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강화하고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의도가 명백히 드러난 법안이라고 볼 수 있다.

IRA의 첫 번째 보조금 조건(주요 부품 북미산 50%)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기아의 생산 계획 재조정이 필요하다.

미국 전기차 생산기반 구축, 즉 조지아 전기차 전용공장(2025년초 예상, 연간 30만대규모) 신축 기간을 앞당기거나 기존 미국공장 내 생산라인 증설 또는 개조하는 것이 현지 전기차 생산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방안이다. 다만 이는 현대차‧기아 노사간의 단체협약 사항으로서, 국내 노조와의 협의가 선결돼야 한다.

IRA 기회 삼아 배터리 광물공급망 구축 서둘러야
현대차·기아 노사간의 협의는 내부요인이므로 자체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IRA 두번째 보조금 조건(핵심자재 미국산 또는 대미 FTA 체결국에서 수입)은 만만치 않다.

올해 1~7월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입 비중은 84.4%를 기록했다. 또한 코발트와 천연 흑연의 중국 수입 비중은 각각 81.0%, 89.6%에 달했다.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혼합물인 전구체는 지난해 수입 물량의 94%가 중국산인 것으로 집계됐다. 양극재뿐만 아니라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 4대 핵심부품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이 50~70%에 육박할 만큼, 당장 중국을 대체할 만한 공급망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멕시코와 칠레 등 몇몇의 대미 FTA 체결 자원 부국에서는 핵심광물로 꼽히는 리튬‧니켈‧코발트‧희토류 등을 두고 벌써 자원 국유화, 무기화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 멕시코 의회는 2022년 4월 19일 리튬 탐사‧개발‧채굴 권한을 국영기업에만 맡기겠다는 국유화 법안을 통과시켜 정부가 독점하도록 광업법을 개정했다. 칠레도 올해 3월 리튬광산을 국유화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 초안을 만들었다.

이렇듯,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자원 공급망 구축에 갈수록 난항이 예상된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LX인터내셔널·포스코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인도네시아 니켈광산 투자에 나섰고, 포스코홀딩스는 2024년 리튬 자체 조달을 목표로 아르헨티나 리튬공장에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이 국가들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나마 안도할 수 있는 점은 적어도 두 번째 요건에 있어서 만큼은 IRA라는 폭풍을 맞이할 배에 우리 기업만 타고 있진 않다는 사실이다. 이는 세계 동종업계 전반의 공통된 부담으로, 모두가 한 배를 탄 채, 각자 폭풍을 헤쳐나갈 방법을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 포드, GM, BMW, 현대차‧기아 등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이 속해 있는 ‘자동차혁신연맹’은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몇 년간 대부분의 미국 내 친환경 차량이 IRA의 보조금 지급조건에 부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현대차·기아의 빠른 현지 전기차 생산기반 구축 및 배터리 공급망 재정비 성공 여부가 향후 미국시장 내 전기차 판매 성과를 결정할 주요 관건이다.

윤석열 정부는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을 자원안보 범위에 포함하고, 민간 주도로 광물 자원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 주도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과연 의문이다.

매해 결산을 공개하고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민간기업은 적자가 지속되면 해당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으로 대표되는 자원개발의 특성상, 투자규모에 관계없이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기업 오너조차 강단있게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광물자원개발 과정은 ‘탐사-개발-생산’ 단계로 이뤄진다. 그 첫 관문인 자원탐사 단계는 지표와 지하에 있는 경제성 있는 광물을 찾아내는 과정으로 ‘개발-생산’ 단계에 비해 성공률이 가장 낮다.

실제로 세계 2위의 광산기업인 호주 리오틴토(Rio Tinto)의 자원탐사 성공률이 2015년 기준 0.1% 수준이다. 그러므로 핵심광물 자원개발을 단기성과가 중요한 민간기업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정부의 계획에는 무리가 있다.

우선 정부는 자원개발이 그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실패 확률이 매우 높고, 긴 안목과 인내가 필요한 사업이라는 점을 이해해야만 한다.

미국의 IRA를 기회로 삼아 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원 개발기능을 복원시켜, 정부가 앞장서고 민간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상돼야 한다. 탈중국화와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시간이 많질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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