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에너지가격 유례없는 급증…한국도 여파
공급보다 중요한 절약,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에너지신문] 지난 여름 때 이른 무더위로 7월 7일 전력수요가 9만 2990MWh를 기록,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전력 예비율이 7.2%까지 떨어져 많은 이들을 긴장시켰으나, 에너지 업무에 종사하는 많은 관계자를 비롯한 전 국민이 합심해 노력한 덕분에 위기 상황 없이 무사히 여름철을 넘길 수 있었다.

우리와는 결이 약간 다르지만 유럽 또한 엄청난 어려움을 겪은 여름을 보냈다. 500년만의 최악이라는 역대급 가뭄으로 유럽 대륙의 64%가 가뭄의 영향에 들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맞물려 가스를 무기화하면서 지난해 12월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던 야말-유럽 가스관을 차단한 이후에 유럽으로 공급하던 천연가스를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은 큰 에너지 위기를 맞았고, 이는 곧바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줄어들었던 에너지 수요가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 서서히 늘어나면서 시작된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은 이러한 여파로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등했다.

최근 2년 사이 저점 대비 에너지 가격을 살펴보면 천연가스는 34배 이상, 석탄은 8배 이상, 원유는 5배 이상 급등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가뭄으로 줄어든 수력발전량과 함께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력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독일은 지난 7월과 8월 석탄발전 4.3GW 재가동을 승인했으며, 연말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던 3기의 원자력 발전소 폐쇄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전력 부문의 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 2.5GW의 재가동을 고려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탈석탄 정책 추진으로 가동을 중지한 생아볼드 석탄발전 재가동을 검토 중에 있다.

‘에너지 위기’ 맞은 유럽의 자구책은?
유럽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EU 에너지 위기 대책으로 對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중단하고 친환경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REPowerEU’를 발표했다.

에너지 소비절감과 공급망 다변화, 그리고 신재생 보급 확대로 구성된 이 대책은 2030년까지 에너지소비 감축 의무를 기존 9%에서 13%로 늘리며 절약 활동을 통해 1년 이내에 5%의 에너지를 절감하겠다고 한다.

▲ 지난 7월 4일 열린 '에너지효율혁신 발대식'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가운데) 장관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지난 7월 4일 열린 '에너지효율혁신 발대식'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가운데) 장관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단기간에 에너지절약 5%를 달성하기 위한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가정과 소규모 기업의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한 정보제공과 캠페인 통해 1100만toe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난방과 보일러 온도를 낮추도록 유도하고, 피크 시간대에 소비를 피하고, 출입문은 닫고, 사용하지 않는 방의 난방은 끄고, 전등 소등과 소매점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절감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며, 에너지 진단과 열 난방 시스템의 현장 점검 등으로도 350만toe의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더불어 고효율 가전제품 구입을 권장하고,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을 통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으며, 고속도로 운전속도를 줄이거나 대중교통 및 자전거 이용을 독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EU는 7월 에너지장관 긴급 승인회의에서 동절기 가스수요 감축을 위한 입법문서인 ‘Save Gas for a Safe Winter’에 합의했다. 2022년 8월부터 8개월간 “가스수요를 15% 줄이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에게 절약 필요성을 전파하고, 공공부문 건물 소비감축을 의무화했다.

또 상업시설 사무실과 공공장소 소비를 감축하는 등의 소비자 에너지사용 행태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과 함께 산업계 중심의 소비감축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과 재생에너지 사용과 기술적 조건 충족 시 원전을 활용하는 연료전환 독려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유럽 각국의 노력을 살펴보자.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등 거의 모든 유럽 국가가 난방 온도를 기존 20℃에서 19℃로 낮춰 제한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는 위반 시 500~3000유로의 범칙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난방을 하면서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개문난방과 광고판 점등 시 범칙금을 부과하기로 했고 까르푸, 오샹 등 프랑스의 대형마트들은 오는 10월부터 매장 내 실내조명을 개장전 50% 낮추고, 전력피크 시간대엔 30%를 낮추는 등 자발적으로 에너지절약 운동을 시작한다.

독일은 공공장소 야간조명을 소등하기로 하였으며 일부 시에서는 사우나와 공공수영장의 수온을 5℃ 낮추도록 하고 있다. 스페인의 상점과 사무실은 밤 10시 이후에는 소등해야 하며, 재택근무와 넥타이 미착용 등 캐주얼 복장을 권장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핀란드는 샤워는 5분 내에 마치도록 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에너지절약 실천, 생활 속에서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이 1,2차 석유파동에 버금가는 위기라고 걱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천연가스의 40% 정도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는 유럽이 큰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 하물며 에너지의 9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의 현상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상반기 무역수지는 10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3503억달러로 역대 동기 대비 최대를 달성했으나, 수입이 3606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적자가 난 것이다.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상반기 에너지 수입액 상승분만 410억달러로 적자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됐다.

우리는 예전에 한등 끄기 운동부터 시작, 내복 입기 캠페인까지 에너지절약을 위해 전 국민이 동참하는 저력을 보였다.

한때는 변기에 벽돌을 넣어서 물을 절약했으며, 밤 12시가 되면 불을 끄도록 하고 심야영업을 단속하던 때가 있었다. 오래된 얘기가 아니다. 자정 이후 불끄기를 장려하면서 골목을 누비고 다니던 때가 불과 20여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에너지소비가 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에너지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우리 집만 봐도 그렇다.

▲ 지난 7월 21일 서울 명동에서 실시한 '시민과 함께하는 여름철 에너지효율혁신 캠페인'에서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오른쪽 세번째)이 적정온도 26도 준수 및 여름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하기 위해 명동력 인근 상점을 방문하고 있다.
▲ 지난 7월 21일 서울 명동에서 실시한 '시민과 함께하는 여름철 에너지효율혁신 캠페인'에서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오른쪽 세번째)이 적정온도 26도 준수 및 여름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하기 위해 명동력 인근 상점을 방문하고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에너지는 아끼는 것이라는 교육을 받아와서인지 외출할 때나 빈방의 조명은 끄는 것이 생활화돼 있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그렇지가 않다.

저녁에 퇴근, 빈방에 불이 껴져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아이들을 야단치면서 에너지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지만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은 종종 빈방에 불을 켜두고 외출을 하곤 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돈을 버는 것보다 돈을 아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교육받아 왔다. 하물며 에너지는 우리가 스스로 생산할 수 없는 것이다. 대부분 외국으로부터 돈을 주고 사와야 하는 것이다. 더 많이 공급하는 것보다 어떻게 이용하면 효율적인지, 낭비가 없는 것인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겠다.

국민 하나하나가 작은 실천을 하고 언론은 이러한 내용을 공유하고 칭찬하면서 민-관-언이 합심, 2인 3각으로 발맞춰 나아간다면 사상 유래가 없는 지금의 에너지 위기도 거뜬하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신문이 국민들의 작은 실천을 이끌어내는 위기 극복의 첨병이 돼 맹활약할 것을 기대하면서, 조만간 예쁜 목도리를 하나 장만해서 올겨울에는 자랑하고 다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