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서 전문가 한목소리
“에너지원 장단점 제각각...균형잡힌 에너지믹스 필요”

[에너지신문] 전문가들이 에너지요금 현실화와 주민수용성 강화, 정치적 이념에서 벗어난 합리적 에너지정책이 필요하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한종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전환정책과 팀장의 새정부의 에너지정책 발표를 시작으로 산학연 및 시민사회 소속 전문가들이 참여한 패널토론, 마지막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패널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21세기에 들어선 이후 선진국들은 국가에너지계획 수립. 유럽은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OPEC에서 수입하는 석유 양이 크게 줄었다”며 “우리 정부도 여러 에너지정책을 세우고 추진해왔으나 아쉽게도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세워서 청정에너지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는 1,2차 석유위기 당시 국내산 무연탄 개발로 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 또 다른 변화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요금 정상화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에너지요금 정상화가 안 될 경우 공급안정성에 위험 올 수 있다. 가능한 빨리 비용최소화 및 요금정상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안정적 에너지공급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설비구축이 필수적이며,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 공급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산업부, 중앙 및 지방정부의 노력 필요하고 법제도 역시 정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에너지 규제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하고 현재의 거버넌스와 메커니즘이 잘 짜여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박 교수는 “모든 에너지원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에너지 위기를 잘 극복하는 국가는 포트폴리오가 잘 구축돼 있다”며 “절대 하나의 에너지원에 매몰되지 말고 균형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패널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허은녕 서울대 교수.
▲ 패널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허은녕 서울대 교수.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재생에너지를 필요한 만큼 늘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실천해야 한다”며 “에너지저장, 효율향상,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정부의 원전 확대정책에 대해 “출력경직성에 대한 고려 없는 원전 확대는 더 많은 비용을 유발한다”며 “영국과 미국 캘리포니아 등 해외사례를 참고해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에너지믹스에서의 문제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SMP 중심의 전력정책은 재설계해야 한다”며 “SMP 상한제는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새로운 계약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전력판매시장 개방과 이를 위해 원가가 충분히 반영된 전기요금 현실화를 재차 강조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새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쓴소리를 했다.

이지언 활동가는 “새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탈원전 폐기와 원전 확대가 골자다. 원전을 늘리고 재생에너지 하향이 핵심인데, 이는 바람직한 방안이 아니다”라며 “비용효과적인 측면에서 태양광·풍력이 가장 효과적이고, 원전은 한참 아래다. 이런 부분이 정책에 반영됐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유럽국가들의 탈탄소 목표가 우리보다 훨씬 높은 상황에서 원전 비중을 높이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 또 사용후핵연료 포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여전히 숙제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지언 활동가는 “특히 석탄발전을 줄이지 않고 원전을 확대한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재생에너지 목표 하향 역시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에너지정책 수립에 있어 다양한 시민사회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의견수렴의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김녹영 대한상의 탄소중립센터장은 에너지정책의 정치적 이념 지양과 합리적 에너지믹스를 주장했다.

김녹영 센터장은 “에너지 분야는 합리적이고 균형잡힌 정책 필요하다”며 “새정부가 에너지기본계획 앞당겨 수립하고,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잘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값싼 노동력만큼이나 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미래 에너지의 불확실성, 기업들의 생존과 직결된 전기요금 인상 역시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김 센터장은 “RE100은 당면한 문제이지만 국내 기업들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따라서 PPA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새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어 정책의 일관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한 에너지가 산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를 절약한다면 가격을 낮추는데 일조할 것“이라며 ”정부가 국민들에게 현재의 에너지 위기상황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김진 산업부 에너지전환정책과장.
▲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김진 산업부 에너지전환정책과장.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화에 대한 준비를 강조했다. 또한 수요관리와 수용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임 위원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전기화”라며 “상당부분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전환되면서 전력수요가 높아진다는 전제 하에 에너지믹스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합쳐도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고 임 위원은 지적했다. 따라서 경제성·수용성·계통안정성을 체계적으로 검토해 목표를 설정하고, 특히 국민수용성 확보가 에너지정책에서 최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새정부는 수요관리와 효율화를 전제로 핵심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전력시장에서 가격시그널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시장 원리에 맞춰 정책을 짜야 한다”며 “에너지정책은 이념보다는 현실과 실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야 한다. 방만하게 사용했던 에너지 소비행태를 스마트하게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패널토론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는 정부 대표로 참석한 김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전환정책과장이 답변에 나섰다.

김진 과장은 전 정부 에너지정책과의 정합성을 묻는 질문에 “정부가 바뀌면 에너지정책도 당연히 변화가 있다”면서도 “최대한 모순되지 않게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RE100 참여에 대한 제도적 지원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태양광·풍력산업계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도 지속해 나갈 것임을 약속했다.

아울러 EU 의회가 최근 원전과 가스를 ‘택소노미(Taxonomy)’에서 배제키로 결정한 것과 관련, “유럽과 상관없이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대통령 취임 초기 논란이 됐던 한전 민영화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큰 잡음 없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나, 질의응답 도중 일부 질문자가 질의 대신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을 늘어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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