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기공 연구소장 이돈형

1980년대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가스보일러는 현재 1200만대 수준이 설치됐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연평균 생산량은 약 100만대 정도며 지난해는 약 120만대 정도 생산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의 가스보일러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단일 국가 시장으로는 최상위급에 드는 시장이다.

가스보일러는 자연배기방식(CF)에서 지금은 강제배기방식(FE), 강제급배기방식(FF)으로 보급되고, 일반보일러에서 콘덴싱보일러로 발전하면서 그동안 수많은 개발과 수정을 반복했다. 개별적인 R&D 과정을 거쳐 7개 제조사별로 특징 있는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보일러의 새 전성기’라는 말이 나오는 수준이다.

최근 신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자원개발과 효율 향상 기술개발이 국가의 주요 에너지 시책이 됐을 정도로 중요해졌다. 효율이 높아야 더 적은 연료로 더 많은 열량을 발생하도록 하고 그 만큼 지구온난화 방지와 녹색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스보일러도 효율향상과 저공해 기술 개발이 국내외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보일러 제조사도 산학연이 컨소시엄을 이뤄 고효율, 저공해 가정용 가스보일러를 개발하거나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또 포화상태의 국내시장 한계를 극복해 제품을 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유럽 품질환경인증 기준인 CE마크를 획득하는데도 아낌없는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CE마크 획득은 곧바로 제품의 품질 보증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제조사는 승인된 대로 품질 제도에서 발생하는 의무를 만족하게 하려고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해 그 품질이 계속해서 유지되도록 자신을 채찍질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스보일러 제조와 검사기준도 제품의 안전성을 향상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럽연합기준(EN)을 기술기준으로 채택하고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기준 통합고시 중 일부개정령도 일찌감치 고시했다.

결국 국제 경쟁력 수준으로 도달하기 위해서는 보일러의 안전성, 품질환경향상과 제조의 책임이 연구개발·생산의 주요한 핵심 내용이 된 것이다. 즉 외국인도 선호할 제품이 되도록 하고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더 높이기 위해 CO농도 감지와 차단, 전기적 안전성(LVD) 평가, 전자파 적합성(EMC) 평가, NOx 농도 측정 등이 포함돼야 하며 이는 신제품이나 수출을 위한 제품을 개발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항목임에는 틀림없다.

유럽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해 고효율, 저공해의 신기술 연소기기와 각종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감한 연구와 제조설비 확충을 위한 투자와 인력이 투입 돼야 한다. 그러면 그 이후 나온 제품은 가치가 높고 그에 맞는 적절한 가격이 유지될 것이다. 소비자가 그 가격에 공감하며 구매가 제대로 이뤄지는 이유다. 이제는 유럽의 기술개발 방식을 따라가고 그에 따른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품질과 기능에 대한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보자. 기술경쟁보다는 가격경쟁으로 치닫는 지금의 현실에서 보일러의 가치를 인정받기 쉽지 않다.

국내 보일러 시장의 유통 현실은 어둡다. 세계 최대의 보일러시장으로 성장한 국내 가정용 가스보일러산업은 가격의 과열경쟁으로 일부 단체 납품은 제조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제조사의 성장은 이윤증대에 있다. 이윤의 일부는 연구개발비로 투자돼야 하나 여러 가지 국내 보일러 시장의 환경을 봤을 때 도리어 보일러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보일러 국내 기술력은 우수하다. 지금의 기술로도 경쟁력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그 기술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경쟁보다 가격경쟁이 더 치열하기에 점점 벌어지는 유럽제품과의 기술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값대로 받는 보일러 판매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신기술 개발도 제대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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