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한 달째, 이차전지 원자재 가격이 연일 폭등하고, 일부 광물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다행히 국내로 수입되는 배터리 광물 가격은 아직 영향이 미미하다. 대부분 중국, 호주, 남미 등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 국가들 중 러시아-우크라이나에 못지 않게 위태로운 관계를 가진 국가, 중국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대만 간에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것이란 것은 불보듯 뻔하다. 특히 국내 2차전지 산업에는 ‘대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이차전지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의 80% 이상은 중국에서 가져온다. 흑연과 망간 등의 대(對)중국 수입 비중은 각각 88%, 99%에 이를 정도다.

흑연과 망간은 2차전지 내 음극재, 양극재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원자재 중 하나다. 이 뿐만이 아니라 수산화리튬 79.1%, 수산화코발트 88.5%, 황산코발트 81.5% 등 다른 2차전지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 역시 80% 내외에 이른다.

이처럼 중요한 품목의 공급망을 분산시키지 않고 한 곳에만 의존할 경우, 공급망 위기 발생 시 충격파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때문에 만약 중국-대만 간에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미국의 개입과 국제사회의 제재 수위 등에 따라 중국으로부터의 이차전지 원자재 수입이 어려워지거나 완전히 차단될 가능성도 있다. ‘가격폭등’보다 더 심각한 ‘수급중단’ 사태를 겪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곧 새로 시작하는 차기 정부는 무엇보다 ‘자원안보’의 중요성을 이해한 후 해외광산 개발에 있어 단기적 ‘수익성’보다는 장기적 ‘수급부족’에 대비, 독자적인 원자재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망간이나 흑연은 중국 외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미, 호주 등 전 세계에 고루 매장돼 있어 새 정부의 지원정책에 따라 얼마든지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광산투자와 개발이 가능하다.

현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자원안보 역량을 높이기 위한 미래 전략이 부재하다.

특히 최근 10여년간, 정부의 자원개발 투자와 관심은 저조하다 못해 참담한 실정이다. 실제로 광물자원공사 등의 공기업 해외자원개발 투자금은 2011년 8조 5000여억원에서 2020년 8500여억원으로 10분의 1로 추락했다.

민간영역의 자원개발 융자 예산규모 역시 2010년 3093억원에서 2021년 349억원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2012년 33건에 달했던 신규 해외자원개발 건수는 2020년 2건, 2021년 상반기 1건으로 완전히 소멸 직전 상태다.

탈 중국화 및 새로운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우선 새 정부가 해외자산을 다시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미 매각된 11개를 제외한 나머지 15개 해외자산은 매각을 결정짓기 전에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한 후 옥석을 가려 낼 필요가 있다.

특히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코발트 광산, 파나마 꼬브레파나마 구리 광산, 멕시코 볼레오 동광산의 매각 진행은 중단시켜야 한다.

이중 파나마의 꼬브레파나마는 세계 최대의 구리 광산이다. 자동차 부품, 이차전지의 핵심 원자재인 구리를 연간 최대 35만톤씩 향후 35년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중요한 광산으로, 우리 산업계에 꼭 필요한 원자재 공급원이 될 가치가 높은 곳이다.

물론 과거 ‘묻지마’식 해외자원개발 투자로 혈세를 낭비하고 적폐의 상징으로 전락해버린 공기업의 사례가 다시 반복되지 못하도록, 강력한 법적 장치 마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새 정부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의 다양한 충격으로부터 우리 기업과 경제를 보호하는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충실하게 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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