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소비자안전협회 나경수 부회장

▲ (사)한국소비자안전협회 나경수 부회장
우리나라에서 제조물책임(PL법)이 시행된지 벌써 10년이 돼가고 있다. 2002년에 시행됐으니 내년이면 10년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PL상담센터간에 상호 정보교환, PL관련 문제점 토의, PL사고 원인규명, PL상담사례 교환, 국내외 PL사고 사례 연구 검토 등은 물론 친목도모를 목표로 ‘한국PL상담센터협의회’를 설립해 운용한 지도 10년이 다 되고 있다.

PL법 관련 담당부서는 기획재정부(현재는 공정거래위원회), PL교육은 중소기업청, PL상담 관련은 지식경제부와 보건복지부가 나눠서 진행하기에 대정부 창구일원화가 필요하게 됐다. 우리의 요구와 의견, 제언을 강력히 제출하고 반영할 단체의 출현이 절실했던 것이다.
그래서 전기, 전자, 자동차 등 14개 품목별 PL상담센터 상호간 횡적으로 연결하고 화합해 토의하는 월례회를 정례화하고 있다.

PL상담센터 재정난 시달려

지금은 중전기, 화장품, 의약품을 포함해 14개의 품목별 PL상담센터가 가동 중이다. 외부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자체 예산으로 운영하고 있기에 재정적 어려움이 많다고 각 상담센터가 말하고 있다.
그중에 절반 정도의 상담센터가 그런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나머지 6~7개 상담센터는 한두 사람이 배치돼 최소로 운영하고 있는 현실이다.

품목군을 다양하게 하고 안전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독립된 상담센터를 신설할 것을 현재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즉 인체에 직접 접촉해 사용하고 있어 사고가 많이 발생하거나 앞으로 사고의 위험성이 다분한 품목군이 대상이 된다.
따라서 안전성이 계속 요청되며 크고 작은 사고가 잦은 전동공구, 완구, 조명기기, 펌프와 승강기는 따로 떼어 독립해서 PL상담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시의에 맞고 합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PL에 관련한 전문기관인 한국 PL협회, 한국PL학회와 연계해 PL과 관련한 용역사업을 추진하고, 심포지엄, 세미나나 토론회를 개최해 기업은 물론 일반 대중과 같은 불특정다수 소비자 중심의 홍보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예정이다.
특히 관심있는 업체와 PL관련 질의응답 포럼도 개최해 우리나라에서의 PL인식도 제고해 나가야 한다. 

안전성·합당한 보상 조화 필요

PL법 시행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안전한 제품에 대한 기업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사전적 예방차원과 함께 제품 사용 중 발생한 사고를 신속하고 효율성있게 보상 처리해 피해소비자가의 사회적 복귀와 함께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결국에는 건전한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PL법은 제품의 안전성과 내구성이라는 측면과 피해자의 합당한 보상이라는 측면을 잘 유기적으로 보전, 보완해 실해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국민적인 전체 조화를 이루는 국가적 통치측면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불량만두소 파동, 페닐프로판올아민(PPA) 감기약 유통파동, 새집증후군 논란, 연쇄적 전기압력밥솥 폭발사고, 과열의 선풍기 화재사건, 조류독감발생과 닭고기 소비급감, 미니컵젤리 유통과 판매 잠정금지, 이동전화번호 이동성제도 시행, 할인점과 카드사간 수수료 분쟁, 아파트 분가 공개 논란 그리고 휴대전화 배터리 폭발사고 등이 그것이다.

특히 지난해는 사회적으로 주요하게 뉴스의 초점이 된 문제가 많았던 해다. 천연가스버스 CNG용기 파열사고, 외국인 근로자 노말헥산 중독, 김치파동, 조류독감, 민물고기 소동이 발생했다.
그래서 지금 소비자 단체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앞으로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PL법 개정에 대비해야 한다.

첫째, 제한적으로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해 두 번 다시 새집증후군, 불량만두소나 전기압력밥솥의 폭발하고가 발생할 수 없는 사회 환경과 기업정신을 바로잡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제조자의 부주의나 무관심, 도덕적 의식과 관련한 사고는 재산상 또는 신체상의 안전성 확보 또는 손해의 확대방지에 대해 제조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있을 때다.
이에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의해 제조자에 대해 손해 배상 외에 제한된 범위 내에서 부가금의 지불을 명하도록 조치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미국식 디스커버리를 도입해 증거개시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PL법에 근거한 소송에서 제조물의 안전성에 관한 설계 및 제도 등의 정보를 독점하다시피 소유한 제조업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증거자료를 개시(開示)해야 할 것으로 규정해야 한다.
그래서 피해 소비자의 입증책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배경이 이루어져야 바람직하다.

셋째, 제조물의 범위를 소프트웨어를 포함하는 정보산업까지 적용해 광의의 일반 및 특수 정보를 포괄해야 할 것이다. 일부는 제조물에 부동산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과 관련한 문제와 소비자피해사례가 많았다는 증좌일 것이다.
그리고 최근 새집증후군에 대한 배상판결이 나오고 있듯이 결합주택에 관련한 PL법의 적용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것은 전반적인 사회여건상 아직은 시기상조다. 

▲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화 되면서 PL법의 전문성을 고려한 독립된 PL센터의 신설과 PL법 개정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CNG버스폭발, 휴대전화 폭발, 압력밥솥폭발 사고 모습)
소비자단체도 제소 기회줘야

넷째, 결함에 인과관계의 추정규정의 도입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7월 1일부터 PL법 시행 후 여러 유형의 클레임 과정에서 확인한 것처럼 피해자가 입증의 어려움을 겪고 실제로 피해자가 가진 지식이나 정보로는 입증이 불충분하다.
그래서 그동안 피해구제가 불충분한 많은 사례를 감안하면 입증 부담의 불공평함이 그대로 존치돼 있으므로 공평을 기할 목적으로 이 추정규정을 새롭게 도입하는 것이 형평성의 원리측면에서도 타당하다.

다섯째, 모든 피해나 재해에서 사회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자신뿐만 아니라 소비자 단체도 PL소송의 소권을 피해자와 공동 또는 대신해 당사자로서 제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 품목별 PL상담센터 또는 독일식 단체소송을 부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섯째, 내부고발자 보호제도의 확립이다. 유교적인 동양 사회에서도 꺼려하는 이른바 이탈자 또는 배반자 취급을 받는 양심있는 자의 선언을 법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흑백을 명백히 가려 결함있는 쪽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 

‘리콜’ 수용하는 자제 가져야

일곱째, 제품 개발과 제조가 완벽하게 이루어져서 실제로 제품의 결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경우가 흔하다. 표시문구나 경고문구가 완벽하고 결함이 없는데도 사용자의 오용이나 남용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그 사용자도 그만큼 잘못이 있으므로 그 잘못 만큼 책임을 지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행 보상부분을 언급한 PL법 제8조를 명확히 해 과실상계가 정당하고 공평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자세한 부분까지도 명시해 이 문제로 발생할 쌍방간 시간소비적인 쟁론의 지연을 사전에 없애야 한다.

여덟째, 사용자의 부주의나 불찰에 의한 사고에 대해서는 물론 대부분을 사용자가 책임져야 할 것이지만 기업가도 이윤 창출이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제품의 결함이 발견됐을 때는 지체없이 양심적으로 자발적 리콜을 행해야 한다. 그래서 사회의 기업윤리 진작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도 이에 호응해 리콜에 대한 선진화된 자세로 따뜻한 눈길로 수용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올해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동향과 아울러 강화한 소비자 보호 쪽으로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결함있는 위험한 제품, 불량 식품에 대한 소비자 단체의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추세속에서 성숙한 소비자의 자세는 물론 기업의 PL대응은 좀 더 자발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방향으로 전진하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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