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효율성·국제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
해외자원개발, 장기적 안목·전문성으로 접근

[에너지신문] 지난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전염병 대유행 선언과 함께 세계 경제는 빠른 속도로 위축됐으며, 이로 인해 석유 수요 또한 급감해 국제유가는 급속도로 곤두박질치게 됐다.

세계 석유 생산량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도 이후 10년 만에 발생한 사건으로, 2020년 3월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OPEC)는 2번의 총회를 통해 감산을 통한 유가 상승을 모색했다.

하지만 석유시장의 반응은 감산에 대해 못 미더운 눈초리를 보였으며, 결과적으로 2020년 2분기에는 세계 3대 원유의 가격이 모두 30 USD/bbl을 기준으로 상승하강을 반복했다.

천연가스 시장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받았지만 석유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수요 감소율로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는 2020년 2분기 가스 수요는 2019년 2분기보다 약 2% 감소한 것으로 발표했다.

이는 2019년 신규 액화천연가스(Liquified Natural Gas, LNG) 공급 증가로 인해 하락하기 시작한 천연가스 가격이 수요를 지지하여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의 상당 부분을 상쇄한 것으로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경제침체는 세계 에너지 수요를 전반적으로 감소시켰으며, 재생에너지 수요는 소폭 증가하는 반면 석유·천연가스 수요는 대폭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은 전 세계 석유 회사의 투자 축소를 야기했으며, 2021년 E&P(Exploration & Production) 자본지출 또한 2019년 대비 약 116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IHS Markit사는 예상했다.

실제로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E&P 프로젝트들은 무기한 연기되고 있으며, 캐나다의 몇몇 프로젝트들은 생산이 중단되거나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따라서 IHS는 최근 세계 석유생산 증분을 주도했던 비OPEC 국가들의 생산이 앞으로도 회복하기에는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기존 유전의 생산 감소로 신규 프로젝트의 생산영향이 상쇄돼 비OPEC 국가들의 전체 생산 증분을 막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예상을 넘는 투자의 감소는 저유가 상황을 장기화 시킬 것으로 전망되며, 2014년 이후 위축됐던 석유개발 투자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감소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의 저유가 사태는 예전의 경험으로 인해 다른 전략 변화를 보이고 있다. 석유수출기구인 OPEC과 세계적인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우드 멕킨지 등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는 일시적이며, 2040년까지 석유·천연가스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세계 메이저 석유·천연가스 기업들 역시 저유가 상황의 장기화에 대한 전략적 차이는 있지만 2040년 또는 2050년까지 석유·천연가스 수요에 대한 특별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수요 감소는 1~2년 정도 일시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석유·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은 부재하기 때문이다.

▲ 2020~2021 국제원유 가격추이(한국석유공사. 2021).
▲ 2020~2021 국제원유 가격추이(한국석유공사. 2021).

뿐만 아니라 주요 산유국들의 경제정책인 경제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도 중기적인 석유 수출을 통한 재정적 뒷받침이 있어야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에 가입돼 있는 선진국 및 신흥경제국들 역시 친환경에너지와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등의 새로운 에너지전환이라는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또 다른 변화 이슈는 바로 에너지전환이다. 유가 급락으로 수익성을 보장받지 못한 석유업계는 다양한 대안을 찾아 나섰으며, 2020년 유럽의 선진국 및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당사국들은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제각기 선언했다.

2010년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00억톤으로 1971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IEA는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경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550억톤에 달해, 지구 평균기온이 약 6℃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2015년 12월에 열린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195개의 당사국 모두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를 선언했다.

그로 인해 많은 국가가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하게 됐으며, 우리나라 역시 2020년 7월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산화탄소 발생을 감소하는 방법은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에너지 효율향상,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로 나눌 수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최근에는 에너지 변환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내뿜지 않는 수소가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탄소를 내뿜지 않는 대체 에너지들이 주력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기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석유·천연가스와 같은 기존 화석연료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CCUS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 2019~2045년 글로벌 석유수요량(OPEC, 2020).
▲ 2019~2045년 글로벌 석유수요량(OPEC, 2020).

CCUS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및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의 사전 감축방안과 달리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제거하는 유일한 사후 감축방안이며, IEA(2019)에 따르면 CCUS는 단일기술로는 가장 높은 감축 기여도를 보인다.

따라서 에너지 산업의 변화 속도를 수준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며, 현재로선 가장 매력적인 기술로 뽑힌다.

최근 CCUS 사업의 성장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2017년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규모 CCUS 사업의 연간 저장 용량은 2020년 기준 1억 1500만톤에 도달했으며,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북미지역의 기술 성장이 괄목할 수준이다.

2020년 기준 총 65개의 상업적 CCUS 사업이 진행 또는 개발되고 있으며, 그중 28개의 사업이 연간 4000만톤의 저장 용량을 수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중규모의 CCUS 실증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며, 연간 40만톤 규모의 실증사업이 상업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CCUS 기술 적용을 위해 인근 한계 저류층의 확장 및 신규 저장 지층에 대한 탐사를 수행하고 저장용량을 증대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석유·천연가스의 수요가 감소하고 저유가 기조가 지속돼 석유·천연가스 산업이 위축되고 있으며, 전 세계의 관심사인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 또한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다수의 저명한 분석기관에서 향후 20년간 석유의 수요는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공통된 의견을 보이고 있으며, 쳔연가스의 수요와 개발 역시 증가세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또한 미래 수소경제에 대한 안정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 현재 수소에너지에 대한 기술적 부족과 효율성 향상을 개선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며, 상당 기간 석유·천연가스의 역할이 유지될 것이다.

석유의 경우, 에너지원보다는 각종 화학제품의 원재료로서 그 역할과 비중이 커지고 있고, 천연가스의 경우는 수소생산을 위한 원재료로서의 역할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석유·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국내 시장의 효율성 개선 및 국제 경쟁력 강화에 대한 다양한 발전 전략과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의 석유·천연가스 산업은 기본적으로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나 중국의 요소수 교역 문제처럼 국가 기반사업이나 시장의 수급 혼돈이 다시 발생할 수 있음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계획만 있고 실행이 없는 정책에 기반한 무모한 전망과 미래에 대해 막연한 장미빛 희망 사이에서 우리의 에너지 안보는 훨씬 더 냉혹하게 다가올 수 있다.

석유·천연가스에 대한 해외자원개발은 수십 년의 장기적 안목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접근해야하므로 기술개발의 독려와 주요 산유국과의 국제적 협력을 도모해야한다.

최근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위협처럼 주요국의 자원무기화 현상이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안일한 에너지안보 의식으로 인한 ‘잃어버린 10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내 체제를 정비하는 한편 해외개발에서 도입, 비축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지원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탄소중립을 준비하는 각 국의 노력이 새로운 패권 경쟁을 촉발하고, 경쟁의 원료로 석유·천연가스 자원이 무기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석유 천연가스에 대한 해외자원개발이 본래의 공익성을 회복하고 미래 산업의 승자가 되기 위한 준비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 정치권 모두 한마음이 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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