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그린뉴딜, 더욱 속도내야”
탄소중립 지름길, 화석연료 높은 산업 ‘탈탄소화’ 핵심
수소경제 육성, 균형 있는 예산 편성·속도 있는 투자 필요

[에너지신문] Q. 정부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NDC 40%)를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목표라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기후대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주요 선진국들이 탄소배출 감축에 앞장서고 있어 우리도 적극적인 이행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2030년까지의 NDC 계획을 제출했지만, 목표감축치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감축량과 유사해 2016년 국제기후변화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4대 ‘기후악당’이라고 평가받았다. 일각에서 ‘나홀로 탄소중립, 한국만 과속 우려’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세계 주요 선진국은 이미 의욕적으로 NDC를 상향했다.

특히, G7 국가들이 제출한 감축 목표를 한국의 기준연도로 환산해보면 약 35~47% 수준으로, 40%인 우리나라가 과도하고 급격한 것은 아니다. 특히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중립과 RE100을 선언하면서 세계 경제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탄소중립을 규제나 비용으로 생각하지 말고, 기후선도국가로 진입하기 위한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첨단 에너지 기술은 우리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고, 에너지 신산업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탄소포집기술과 친환경 기술개발 등 한국판 뉴딜 2.0의 그린뉴딜 발전을 가속해야 한다.

Q. NDC 상향이 발전 및 에너지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다. 특히,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보다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석탄화력발전소 조기폐쇄에 대한 과감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석탄발전에 대한 정부 입장은 탄소중립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021년 8월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가 한국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에게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에 관한 우려 서신을 발송했다.

한국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에너지·산업구조를 가졌기에 신규 석탄발전소에 대한 ‘강력하고 명확한’ 정책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은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탄소중립위원회의 권고안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을 살펴보면, 적어도 2050년까지는 석탄발전이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는 석탄발전을 조기에 폐쇄하면 경제적으로 손실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경제성, 고용 등의 관점에서 볼 때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석탄발전의 조기폐쇄가 유리하다.

카본트래커·기후솔루션·충남대학교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이용률 저하와 계통한계가격(SMP) 하락으로 예상 수명 이전에 모든 석탄발전소의 수익성 및 경제성이 상실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탈석탄 시기를 2028년으로 앞당길 경우 55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고용 측면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시나리오가 석탄발전을 유지하는 시나리오보다 약 2.8배의 더 큰 고용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는 클라이밋 애널리릭스·기후솔루션의 분석이 있었다.

Q. 탄소중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도 필요할 것 같다. 이에 대한 생각은?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법률과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과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 최근 송전망 설비 부족으로 재생에너지 사업허가 심의가 보류되거나 접속지연이 발생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정부는 설비보강, 계통접속 허용기준 변경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각종 규제나 민원문제로 인해 단기간 내에 실현되기도 어렵다.

보다 근본적으로 장거리 송전을 토대로 구축된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방식 자체가 신재생에너지 공급체계와 맞지 않은 측면이 있기에 신재생에너지와 수요지 인근 전력생산에 기초한 지역분산형 에너지 공급체계를 확산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한편으로는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과 같이 신재생에너지 생산설비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이 법에 따라 개발계획의 승인을 받았을 경우 다른 법률에 따른 인·허가 등도 함께 해결하는 원샷 개념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복잡·다단한 인·허가 절차 등이 해소돼 풍력발전 확산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Q. 온실가스 배출의 35.8%를 차지하는 산업 부문의 감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는 민간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공공 부문의 발전이 더 큰 부담을 지도록 NDC를 설계했다.

그러나 기후대응을 위해서는 모두가 공평하게 고통을 분담해야 하며, 부문별 형평성도 제고돼야 한다. 우선 산업 분야에서는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철강 산업이 더 적극적으로 감축 노력에 참여해야 한다.

EU는 혁신펀드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100% 활용하는 철강공장을 건설하고, 2024년부터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반면, 국내 철강 산업의 대표주자인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도입 시점은 2040년으로 그보다 늦다.

EU와 미국이 철강,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산업에서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여유를 부리면 국내 철강 산업의 경쟁력이 치명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준비가 필요하다. 추가적으로 모든 산업단지를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만 100% 사용하는 RE100 에너지 자립 산업단지로 전환해야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률이 높은 산업단지의 탈(脫)탄소화가 핵심이나, 현행 산업단지의 탈탄소 정책을 분석해보면 ‘그린산단’ 개념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에너지 효율화나 태양광 설치에만 치중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 진행 중이다.

전국 1252개 산업단지 중 온실가스 다(多)배출 산단부터 한국판 뉴딜의 정책과제 중 하나인 스마트그린산단사업을 적용해 탈탄소화를 추진해야 한다.

Q. 탄소중립 이행으로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전통적인 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어떤 대책이 있나?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판 뉴딜 2.0’과 ‘디지털전환·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선제적 사업구조 개편 활성화 방안’,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 전환 지원방안’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 2.0의 경우 2025년까지 22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250만개 창출할 계획이고, 산업구조 및 노동 전환의 경우 내연차·석탄발전 분야 종사자의 직무 전환과 전직, 사업전환·재편 기업의 융자, 펀드, 맞춤형 컨설팅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2021년부터 석탄화력발전소, 내연기관차 부품 협력사가 집중된 울산, 충남, 광주, 부산을 중심으로 ‘고용안정 선제 대응 패키지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현행 체계에서는 전환 고위험군 산업을 별도로 지정하고 있지 않은데, 위험군 지정을 통해 해당 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 또 단순히 이직 지원이 아닌 실질적인 취업 대책이 전제된 전환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사업재편 및 노동 전환 과정에서 정부가 기업을 지원할 때는 반드시 고용유지가 전제돼야 하고, 하도급 부품업체, 비정규직 등에 대한 지원도 포함해 세밀한 정책 설계와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노동계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도 필요하다.

Q. 에너지 분야에서 수소경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수소 생태계 구축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제안한다면?

수소경제는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방안이자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다. ‘2050 탄소중립 전략’에 따르면 수소공급과 연료전지 도입에 근거한 수소경제 활성화와 수소화 기술 및 원료 재활용이 주요 감축 수단으로 설정돼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고, 2020년에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지난해 2월엔 세계 최초로 수소법이 시행되면서 제도적 기반이 자리 잡고 있다.

기업들은 앞다퉈 43조원 규모의 수소분야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수소생산, 저장, 유통, 활용 등 전 분야에 걸친 산업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최근까지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두 축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국회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 수소경제 정착 및 관련 예산 배분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해왔다. 2022년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10MW급 재생에너지 대응 수소에너지 저장 및 활용 모델을 개발하도록 R&D 예산을 신규 반영하기도 했다.

수소경제의 산업생태계를 전 주기에 걸쳐 육성하려면 균형 있는 예산 편성과 속도감 있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실증사업이 조속히 착수돼야 하고, 향후 필요한 수소의 해외도입을 위한 전략도 시급히 마련돼 관련 로드맵과 수송 방법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와 대책도 준비돼야 한다.

▶ 정태호 국회의원은?
- 21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
- 21대 국회의원(서울 관악구을/더불어민주당)
-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위원장
- 더불어민주당 국난극복 K-뉴딜위원회 정책기획단장
- 前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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