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V, ‘2021 에너지전환 전망’ 보고서 통해 밝혀
'전기화'만으로는 역부족...'에너지효율화'가 핵심

[에너지신문] 당장 전세계 모든 전기 생산을 신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한다 해도 파리협약에서 결의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전기화'만으로는 범 글로벌 차원의 탄소중립이 어렵다는 것이다. 

DNV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1 에너지 전환 전망(Energy Transition Outlook 2021)’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올해로 5회째 발간되고 있는 이 보고서는 2050년까지의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 발전 전망과 관련, DNV가 독립적으로 조사 및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될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2개월 앞두고 발간돼 주목받고 있다.

▲ DNV가 최근 발간한 '2021 에너지 전환 전망 보고서'.
▲ DNV가 최근 발간한 '2021 에너지 전환 전망 보고서'.

DNV는 이번 보고서에서 신재생에너지가 대체 에너지 중 가장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고, 전기화 시장은 그 규모가 30년 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나 이런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세계 탄소 배출량은 2030년 9% 감축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내로 제한하기 위한 잔여탄소배출총량도 비슷한 시기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범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 가속화 기회를 놓쳤으며, 각국의 경기 부양책이 기존 산업을 변화시키기보다 보호하는 데 치우쳐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파리 협약 참가국들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보다 훨씬 밑도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DNV는 각국의 에너지 전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리 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에 현재의 감축 속도는 상당히 더딘 상황이며, 2100년까지 지구 기온이 평균 2.3도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파리 협약의 목표 달성이 점점 요원해 지는 가운데 기후 변화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여전히 에너지 효율화가 손꼽히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의미 있는 개선을 이루는 것이 에너지 전환 이행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예상보다 화석연료 사용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나, 가스를 포함해 전체 화석연료가 세계 에너지 믹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50년에도 여전히 50%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수소 에너지, 탄소 포집 및 에너지 저장 기술에 투자를 늘리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같은 해 석유 수요는 반 토막 날 것으로 보이며 석탄 사용량도 3분의 1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에는 전체 전력망에서 태양광 및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69%까지 올라가고, 수소와 친환경 합성연료(e-fuel) 등 간접적 전기화 및 바이오 연료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그러나 문제는 각 연료의 개발 속도가 여전히 더디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중공업, 해운, 화물운송, 항공업 등 탈탄소가 어려운 업종은 에너지전환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개발 및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소는 탄소 저감이 어려운 분야에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에너지원이지만, 2030년 중반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전체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50년에도 5%가 채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

레미 에릭슨(Remi Eriksen) DNV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발생된 충격을 관리하고, 경기 회복에 속도를 내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후 변화라는 팬데믹 앞에서는 그만한 결의와 위기의식을 보이지 않아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후 재앙을 피하려면 현재 팬데믹에 맞먹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경기 부양책이 대부분 기존 산업을 변화시키기보다 보호하는 데 집중돼 있다고 언급한 그는 '개선'이 아닌 '회복'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에너지전환의 기회를 잃어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레미 에릭슨 CEO는 "탈탄소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이번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보다 이른 시일 내에 수소 경제를 달성하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데, 지금이 그러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조만간 닫히게 될 것이고, 그 기회를 놓쳤을 때의 여파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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