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사 참여한 국내 첫 태양광 기술 ‘테스트베드’
건물 벽면‧지붕‧주차장 등 신기술 검증 기반 제공

[에너지신문] 국내 최초로 태양광발전 신기술을 총망라하는 실증단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지난달 31일 양천구 본사에서 정수용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고인석 서울기술연구원 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신 태양광 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태양광 신기술 실증단지’ 준공식을 가졌다.

이번 실증사업에 참여한 16개 기업은 지난해 7월 공모를 통해 선정됐으며 실증단지를 통해 컬러BIPV, 건축BIPV, 도로태양광, 방음벽 등 15개 기술 검증에 나선다. 특히 공사 내 건물 벽면, 지붕, 울타리, 주차장, 도로 등에 연구 개발 단계에 있는 혁신기술들을 직접 적용해 현장감 있는 실증이 가능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 태양광 신기술 실증단지 준공식에 참석한 주요 관계자들.
▲ 태양광 신기술 실증단지 준공식에 참석한 주요 관계자들.

또한 공사 내 발전동에는 태양광 신기술을 한곳에 망라할 수 있는 목업(Mock-up, 실물 크기 모형)을 설치, 최대한 동일한 환경‧조건 아래 유사 기술의 성능을 비교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공사에 따르면 목업에 패널을 다양한 각도로 설치, 발전 성능의 차이 등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환경 변수가 빈번한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태양광 신기술 실증단지를 테스트베드로 개방한 것에 그치지 않고 서울기술연구원, 에너지공단, 서울에너지공사, 에너지기술연구원,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태양광산업협회의 6개 기관과 협업해 기술검증, 성능확인서 발급, 혁신기술 홍보, 판로 개척까지 패키지로 통합 지원하는 모델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와 6개 기관은 지난해 11월 그린뉴딜 사업 확대 및 온실가스 감축 협력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태양광 신기술 실증단지 조성 및 운영은 이에 따른 구체적 협력사례 중 하나다.

한편 서울시는 우수 기술을 향후 서울시 공공기관 건물에 실제 적용할 계획이다. 시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대상지를 선정, 올해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태양광 신기술 실증단지, 이렇게 구축됐다

실증단지는 지난해 6월 착공에 들어가 올 4월 설치공사를 마쳤다. S-Energy, LG 하우시스, 한솔테크닉스 등 총 16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15개 기술이 적용됐다. 서울에너지공사 건물 및 주차장, 도로 등에 총 130kW 용량의 모듈 1339개(목업 19개)가 설치됐다.

태양광 신기술 실증단지 조성 총괄 디자인(MP, Mater Planner)을 맡은 이경선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BIPV 기술력, 도시의 환경 및 인간 감성의 3가지 포인트가 융합된 디자인 계획을 컨셉으로 사람, 공간, 건축물이 연계된 디자인 통합 태양광 실증단지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디자인을 진행했다"며 "이를 위해 서울에너지공사를 도시 관점에서 사용성을 담아 재해석해 사람들에게 시각적, 공간적, 환경적인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디자인의 취지를 설명했다.

건물일체형태양광(BIPV)이 다양한 건물과 환경에 집약된 장소로 새롭게 조성된 태양광 신기술 실증단지는 솔라 캠퍼스(Solar Campus)의 컨셉으로 단지내 12곳에 다양한 태양광 발전 기술이 적용됐다.

먼저 BIPV와 건축물이 독창적이며 상징적으로 디자인된 관리동에는 모듈 489개(42.9kW)가 들어섰다. 무채색 BIPV를 주조색으로 건물 중앙에 서울에너지공사의 상징인 녹색, 파랑, 주황색 모듈을 배치한 ‘솔라박스’를 적용했다.

공사에 따르면 도시의 높은 건물 밀집도에 의해 음영이 발생될 수 있는 부분은 더미 모듈의 적절한 혼용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고, 경제적인 측면과 디자인적 완성도가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관리동은 BIPV와 더미모듈이 조화롭고 상호 인지되지 않도록 배치된 사례로 도시에서의 태양광 모듈과 더미모듈의 디자인 통일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창문에는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설치, 창으로서의 기능과 태양광 발전이 동시에 가능하다.

▲ BIPV로 새롭게 단장한 서울에너지공사 건물 전경.
▲ BIPV로 새롭게 단장한 서울에너지공사 건물 전경.

파고라 벽면과 지붕에는 48개 모듈(10.3kW)이 설치됐는데 기존의 정형화된 파고라에서 탈피, BIPV를 활용한 디자인을 통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기획됐다.

BIPV는 지붕에 설치, 차양과 비를 막는 동시에 태양광 발전의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 전통의 조각보를 컨셉으로 다양한 컬러의 BIPV 패널을 설치, 아름다움을 더했으며 여러 크기의 조합에 의해 확장성과 변형이 가능하다.

태양광 루버는 파고라의 측면에 설치돼 바람이나 빛의 유입 조절 및 프라이버시 확보가 가능하다. 신규 아파트의 에어컨 실외기실 루버를 활용, 향후 공간 활용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본 사례는 기존의 휴게 공간 역할에서 확장된 복합공간으로 조성,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주차장에는 모듈 174개(29.1kW)가 들어섰다.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심미적 요소와 구조적 요소를 고려한 주차장 캐노피에 적용한 BIPV로 기존에 일률적으로 적용한 타원형 캐노피와 달리 주차장으로서의 디자인을 적용, 그늘과 태양광을 동시에 제공한다.

나무들과 숲길을 모티브로 디자인됐으며 운전자들에게 편안함과 심미적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주변의 높은 건물과 고가도로에서 주차장을 바라보는 경관도 리듬감과 심미성을 고려, 도시의 미관을 개선시켰다.

캔딜레버(cantilever) 구조로 주차장 양측 기둥을 없애 여유로운 주차 폭을 확보했으며 주차공간 어디서나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이는 경제성과 효용성이 고려된 BIPV 주차장의 실증사례다. 이밖에 공원 등 공공시설 주차장에는 경관조명을 기둥면에 설치, 범죄를 예방하고 야간 경관을 확보했다.

모듈 43개(용량 3.7kW)가 설치된 별관동의 경우 지붕은 기와형 태양광이 적용돼 지붕자재 역할과 동시에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건축자재로 시공이 간편하고, 건축물의 심미성을 향상시킨다. 난간은 풍속에 따라 태양광 모듈 접힘 기능으로 태풍 등 강풍에 대해 안전 확보가 가능하다. 또한 햇빛 조도를 감지, 자동 각도를 조절하고 계절별 입사각 조절로 발전량이 증대된다.

발전동은 278개의 모듈이 설치됐다(용량 25.8kW). 서측과 동측으로 구분하면, 서측은 태양광 패널이 가지는 디자인적 잠재성을 보여줄 수 있는 ‘파라메트릭(각도, 위치, 색상의 변수를 규칙화된 공식에 적용) 기법’을 통해 역동적이고 상징성을 지닌 실증단지의 랜드마크를 적용했다.

▲ 관리동 창문에 설치된 염료감응 태양전지.
▲ 관리동 창문에 설치된 염료감응 태양전지.

색상의 경우 색이 점차 옅어지고 또는 짙어지는 그라데이션 기법을 도입했다. 효과적인 발전과 동시에 조화로운 색상의 변화를 줘 도시 미관을 개선할 수 있는 건축물에서의 아트월 기능을 표현했다. ‘멜랑슈(Melange) 기법’을 사용, 서로 다른 색의 물감이 섞이며 도화지 위 작품을 수놓듯이 서로 다른 상황과 실정의 혁신기업들의 기술(제품)이 모여 실증단지로서 하나의 조화된 입면을 형성한다. 이는 창문이 없는 발전소, 물류창고, 데이터 센터와 같은 건축물에서의 태양광패널 적용 가능성이 높은 디자인 사례로 꼽힌다.

남측은 태양광 발전 효율을 테스트하기 위한 목업 디자인으로 빛 환경분석을 통해 7가지 수평 회전 각도의 변화를 반영했다. 남측면의 태양광 발전은 태양의 고도가 높을 때 가장 효과적이므로 수평으로 배치했으며, 파라메트릭디자인을 통한 입면의 변화와 태양광 목업을 수행하기 위한 조건을 동시에 반영했다.

이는 대형 반구모양의 태양광 목업설치를 위한 장소가 확보되지 않은 협소한 실증 단지에서의 효과적인 목업 방식이다. 태양광패널의 수평적 배치는 실내로 유입되는 빛을 조절하는 동시에 전기에너지 생산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남측 면 수평 차양 디자인에 활용될 수 있다.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도심 속 ‘태양광 천국’

기존의 담장은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에 철제 프레임이 합쳐져 있는 형태다. ‘Solar Fence’는 철제 프레임을 제거하고, 그 위치에 BIPV 패널을 설치해 다양한 도시 구조물에서 태양광을 통한 에너지 발전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BIPV 셀이 투명 유리에 설치된 모듈 형태로 투과성을 가지며 조망과 발전, 담장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BIPV 울타리는 기존의 평범한 방음벽이 아닌, 다양한 색상을 가지는 디자인으로 보행자의 시선을 끈다. ‘Solar Screen’은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 차단과 동시에 태양광을 통해 에너지를 발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BIPV패널, 컬러 더미 모듈, 투명 유리의 파라메트릭한 랜덤 배치에 의해 외부에서 실증단지로의 다양한 조망을 제공한다. 또한 투명유리를 설치, 보행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도록 랜덤하게 설치했다.

일반적으로 방음벽은 건물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태양광 유입을 막는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에 유리한 도시 인프라다. 보행자나 자동차 이용자가 가까우면서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휴먼스케일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심미적 공간 구축이 가능하며 단조로운 방음벽에 변화를 주는 동시에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는 적용사례다.

▲ 에스에너지가 설치한 '태양광 담장'
▲ 에스에너지가 설치한 '태양광 담장'

또한 서울에너지공사에 설치된 ‘바닥태양광’은 안내 출발점으로 도로형과 보도블럭형 태양광을 차량 진입로와 보행 진입 부분에 적용한 디자인이다. 모듈의 크기에 따라 배치에 변형을 둬 리드믹한 보도패턴을 생성했다. 낮에는 태양광을 이용, 전력을 생산하는 광장의 기능을 수행하고 밤에는 LED 조명을 활용해 웨이파인딩(Wayfinding) 기능 및 안전성을 제공한다.

입구의 싸인은 도시의 가로등 같은 건축 조형물로 시민들과 시각적으로 소통한다. 도시 안에서 사용되는 건축 조형물에 박막형 미디어 태양광을 설치해 공사 입구에서부터 태양광발전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다. 공익광고와 일일 프로그램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기능을 가진 미디어태양광도 있다.

이밖에 경비실에도 별도의 태양광 모듈을 설치, 에어컨 등으로 소요되는 전력을 태양광으로 일부 생산할 수 있으며, 태양광 자전거도로 캐노피를 통해 야간조명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동시에 그늘막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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