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핵심은 ‘전력 생산의 脫탄소화’
코로나19, 에너지 수요감소‧유가하락 동시 야기
​​​​​​​올해 경기회복 전망…에너지 수요도 점진적 증가

[에너지신문] 지난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에너지산업도 큰 변화를 겪은 한 해였다. 유가하락으로 정유사들은 사상 최악의 부진을 겪은 반면, 한전은 오히려 낮아진 연료비 덕분에 만년 적자를 벗어났다. 특히 코로나 상황에도 신재생 산업은 여전히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본지는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에게서 지난해 코로나19가 에너지시장에 끼친 영향을 듣고, 올해 전망에 대해 물었다./편집자주

지난해 국내외 에너지시장에 대한 평가는?

코로나19는 세계 경제·사회 활동을 위축시키는 수요 측면의 충격으로 에너지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을 동시에 야기했다. IEA는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세계 에너지수요는 전년 대비 5%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에너지 연소)은 7%, 에너지 투자는 18%가 각각 감소했다.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로 인해 2020년 1~11월 국제유가(두바이유)는 2019년 연평균 가격(63.53달러/배럴) 대비 34.6% 하락한 41.53달러/배럴을 기록했다. 주요 요인은 코로나19에 의한 세계 석유수요 감소,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감산 참여국들(OPEC+)의 감산 공조 체제의 일시적 와해 등이다.

IEA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에너지 부문 투자는 주로 석유·가스 공급 분야에서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으로 인해 화석에너지 가격의 큰 반등 및 투자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석유·가스 산업도 석유수요 및 수출 감소, 정제 마진 악화, 국내 천연가스 도·소매가격 하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주요 수단으로 그린 뉴딜을 위시한 녹색투자가 확대되고 전 세계 70개국 이상이 2050 탄소중립 선언에 참여하면서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저탄소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는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 화석연료에 비하면 타격이 적은 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라 코로나19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천연가스 직도입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LNG 직수입 제도는 연료선택권 확대에 따른 직수입자의 도입가격 인하 등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나, 현물 비중이 높은 직수입자의 전력수요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 하락과, 직수입 급증에 따른 도매사업자의 기 계약 물량 처리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직수입 증가 전망에 따라 발생되는 문제를 선제적으로 검토, 직수입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는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에너지 전환에 따라 전통전원 중 LNG 발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으며 발전비중 역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LNG 발전이 늘어날 경우 전기요금 상승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 있다.

반면 발전사업자의 LNG 직도입은 가스도입시장에 경쟁 환경을 조성, 보다 저렴한 LNG 도입을 가능하게 하며 전기요금 상승 압력을 해소하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직도입 가스 발전기의 급전순위가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발전소 건설과 관련, 수용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주민수용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건설로 인한 편익을 지역주민과 공유하는 시스템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 주민참여형 발전사업에 대한 보상을 체계화하고 융자 등 금융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지자체별로 상이한 인허가 규정의 표준화, 그리고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발전소 입지를 발굴하고 주민들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발전소 건설 과정의 갈등을 관리·예방하기 위한 지자체별 갈등관리 지원센터 설립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를 위시한 고형연료 발전시설 관련 갈등을 반면교사로 삼아 지역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거버넌스 및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나주 SRF의 주요 쟁점은 나주를 포함한 전남 6개 시·군의 폐기물을 고형연료 재료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지역 주민의 반발,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시설에 대한 정보 전달의 오류로 요약된다.

지역 주민들에게 낯선 기술의 모호함을 쉽게 풀어 전달할 수 있는 협력적 거버넌스, 에너지 수급 전반의 사회적 비용을 종합적·일관적으로 반영하는 지역주민 보상제도 마련 등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정부의 수소경제 추진 목표는 ‘수소차 및 연료전지 세계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이다. 수소차와 발전용·자가용 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산업의 시장창출과 육성을 통해 수출산업화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의 일환인 첨단산업 육성정책에 무게 중심이 있으며, 그만큼 수소경제의 경제적 가치가 중요하게 고려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수소경제 이행 추진의 정당성을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수소 활용을 통한 에너지 소비의 탈탄소화로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적 가치도 강조하고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 수소경제 이행 추진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연료전지 기반 수소활용 산업의 초기 시장창출 및 육성을 위해 단기적으로 천연가스 추출방식의 수소생산 및 공급 확대를 추진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반드시 그린수소 공급 확대를 추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이행돼야 한다.

결국 정부 수소경제 이행의 성공은 경제적 측면에서 혁신 성장 동력으로서 수출산업화 및 친환경 그린수소가 충분히 공급돼 환경적 측면에서도 에너지 소비의 탈탄소화 달성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하겠다.

정부의 수소생태계 구축에 대한 이행의지 및 지원과 더불어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도 중요하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중‧단기 목표로 2030년까지 20%, 2040년까지 50%의 배출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더불어 저탄소 그린 철강 생산을 위해 수소환원제철 등의 혁신 기술개발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정책 이행의지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민간 부문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 국내 수소생태계 구축을 달성에 노력해야 한다.

올해 세계 에너지시장을 전망한다면?

2021년 세계 에너지시장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의 진행 상황과 이에 따른 세계 경제 및 사회활동 수준이다. OECD의 12월 전망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각 국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대응 등의 영향으로 경제 및 사회 활동이 증가, 세계 경제성장률은 2020년 –4.2%에서 2021년에는 4.2%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기가 회복된다면 올해 세계 에너지 수요도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코로나19 이전의 수준까지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IEA도 에너지 수요가 2023년에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수요가 회복됨에 따라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전망한 2021년 국제 유가는 시나리오에 따라 배럴당 최소 42달러에서 최대 56달러 범위였는데, 현재 상황을 보면 고유가 시나리오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에너지원별 수요도 증가함에 따라 천연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의 가격도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美 바이든 행정부 출범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흐름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청정에너지 중심의 2조달러 투자를 골자로 하는 대선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하는 저탄소에너지산업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른 에너지 수요 감소 및 가격의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에너지 산업에는 경영 환경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경기 회복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덩달아 증가하는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를 조심해야 한다.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믹스 방향은?

2018년말 기준 석탄(28.2%), 석유(38.5%), 천연가스(18%) 등 화석에너지가 국내 전체 1차 에너지소비의 84.7%를 차지했다. 탄소중립은 이들 화석에너지의 비중을 사실상 ‘0’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므로 현재의 에너지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불가피하다.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화의 기본 방향은 최종 에너지 소비의 전기화(electrification)와 전력 생산의 탈탄소화다. 우리 역시 기본적으로는 그러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전기화가 쉽지 않은 부문의 탈탄소화 전략을 구체화 해나가야 한다.

전기화와 전기 생산의 탈탄소화를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의 대대적인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 다만 우리나라의 물리적‧지리적 여건과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탄소중립 목표 실현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설비효율 향상, 공간 활용 최적화 기술 등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대적인 기술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한편 자연조건의 영향을 받는 재생에너지가 대대적으로 확대되면 전력계통의 운영 부담도 늘어날 것이므로 전력계통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물리적·제도적 인프라 확충 또한 병행해나가야 한다.

전기화가 쉽지 않은 부문, 특히 에너지다소비사업장과 대형 화물 운송, 건물 난방 부문 등은 그린수소를 활용한 탈탄소화 전략이 유용할 것이다. 산업·수송·건물 등 전기화가 용이하지 않은 부문의 그린수소 활용을 촉진함과 동시에 안정적으로 그린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에너지 분야 이슈는 무엇인지?

먼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최종에너지의 저탄소화다. 열, 수송, 전력을 3대 최종에너지로 꼽는데, 산업부문 최종에너지에서 가장 큰 비중(36%)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원료’다. 대표적으로 납사(나프타)를 들 수 있다. 이같은 원료의 생산 과정에서 대량의 탄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철강부문에서 탄소발생을 줄이기 위한 옵션은 3가지가 있다. 생산을 줄이거나, 고로를 전기로로 전환하는 것, 그리고 코크스 대신 그린수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산업에 타격을 준다. 고로 대신 전기로에서 생산할 경우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수소로의 환원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크다. 시베리아, 몽골 등에서 수소를 만들어 배로 들여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철강, 시멘트 등 중공업 분야의 경우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므로 단기적으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중장기적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성공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국제사회, 특히 주변국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현재 주춤하고 있는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한중일이 온실가스 감축 공동목표를 설정하고, 국가간 배출권거래시장을 형성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한편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에너지에 대한 소식이 많이 전달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과 다른 정보도 많기에, 보다 객관적이고 사실에 기반하기 위한 열린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에너지는 정치화돼선 안 된다. 중립적 시각에서 정보공유 및 팩트를 기반으로 한 양질의 토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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