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중심의 에너지전환, 재검토돼야”
월성 1호기 수사, 윗선 개입여부 철저히 밝혀야
탈원전 지속시 탄소중립 불가능…비용 감당 못해

[에너지신문] 한무경 의원은 경영인 출신으로, 제8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대구상공회의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21대 국회 전반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국민의힘 중소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올해 더욱 폭넓은 행보가 기대된다. 본지는 한 의원으로부터 탈원전을 비롯한 정부 에너지정책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평가는?

최근 정부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탈원전과 탈석탄을 추진하면서 2034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77.8GW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보다 높은 수치다.

정부가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전환에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개발사업자와 지역 주민 간 갈등이 잦아지고 있고, 신재생 발전소 건설과정에서의 난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급격한 신재생 확대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는 국민 개별 부담을 넘어 산업 전반의 피해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의 산업 구조에 있다. 전기소비가 많은 철강, 조선, 반도체, ICT 등을 주력산업으로 하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이 탄력적으로 반영돼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상황에서 고품질 전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양질의 전기를 가장 경제적이고 안정적이며 친환경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원전을 포기한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탈탄소 정책에 있어 원전은 가장 핵심적인 대안이다. 원전 없이 탈탄소를 진행하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은 이율배반적이며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재검토돼야 한다.

올해부터 전기요금에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7일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환경 비용과 연료비 변동에 따른 비용을 따로 계산해 소비자에게 청구한다는데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대로 전기요금 인상은 기정사실화됐다. 2019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으로 2조 2458억원의 비용이 지출됐는데 이는 해마다 더욱 급증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코로나 등으로 인해 유가가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적게 들어 신재생 확대로 인한 부담이 덜한 상황이다. 하지만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세계 경기 회복 전망 속에 유가 상승과 신재생 확대에 대한 부담이 겹쳐진다면 전기요금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과거 석유파동을 겪어봐서 알겠지만 정부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서 에너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유가연동제를 도입하는 것은 다음 정부에 유가연동제로 인한 피해를 떠넘기기 위한 꼼수이며, 그 피해를 모두 국민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처사다.

지난해 발의한 에너지 관련 법안의 주요 내용, 발의 취지 및 현재 진행 상황은?

지난해 7월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용처에서 전력사업자의 보상비용을 제외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앞서 산업부는 탈원전 정책으로 신규원전을 백지화하고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 하면서 발생한 한수원의 막대한 손실비용을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보전해주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력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기반조성에 필요한 재원으로 사용돼야 한다. 국민의 세금이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사업자의 손실보전 비용으로 사용돼서는 안된다. 이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설치 목적을 분명히 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현재 소관 상임위인 산자중기위 특허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또한 11월에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사용을 축소해야 하는 화석연료에 천연가스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에너지정책 수립에 있어 화석연료 중 석유‧석탄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을 기본원칙으로 정하면서도, 기체형 화석연료인 천연가스 사용에 대하여는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아 천연가스 사용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저탄소 녹색성장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자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현재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가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20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산업부 담당 공무원이 감사원 감사 하루 전 관련 자료 444건을 삭제하는 일까지 있었다. 경제성 평가 조작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가히 충격적인 감사 결과였다.

당시 자료를 삭제하거나 지시‧방조한 공무원 3명 가운데 2명은 구속이 된 상태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들에서 윗선의 개입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정황상 합리적일 것이다.

대통령과 청와대, 공공기관이 탈원전 정책 추진을 위해 경제성 평가 조작이라는 탈법과 비리를 합작하고, 그것도 모자라 힘없는 일선 공무원들에게 새벽 시간에 문서 삭제를 지시했다면 이는 명백한 국기문란 행위다. 윗선이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했다면 그 윗선은 어디까지인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를 두고 ‘탈원전 VS 친원전’ 대결 구도로 보는데.

친원전 프레임을 씌워 몰아가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검찰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해 국가자산을 손실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66%가 원전이 유지돼야 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66%의 국민을 모두 친원전론자라 할 수는 없다. 원자력이 현재까지는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산업여건과 에너지 안보를 고려하면 원자력발전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월성 1호기 검찰수사를 두고 탈원전 세력 대 친원전 세력의 대결 구도라는 주장은 탈원전 지지 세력들이 만든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견해 및 보완해야 할 부분은?

8차 계획과 마찬가지로 이번 9차 계획도 졸속으로 확정됐다. 9차 계획에 따르면 LNG 설비용량은 2020년 41.3GW에서 2034년 59.1GW로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1GW에서 77.8GW로 약 4배 증가한다. 반면 원전은 신한울 1,2호기가 준공되는 2022년 26기로 정점을 찍고 2034년 17기로 줄어들어 19.4GW, 석탄발전은 30기를 폐지해서 29GW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탈원전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면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해야 하는 전기의 특성상 변동성이 큰 신재생발전을 모두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무작정 늘릴 것이 아니라 국내 전력계통이 신재생발전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선행 과정 없는 9차 계획은 졸작이라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전력수요를 과소 예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034년 최대전력수요를 102.5GW로, 연평균 증가율을 1.0%로 전망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전력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반영하지 않았다. 4차 산업 성패의 핵심요소 중 하나는 얼마나 좋은 품질의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하느냐다. 4차 산업의 영향을 배제한 전력수요 예측은 엉터리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 8차 계획 역시 전력수요를 과소 예측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를 증명하듯 불과 몇 달 뒤 정부가 예상했던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이번 9차 역시 정부의 전망치가 엉터리라는 것이 조만간 입증될 것이라 생각한다.

2050 탄소중립 발표에 대한 입장은?

탈탄소가 세계적인 추세인 것은 부정할 수 없으며, 탄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2050년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것은 선언적 성격에 불과하다.

탈탄소를 실현하려면 기본적으로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발전부분에서 모두 탄소가 없는 발전원으로 대체해야 한다. 정부는 9차 전력수급계획에서도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고수하면서 대부분을 신재생으로 대체하기로 했는데, 여기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수반된다. 과연 그 비용은 누가 부담을 한다는 말인가?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차량도 전기차나 수소차로 전환해야 하고, 가정용 난방설비 또한 도시가스에서 전기로 바꿔야 한다. 지금보다 전력소비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급증하는 에너지를 변동성이 심한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에너지저장장치나 수소 등 보조발전원을 활용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더 큰 비용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발전부분 탈탄소를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80%까지 올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 500조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일본, 중국 등은 탄소중립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원전을 늘릴 계획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지속 추진하는 이상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며,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비용은 국민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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