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감사결과 공개...'감사 방해' 산업부 관계자 징계 요구
정재훈 사장에 주의 요구...한수원 이사회 배임은 해당 없어

[에너지신문]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20일 공개됐다.

감사원은 이날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0월 1일 국회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에 대한 감사를 요구한지 1년 10일 만에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온 것.

1983년 상업운전을 개시한 월성 1호기는 2012년 12월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5925억원을 투입, 설비보강을 통해 2022년까지 수명을 연장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2018년 6월 15일 이사회에서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

▲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전경.
▲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전경.

당시 조기폐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경제성 평가에서 전기판매 단가를 과도하게 낮추는 등 자료를 조작, 경제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용률이 54.4%를 초과할 경우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것이 유리함에도 폐쇄 결정을 위해 의도적으로 낮은 이용률로 전망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원자력계는 "수명연장을 위해 설비투자를 진행, 가동이 가능함에도 조기 폐쇄를 의결한 것은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은 국회의 요구에 따라 한수원을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번 감사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행위 해당 여부를 점검하는데 중점을 뒀다.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과 관련, 즉시 가동중단 결정 과정 및 경제성 평가의 적정성 여부를 위주로 점검했으며 안전성·지역수용성 등은 감사 범위에서 제외했다.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된 경제성"

경제성 평가의 적정성과 관련, 감사원은 "삼덕회계법인이 한수원에 제출한 경제성평가 용역보고서(최종안)에서는 월성 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결론내렸다.

삼덕회계법인은 2018년 5월 4일 한수원에 향후 4.4년간 월성 1호기 평균이용률 85%를 적용한 경제성 평가결과를 제시했으나 이날 산업부, 한수원과 회의 후 이용률을 70%로 낮췄다. 이어 같은달 11일 다시 산업부, 한수원과 회의 직후 이용률은 60%로 변경됐는데, 이는 원전 판매달가를 전년도 판매단가에서 한수원 전망단가로 변경토록 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수원 전망단가는 실제 원전이용률이 한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 수립 시 예상 원전 이용률보다 낮을 경우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됐으며, 원전 전체에 대한 규제강화 등 이용률 저하 요인을 전체 이용률에 반영하지 않은 채 전체 원전의 높은 이용률을 그대로 한수원 전망단가 추정에 사용할 경우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된다.

즉 한수원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삼일회계법인에 이를 보정하지 않고 사용토록 해 계속가동시 전기판매수익이 낮게 추정됐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회계법인에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시 감소되는 인건비와 수선비 등 비용의 감소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시, 경제성 평가에 반영했는데, 관련 지침이나 고리 1호기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즉시 가동중단 시 감소되는 비용의 추정은 과다한 측면이 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은 다만 삼덕회계법인이 낙관(80%), 중립(60%), 비관(40%)의 3개 시나리오를 설정한 것에 대해서는 "중립적 이용률(60%) 자체는 적정한 추정 범위를 벗어나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조기폐쇄 결정 과정의 적정성은?

감사원에 따르면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했다. 이에 산업부 직원들은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수원이 즉시 가동중단 외에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했다.

아울러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내리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 관여, 경제성 평가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으며, 백운규 장관은 이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묵인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논란이 된 자료삭제 건과 관련, 당시 산업부 관련 국장 및 그 부하직원은 감사원 감사에 대비,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토록 지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등 감사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삼덕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용역 진행 과정에서 즉시 가동중단하는 방안 및 계속 가동하는 방안 외에 폐쇄시기에 대한 다른 대안은 검토하지 않았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 역시 폐쇄시기에 대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아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외 다른 대안을 검토하지 못하고 조기폐쇄를 심의, 의결하게 됐다.

특히 한수원은 당시 판매단가 등 입력변수를 수정해야 한다는 부사장의 주장이 합리적인지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이를 그대로 수용, 삼덕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에 반영키로 했으며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예측된 한수원 전망단가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부적정한 의견을 제시,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다만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결에 따라 한수원 이사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없고,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가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 지난 6월 원자력계가 감사원 앞에서 월성 1호기 경제성평가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를 촉구하는 모습.
▲ 지난 6월 원자력계가 감사원 앞에서 월성 1호기 경제성평가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를 촉구하는 모습.

◆ 감사결과에 따른 조치 및 향후 전망

감사원은 백운규 전 장관의 비위행위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위배된 것으로,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나, 이미 퇴직했기 때문에 재취업, 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사자료 통보를 산업부에 권고했다.

또한 경제성평가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거나, 한수원 직원들이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 과정에 부적정한 의견을 제시,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시킨 것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정재훈 사장에게 엄중한 주의를 줄 것을 요구했다.

자료를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삭제함으로써 감사를 방해한 산업부 국장 및 직원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 82조에 따라 징계를 요구했다.

아울러 향후 원전의 폐쇄 여부 및 폐쇄시기 등을 결정함에 있어 한수원으로 하여금 특정 방안을 이행토록 하거나,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가 나오도록 외부기관이 수행하고 있는 경제성 평가과정에 관여함으로써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하지 않게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이밖에 정재훈 사장에게는 산업부 장관과 협의해 향후 원전 계속가동 등과 관련된 경제성 평가 등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통보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중대 사유였던 경제성 평가가 과도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원의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향후 탈원전 당위성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운영주체인 한수원에게는 향후 큰 압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월성 1호기가 재가동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원자력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감사원 감사는 월성 1호기 계속가동시 경제성의 축소, 그리고 이와 관련한 주요 관계자들에 대한 주의 및 징계 여부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재가동에 대한 내용은 없다"며 "(월성 1호기 재가동을 위해서는) 한수원이 원안위에 가동 승인을 요청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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