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의 3D프린팅 기술 연구현황

[에너지신문]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기술들이 융합돼 새로운 기술 플랫폼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기대되는 분야는 단연 제조업이다. 멀지 않은 미래의 제조기술은 어떤 모습일까?

다양한 모습들을 상상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AI(머리)가 로봇(손)을 제어해  3D프린팅(도구)만으로 완전한 제품을 제조하는 것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찌 생각하면 그런 조합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다. 공상과학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한번쯤은 접해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3D프린팅 기술은 제조업의 혁신(revolution)을 이끌 ‘21세기의 연금술’이라고 불리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3D프린팅 기술의 등장이 인터넷을 통해 인류가 경험했던 변화보다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평과 함께 앞서 언급했듯 3D프린팅 기술이 AI, 로봇, 사물인터넷, 머신비전 기술 등과의 융합을 통해 제조업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세계 각국 정부의 3D프린팅 기반 산업 및 R&D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로 인해 최근 3D프린팅 기술은 시제품 및 디자인 테스트 활용에서 벗어나 기계, 의료·바이오, 항공·우주, 교육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 제품 생산에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3D프린팅을 통한 제조의 궁극은 무엇일까? 그것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골격(구조물)과 전기·전자회로 및 부품을 일체화해 동시에 제조하는 것으로, 3D인쇄전자(3D printed electronics)기술이라고 불린다.

우리가 3D인쇄전자기술을 이용, 완전한 전기·전자제품인 '아이언맨'을 제작한다는 가정하면 3D프린팅 기술로 금속 혹은 플라스틱의 아이언맨 골격뿐만 아니라, 기능성 소재들을 활용해 전기·전자회로 및 기능성 부품을 동시에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인쇄전자 기술에서는 평평한 기판 위에 2차원 패턴의 인쇄만이 가능하여 구현 가능한 전기·전자소자의 형상에 한계가 있었다면, 3D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한 3D인쇄전자기술은 3차원 형상의 기판(골격)을 제작할 수도 있고, 제작된 평평하지 않은 3차원 기판에 2차원 기능성 패턴은 물론 3차원 패턴을 구현할 수 있다.

미래 사회의 전기·전자제품은 더욱 복잡하고 인체친화적인 곡면형·전방형의 3차원 스마트 기기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미래형 제조 기술로서 3D인쇄전자기술의 중요성은 증대되고 있다.

3D인쇄전자 세계시장은 2025년까지 적어도 10억달러 이상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차세대 기술인 유연, 신축 및 구조전자기술 분야와 접목될 경우는 2025년까지 1000억불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 및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과기정통부-산업부)에서도 국가차원의 중·장기적 3D프린팅 기술 확보 전략 마련을 위해 3D프린팅 전략기술 로드맵을 수립했고 10대 핵심 활용분야를 선정했다. 그 중 3D전자부품에 대해서는 2025년까지 전자·전기적 기능 부여가 가능한 복합소재 및 복합공정 3D프린팅 기술 확보를 통해 세계적으로 기술 우위를 선점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 3D인쇄전자기술의 정의 및 적용 가능 분야
그렇다면 3D인쇄전자기술 구현을 위해 3D프린팅 기술의 핵심요소들은 무엇일까? 단순히 가볍고, 단단한 대형 입체 구조체만 제작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일까?

물론 그것들도 반드시 확립돼야 할 요소들이지만 3D인쇄전자기술 구현 위해선 이것들만으로는 부족하다. 3D프린팅 기술이 보다 정교해져야 하며, 제작된 구조물에 기능(전기적, 자기적, 기계적, 광학적 등)을 부여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성 소재의 개발이 필요하고, 이것들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3D프린팅 기술 개발과 기존 3D프린팅 기술들 간의 융복합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 3D 인쇄전자 기술은 미래를 변화시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 3D 인쇄전자 기술은 미래를 변화시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필자가 소속돼 있는 한국전기연구원(KERI)의 스마트 3D프린팅 연구팀이 관련 분야의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본 연구팀은 3D프린팅 기술을 연구함에 있어 타 기관과 차별화된 전략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소재, 공정, 및 장치를 동시에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개념의 3D프린팅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한다. 이와 반대로 만약 3D프린팅 소재만 연구한다면 3D프린팅 공정 및 장치에 대해 외부에 의존적이게 돼 연구에 제약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본 연구팀은 기존 상용화된 3D프린터들로는 구현할 수 없는 수백 나노미터(nm) 단위의 3차원 구조체를 제작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잉크 기반 고정밀 3D프린팅 기술과 해당 기술이 적용된 나노급 3D프린터를 개발했다.

개발한 나노프린터를 이용하면 작게는 300nm급의 해상도를 갖는 나노와이어 및 3차원 구조체의 제작이 가능하다. 또한 연구팀은 3D프린팅 가능 소재의 다양화와 기능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전도성 고분자, 그래핀, 탄소나노튜브, 은, 구리, 양자점(QD) 등과 같은 다양한 기능성 소재를 3D프린팅용으로 잉크화 하는 기술을 확립했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전자회로, 센서, 에너지 소자, 및 디스플레이 소자 등을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들은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외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이 게재됐고 국내외 언론에 주목해야 할 기술로 소개됐다. 현재 관련 기업들과의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 상용화를 활발히 추진 중에 있다.

3D인쇄전자기술은 전세계적으로 아직 연구개발 초기단계이지만 향후 5년 이내에 휴머노이드 로봇, 개인 맞춤형 의료기기, 웨어러블 전자기기, 초경량 스마트 부품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돼 관련 산업 및 시장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기대의 실현을 위해 KERI 스마트 3D프린팅 연구팀은 AI, 로봇 기술과 기 보유한 3D프린팅 및 소재 기술을 접목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첫 단계로서 현재 로봇 기술이 접목된 미래형 융복합(hybrid) 3D프린터를 개발 중이다.

장차 개발될 기술들은 전기·전자소자 제작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로봇, 웨어러블 기기, 에너지 소자, 의료기기, 자동차 전장 제조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국내 제조업의 기술 혁신과 신시장 창출은 물론 해당분야의 국가 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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