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재주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인터뷰] 하재주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 권준범 기자
  • 승인 2020.09.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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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운명 달린 ‘골든타임’ 놓쳐선 안 돼"

[에너지신문] 하재주 제22대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이 지난 1일부로 취임, 1년간의 임기에 들어갔다. 하재주 신임 학회장은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 학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원자력공학 석박사 취득 후 원자력연구원에서 안전연구, 신형원자로 개발본부장 등 주요 직책을 거쳤으며 OECD/NEA 원자력개발국장, 원자력연구원장을 역임했다. 본지는 하재주 회장으로부터 원자력 정책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신재생 = 탈원전’ 등식, 이성 아닌 이념적인 것
원전 해외수주는 대통령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

Q. 제33대 원자력학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취임 소감 및 향후 학회 운영 방향은.
지금의 에너지문제가 미래 세대에게 미칠 악영향을 생각하면 축하보다는 원자력을 살려야 한다는 더욱 절실한 책임감이 먼저 생깁니다. 각고의 노력으로 이룩한 우리 원자력이 2017년 탈원전 정책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을 선동해서 생긴 왜곡된 시각을 과학적 근거로 바로 잡을 것입니다. 비판을 넘어 미래를 위한 탄소제로 에너지믹스 대안을 제시하는데 노력하고자 합니다. 

Q. 과거 원자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셨을 때와 현재 원자력학회장으로서의 원자력에 대한, 그리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시각은 어떻게 달라지셨는지.
탈원전 3년이 지난 지금 많은 부작용들이 가시화됐습니다.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며 탈원전 반대서명도 70만이 넘었습니다. 고단한 3년간의 호소와 항의와 절규에도 정부의 입장은 변한게 없습니다.

골든타임을 놓쳐 원자력이 회복불가가 될까하는 우려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국민들이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주셔서 큰 힘이 되고, 희망을 가집니다.

Q. 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원자력계와 정부 간 갈등은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학회의 수장으로서 갈등을 풀어나갈 해법을 제시하신다면.
이 시대는 모든 분야에서 갈등이 극대화돼 있습니다. 갈등의 실타래를 풀어가야 합니다. 원자력은 신재생과 갈등할 이유가 없습니다. 규모와 속도, 방법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할 뿐입니다. 신재생은 간헐성 때문에, 수소는 생산방법 때문에 화석연료를 쓰지 않을 수 없어 그린이 아니고 그레이가 돼 있고 비용 또한 높습니다.

경제적이고 그린인 원자력과 조화하면 최적의 에너지믹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재생이 원자력을 부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원자력은 아예 논의의 대상에서 배제합니다.

도대체 누가 ‘신재생확대=탈원전’이라는 등식을 만들어 이성보다는 이념적으로 갈등하는 상황을 만들었을까요? 반핵단체와 정치인이 과학의 영역을 정치의 영역으로 가져간 결과입니다. 과학의 영역으로 다시 가져와야 합니다.

중국의 모택동 시절 고철을 모아 강철을 만들자는 정책이 시행된 적이 있습니다. 무리하게 세운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흙벽돌로 쌓은 조악한 용광로인 토법고로(土法高爐)에 멀쩡한 농기구까지 녹였지만 강철은 커녕 똥철 밖에 생산못했다는 얘기입니다. 편향되고 무리한 지금의 에너지정책이 이렇게 될까 걱정입니다.

정치, 이념, 선입견을 배제해야 합니다. 기울지 않은 소통의 운동장에서 전문가를 초대,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며 바른 길을 찾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토법고로가 되지 않게 하는 첫걸음입니다. 돌다리를 단 한번이라도 두드려 보라는 대통령의 한마디가 절실합니다. 원자력학회는 최적의 에너지믹스에 대한 대안을 준비할 것입니다.

Q. 원자력연구원 재직 당시 소형원자로 SMART에 깊이 관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SMART의 원활한 상용화 및 해외진출을 위한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해외수출에 대한 열정과 집념이 상당히 컸습니다. 한국컨소시움대표로 2009년 요르단에 연구용원자로를 수주했습니다. 최초의 원자력 일괄수주였습니다.

SMART는 2012년 설계 인허가를 받아 Global SMART Strategy라는 나름의 전략을 세워 미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사우디 등을 돌아다니며 활로를 모색했습니다.

결국 2013년 말에 사우디에 2기를 건설하고 인력양성을 하며 이를 위해 타당성검토사업을 공동으로 한다는 MOU를 체결한 것이 지금의 사우디 SMART 프로젝트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다른 나라의 맹렬한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우리가 시장에 먼저 진입해야했지만 아직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미국의 NuScale이 인허가의 마지막 단계까지 발전했고, 건설계획까지 있기 때문에 우리의 SMART가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하고 크게 걱정이 됩니다.

첫 2기는 혁신개념의 기술검증에 더 무게를 둬 양국이 공동으로 건설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동시에 시장성을 더욱 높인 후속 호기 모델도 병행해 준비해야 합니다. 첫 2기도 못 짓고, 후속모델 개발까지 늦으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어둡다고 봅니다. 이것 역시 정부의 의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Q. 정부와 한수원은 체코 등 해외 원전사업 수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사업 수주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언인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공급망을 잘 갖추고, 건설공기와 예산을 잘 지키는 우리의 경쟁력은 최고라고 봅니다. 더구나 APR1400은 미국의 규제기관인 NRC로부터 설계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가격과 기술, 건설경험, 기기공급, 프로젝트관리 등 공학도나 산업체, 그리고 사업가가 할 수 있는 것은 수주에서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원전수출은 단순히 수주해서 건설로 끝나는 사업이 아닙니다.

건설 후에도 60년의 운전과 해체까지 국가 간 장기적인 신뢰구축이 필요한 프로젝트입니다. 그래서 원전비지니스는 대통령의 약속으로 신뢰를 주는 대통령비지니스라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의지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탈원전정책이 치명적인 약점이 될까 걱정입니다.

Q.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에 대한 학회의 입장은.
탈원전정책이 아니었으면 폐쇄 결정을 했을까요? 경제성 문제라면, 폐쇄보다는 경제성 보강 노력을 했겠지요. 원자력 전기값은 모든 원전을 평균한 것입니다.

경제성이 나쁜 원전이라는 것은 좋은 원전보다 나쁘다는 것이지 가스나 신재생보다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월성1호기의 폐쇄이유가 경제성 때문이라는 것은 핑계입니다.

두산중공업이 천명이나 명퇴했을 때 신한울 3, 4호기를 건설하면 적어도 오백명은 구제했을거라고 하더군요. 진단이 솔직해야 처방도 제대로 합니다. 금융지원 업종전환 등의 자구책으로 두산중공업이 소생한다해도 이대로 가면 원전기기의 제작능력은 사라지는 것입니다.

신한울3, 4호기 건설의 당위성이 차고 넘칩니다. 온실가스 미세먼지 감소는 너무 당연하고, 건설 중 사업중단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 또한 당연한 것입니다.

막대한 국민세금으로 한국형 뉴딜을 한다지만 신한울34 건설재개는 국민세금 안들이고 기업을 살리는 것입니다. 원자력산업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인 대안이고, 체코 등 수주에도 결정적인 좋은 시너지를 가져다 줄겁니다.

건설 반대이유는 오로지 탈원전정책을 위배한다는 정치적 명분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성에 대한 얘기는 핑계입니다. 고리1호기가 현대 포니자동차라면 신한울3, 4호기는 제네시스입니다. 정치적 명분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실용적인 판단이 우선이 돼야 합니다.

Q. 정부는 원전 해체산업을 통해 침체에 빠진 원전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시각에서 이에 대한 견해는.
현대자동차가 자동차생산 그만두고 폐차장으로 활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두산중공업이 수천억이나 하는 핵심 주기기 제작 대신에 60년 된 원자로 고철을 절단해서 폐기 처리하는 것이 어찌 산업에 활력이 됩니까?

잘 먹던 밥 뺏어놓고 굶어 죽으니 죽 먹고 힘내라는 것과 뭐가 다른지요. 해체한다고 공장이 돌아가는게 아니며 해체예산의 반은 폐기물 처리 비용입니다. 해체의 해외사업도 우리는 후발주자인데다가 딱히 우리의 강점을 살려 수익을 올릴만한 분야도 크지 않습니다.

해체는 수명을 다한 우리의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한 국가적인 사업이지 산업의 활성화로 포장해서는 안 됩니다.

Q. 국내 가동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신다면.
원자력의 안전목표는 원자력으로 인한 리스크가 다른 산업의 0.1%이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사람 목숨 다 같지만 일반인들은 핵폭탄을 연상하니까 1000배나 강한 안전 목표를 세웠습니다. 과학적인 근거는 아니지요.

원자력 역사상 3대 중대 사고라는 TMI,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방사선피폭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공식적으로 각각 0명, 43명, 0명입니다. 우리원전은 TMI원전과 설계가 가장 유사하며 TMI사고때 핵연료가 녹았지만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유출이 없었습니다.

상상하는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안전하다는 얘기입니다. TMI사고 40년이 지난 지금 끝없는 개선으로 그런 사고도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습니다. 한번 사고 나면 망한다는 선동은 왜곡입니다.

우리의 원전은 안전 목표를 충분히 만족하게 설계됐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번 태풍에서 염분 때문에 전력계통에 문제가 생겨 원자로가 정지됐습니다.

염분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은 관리를 잘못한 것이고 그럼에도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하는 것은 안전기능이 충분히 작동한 것입니다. 염분 관리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원전의 안전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동의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원자력 산업계, 정부, 에너지신문 독자 등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나쁜 왜곡된 선동은 국력 낭비일 뿐입니다. 원전의 정비기간이 급격히 늘어 정지해 있는 시간이 현저하게 늘었습니다. 오래 세워 놓는다고 안전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눈치 보기고 책임 회피입니다.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들이 규제기관, 시민단체, 지자체, 감사 등에 2중3중 시간 뺏기고 피로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서라는데 오히려 안전에 집중하지 못하게 합니다.

왜곡된 선동의 결과입니다. 어떻게 하면 진정으로 안전이 확보되는지 성찰하지 않으면 피해는 결국 모든 국민과 미래세대가 될 것입니다.

에너지문제는 기후위기, 미세먼지, 전기요금부터 산업, 환경, 에너지안보까지 복잡하고 종합적인 판단을 필요로 하는 영역입니다. 신재생은 깨끗하니까 원전을 불안하니까 이런 식의 일차원적인 감성으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어떤 에너지 믹스로 갈 것인가는 건강하고 올바른 소통의 장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모든 에너지를 동일선상에 펼쳐 놓고, 관련 전문가들이 국가와 국민을 중심에 두고 투명하게 소신껏 토론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첫걸음입니다. 탈원전을 선언하신 대통령께서 건강한 소통의 장을 만들어 주시길 오늘도 염원하고 있습니다.

권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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