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사 대한전선·LS전선, 나란히 해외수주 ‘풍년’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 확대 예상…향후 전망도 ‘맑음’

[에너지신문]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된 시기였다. 전력 분야도 예외는 아니라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국내 전력케이블 대표기업인 대한전선과 LS전선은 오히려 상반기에 기록적인 해외수주를 달성하며 전력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향후 해외시장의 꾸준한 수주가 지속적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그린뉴딜에 따른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이들 두 회사의 활약에 관심이 집중된다.

본지는 양 사의 상반기 주요 실적을 되짚어보고,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유럽서 ‘괄목할 성과’ 거둔 대한전선

대한전선은 주력제품인 전력케이블 분야의 해외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성장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다.

높은 기술력의 초고압(EHV) 케이블을 앞세워 유럽 및 북미시장 공략에 성공하며 해외 시장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그린뉴딜 정책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확대 추세에 맞춰 해저케이블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전선은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현지화 전략’을 채택했다.

2017년 이후 유럽지사, 미주 동부지사, 인도네시아 지사를 차례로 설립한 것과 함께 지난해에는 해외지사를 권역별로 묶어 총괄 운영하는 거점 본부를 신설했다. 기존 소단위의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 대륙별로 통합 관리함으로써 운영의 효율화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영업 네트워크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그 결과 대한전선은 2019년 하반기부터 대형 프로젝트를 연달아 수주하며 실적 개선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해 6월 쿠웨이트에서 910억원 규모의 400kV 초고압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총 1500억원 규모의 3개 프로젝트와 호주에서 1400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 대한전선 초고압케이블이 당진공장에서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 대한전선 초고압케이블이 당진공장에서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도 덴마크 전력청과 8년간 HV급 케이블을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네덜란드, 싱가포르, 카타르에서 총 750억원, 영국에서 925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 가운데 괄목할 만한 성과는 유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럽은 신재생에너지 투자 및 노후 전력망에 대한 교체 수요 증가, 도시 확대에 따른 인프라 투자 등으로 지속 성장이 기대되고 있는 시장이다.

대한전선은 2017년 5월 영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북미, 중동 등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기술 제안을 하며 고객에게 맞춤 솔루션을 제공해 온 결과 2017년 스웨덴에서 초고압 프로젝트를 수주한 이후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등에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영국에서 수주한 ‘영국파워터널 2단계 프로젝트’는 국내 전선기업이 영국에서 수주한 전력망 프로젝트 중 역대 최대 규모로 관심을 모았다. 이는 런던의 장기적인 인프라 개선 사업을 국내 기업이 수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같은 해외시장에서의 약진에 힘입어 대한전선의 상반기 실적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대한전선의 별도 기준 상반기 누계 매출은 7413억원, 영업이익은 29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각각 16%, 1450% 이상 급등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전력케이블 분야의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특히 배전급 해저케이블에 대한 기대가 크다.

대한전선은 2016년 말 당진공장 내에 배전급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고 해저케이블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배전급 해저케이블을 선택한 것은 막대한 신규 설비 투자 없이 당진공장이라는 기존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송전급 만큼이나 배전급 케이블에 대한 수요 확대가 클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요구 증가로 해상풍력발전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뉴딜 정책에 따라 해상풍력 사업이 본격적인 속도를 내고 있어 배전급 케이블에 대한 수요도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 대한전선의 서남해 해상풍력 본사업 내부망 공사 수행 모습.
▲ 대한전선의 서남해 해상풍력 본사업 내부망 공사 수행 모습.

대한전선은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에 배전급 해저케이블을 납품하며 배전케이블 사업의 첫 삽을 떴다. 풍력발전기와 발전소 사이를 연결하는 내부망 구축 프로젝트를 일괄 수주, 납품을 완료함으로써 기술력과 프로젝트 수행능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의 연구개발 및 본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기술력과 프로젝트 수행능력을 인정받았다”며 “향후 진행 예정인 서남해 해상풍력 2, 3단계 후속 사업 및 여타 해상풍력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배전급 해저케이블 사업 참여 기회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에는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배전 해저케이블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이는 러시아 국영 수력발전기업인 루스기드로(RusHydro)가 발주한 프로젝트로 정부기관의 관리 하에 설립되는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의 복합 스포츠센터에서 소비될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대한전선은 최대 수심이 100m에 육박하는 예니세이강에 구축될 해저케이블을 공급하고 시공 관리감독을 수행한다. 

이외에도 대한전선은 차세대를 선도하는 기술로 꼽히는 XLPE 절연의 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과 HV급 PP케이블(폴리프로필렌) 케이블의 개발 및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PP케이블은 인체에 무해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각광받고 있어 향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무색한 LS전선의‘대활약’

LS전선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대형 수주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총 1000억원 규모의 초고압(HV) 및 저압(LV) 전력 케이블 공급권을 따낸 LS전선은 싱가포르 전력청의 노후된 HV 케이블의 교체 사업을 2017년에 이어 연속 수주하며 싱가포르 시장 점유율 1위 전선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 2017년 중국 기업에 내줬던 LV 케이블 시장도 3년 만에 다시 진입하면서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에서도 뒤지지 않음을 증명했다.

LS전선은 네덜란드와 미국에서도 총 2000억원 규모의 해저 케이블 사업을 수주했다. 특히 네덜란드 계약 건은 LS전선이 유럽에 진출한 이래 최대 규모의 계약으로, 케이블의 본고장인 유럽 시장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유럽 해저케이블 시장은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에 힘입어 향후 5년간 수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어서 LS전선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 LS전선의 케이블이 선적되는 모습.
▲ LS전선의 케이블이 선적되는 모습.

LS전선은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급성장으로 대규모 수주가 잇따르자 국내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강원도 동해시에 약 500억원을 투자, 해저케이블 2공장을 준공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확보하게 됐다. 이와 함께 최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신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제품의 기술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태양광 전용케이블을 개발, 국내 최초로 TUV로부터 IEC(국제전기표준회의) 및 EC(유럽표준) 인증을 획득한 것.

케이블이 야외에서 장기간 노출될 경우 기능 손상과 형태 변형, 과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태양광 전용케이블은 이를 보완해 자외선과 열, 추위, 물 등에 강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DC(직류) 방식으로 개발, 기존 AC(교류) 방식보다 에너지 전송 효율을 높이고 시스템 설치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S전선은 이번 인증이 국내 시장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중동 등의 해외 시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국내외에서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해상풍력 시장에서 기존 입지를 다지는 한편 신시장 진출도 도모하고 있다. LS전선은 6월 중순부터 대만 해상풍력단지에 공급하는 5000억원 규모 해저케이블의 본격적인 출하를 개시했다.

▲ LS전선 직원들이 선적된 케이블을 검사하고 있다.
▲ LS전선 직원들이 선적된 케이블을 점검하고 있다.

대만은 정부 주도로 2020년부터 2035년까지 3차에 걸쳐 총 15GW의 해상풍력단지를 건설,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5%에서 50%로 늘릴 계획이다. LS전선은 이 가운데 지난해 발주된 1차 사업의 초고압(HV) 해저케이블 공급권을 모두 따냈다. 대만 시장이 3년 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추가 수주에 집중하고 호주, 베트남, 일본 등으로 시장 확대도 도모할 계획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명노현 LS전선 대표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국내 시장의 한정된 수요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져 왔다”며 “최근의 성과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그간의 노력들이 가져온 값진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그린뉴딜 정책을 비롯, 각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에 나섬에 따라 관련 R&D 및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