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엽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태양광PD

[에너지신문] 지난 31년간 정부는 태양광 분야 R&D에 약 1조 1000억원을 투자해 왔다. 최근 5년에는 글로벌 태양광 시장 성장과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고려해 정부 R&D 투자가 지속증가하면서 2019년 최초로 연간 투자액이 700억원을 상회했다.

그 결과 국내 기업들은 세계최고 수준의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와 모듈 제품을 개발했으며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등 몇몇 박막 태양전지 기술들이 세계최고 효율로 등재됐다. 시화호 해상에 부유식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일규모 세계최대인 새만금 수상 태양광 발전소 구축 기반도 마련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속적인 R&D 투자와 성과 창출에도 불구하고, 국내 태양광 산업계가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선도할 만큼의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정질 실리콘 중심의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폴리실리콘, 잉곳·웨이퍼, 셀, 모듈 등 전 가치사슬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중국기업들이 공격적인 R&D 투자를 바탕으로 기술경쟁력도 강화 중이어서,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국내 산업경쟁력은 약화되는 추세다.

더욱이 중국기업들이 대규모 증설을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을 지속적으로 위협할 전망이다. 차세대 원천기술 개발이 부족한 중국 선두기업들은 이미 독일 프라운호퍼·ISFH, 스위스 로잔공대(EPFL), 벨기에 IMEC 등과 공동개발을 추진 중이다. 중국의 LONGi Solar, Jinko Solar, JA Solar 등 7개 기업이 연합해 M10 대면적(182mm x 182mm) 웨이퍼를 국제 표준으로 추진하려는 계획을 발표했고, 중국의 Trina Solar는 600W+고출력 모듈의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 39개 기업으로 구성된 개방형 혁신 생태계 동맹(Open Innovation Ecological Alliance)이라는 합종연횡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일본·유럽 국가들도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최고 기술력을 보유 중이며, 차세대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 SunPower는 IBC (Inter-digitated back contact)라는 결정질 실리콘 후면전극 태양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최고 양산효율을 보유 중이고, 일본 Kaneka도 일본 Panasonic이 개발한 HJT(Heterojunction Technology PV, 결정질 실리콘 표면을 박막 실리콘으로 코팅해 재결합 손실을 최소화) 기술에 후면전극 기술을 접목, 26.7%라는 세계최고 R&D 태양전지 효율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은 TOPCon(Tunnel-Oxide Passivated Contact, 후면에서의 재결합 손실을 개선하기 위해 얇은 산화물층을 도입해 PERC 구조 업그레이드) 기술을 프라운호퍼 ISE 연구소에서 개발했다. 스위스의 로잔공대에서는 염료감응 태양전지와 박막 실리콘 탠덤 태양전지를 개발하였고, 최근에는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 탠덤 태양전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 탠덤 태양전지의 세계최고 효율은 29.2%(면적 1cm2)로 독일의 베를린 공대(HZB)에서 올해 1월에 기록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 실현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태양광 기업 공동활용 연구센터 구축은 기반구축을 위해 3년간 약 500억원의 정부출연금과 지방비가 투자되는 사업이다. 본 사업은 국내 태양광 핵심소재·부품·장비·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공정개발 및 양산성 검증이 가능한 R&D 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태양광 기업들이 원팀으로 연구개발을 협력할 수 있는 태양광 분야의 소위‘한국판 프라운호퍼 연구소’를 만들자는 취지이다.

이를 위해 중국의 대규모 R&D 투자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셀‧모듈 기업이 협력, 상승효과를 창출하는 R&D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최첨단 결정질 실리콘과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 탠덤 태양전지와 모듈을 제작할 수 있는 100MW급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국내 기업들과 핵심소재·장비·부품 개발의 소부장 연구를 주도하고 양산성 검증용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예정이다. 미국 NREL, 독일 프라운호퍼 등과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성능‧효율 측정 기능도 육성한다. 해외 연구기관과의 국제협력도 강화, 차세대 전지개발의 글로벌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인력양성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기업 공동활용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협력해 2030년까지 효율 35%, 제조단가 0.1달러/W의 차세대 전지개발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한다면 발전시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린 모빌리티와 스마트시티의 지속가능한 주요 전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또한 기존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초고효율 차세대 탠덤 태양전지 중심으로 전환하고, 강건한 국내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도록 수요기업(태양전지‧모듈)과 공급기업(소재・부품・장비)간의 연계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태양광 산업계가 일치단결해 공동의 목표에 매진한다면 동반 혁신성장 가능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