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환경규제 대비 정유업계…코로나 변수에 '곤혹'

유연탄이 적재된 선박이 항구로 들어오고 있다.
선박 관련 이미지.

[에너지신문] 올해 시행된 해운업계의 강력한 환경규제 영향으로 저유황유 호황을 기대하던 국내 정유사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해상 물동량이 감소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감소한 해상 물동량의 영향으로 선박들이 사용하는 저유황유 가격은 고유황유 가격 수준까지 하락했다. 고유황유에서 저유황유로 연료를 교체하도록 한 해운업계의 환경규제를 대비하기 위해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까지 저유황유 생산설비에 집중투자했다.

최근 선박유 정보업체 십앤드벙커에 따르면 글로벌 20개 항구의 평균 초저유황중유(VLSFO) 가격은 톤당 354달러다. 이는 올해 초 가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올해 2월까지만 해도 톤당 600달러 수준에서 저유황유 가격은 움직였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해상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저유황유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었고 이는 저유황유의 거래 가격의 가파른 하락을 견인했다. 지난 4월 28일에는 올해 최저인 210달러 수준까지도 떨어졌었다. 

저유황유를 생산하려면 고도화 설비를 통해 황 함량을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고 최근 수소경제로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수소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국내 정유사들은 하락한 저유황유 가격이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실제 고도화설비를 통한 수첨탈황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순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고유황유의 가격과 비슷한 수준에 저유황유가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고유황유보다 통상 가격이 40~50% 높아야 하는 저유황유는 최근 고유황유와 가격 차이가 10~20% 정도 비싼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저유황유 가격이 톤당 200~300달러 수준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고유황유는 최근 290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전 세계 170여 개국을 회원국으로 둔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부터 선박 연료의 황 함량 상한선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는 'IMO2020' 규제를 시행했다. 환경오염의 원인 물질인 황 배출량을 줄이자는 취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IMO2020'의 영향으로 전 세계 선박용 저유황유 수요가 2019년 일평균 10만배럴에서 올해 100만배럴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전망에 영향을 받은 국내 정유사들은 저유황유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에 적극 투자했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변수만 아니라면 정유사들의 고도화설비 투자는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SK에너지는 1조원을 투자해 울산에 건설한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를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앞당겨 준공하고 3월 말부터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SK에너지는 VRDS 가동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2000억~3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현대오일뱅크 또한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선박용 저유황유 전용 생산설비를 구축한 데 이어 선박 연료 브랜드를 출시했고 S-OIL도 울산 공장 내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기름에서 황을 제거하는 설비를 증설했다. GS칼텍스 또한 공장 연료로 쓰던 저유황유는 선박유로 판매하고 액화천연가스(LNG)로 공장을 운영하는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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