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가스냉방 보급 확대방안' 기대감 상승
가스냉방 의무 확대 및 설치지원 제도 등 강화
보급량 439만RT로 증가세 '멈춤'…지원금도 '주춤'
가스공사 자체 재원활용 동참…정부 예산 늘려야

가스히트펌프(GHP) 설치 전경.
가스히트펌프(GHP) 설치 전경.

[에너지신문] 올해 6월은 전국 평균기온이 22.8도로 전국 기상관측망이 확장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평년보다 높은 이러한 무더위는 7,8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여름철 날씨는 냉방전력 수요증가로 이어지고 전기냉방의 꾸준한 증가가 하절기 전력피크 발생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전력거래소의 최대전력수요대비 전력냉방부하를 보면 2015년 24.5%, 2016년 28.3%, 2017년 25.7%, 2018년 30.6%, 2019년 28.2%를 기록했다. 냉방에너지원의 다양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기냉방을 대체해 하절기 전력피크를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수단이자 합리적 에너지 이용방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가스냉방이다. 가스냉방은 기존 공급시설을 활용해 수요변동에 따른 유연한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급격한 냉방수요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동고하저의 가스수요패턴이 개선돼 가스저장설비의 효율적 운용에도 기여한다.

▲제자리 맴도는 가스냉방 보급

그동안 정부는 2011년부터 가스냉방 설치비의 약 10%를 지원하고 기기별(흡수식, GHP) 효율과 용량 등에 따라 차등지급해 고효율기기 보급을 유도해 왔다. 

2008년 4월부터 민간건물의 일정규모 이상 건축물(신축, 개축, 재축)에 중앙집중 냉방설비 설치시 최대 냉방부하의 60% 이상을 비전기식 채택을 의무화했고, 2011년 7월부터 공공기관 연면적 1000㎡이상 건축물의 신축, 증축 및 냉방설비 교체시 설비의 60%이상을 비전기식으로 설치를 의무화했다.

하절기(5~9월) 가스냉방요금의 경우 평균 공급가격 이하로 공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도매요금의 경우 원료비 25% 및 도매공급비용을 면제해 원료비의 75%만 요금에 반영하고, 소매요금의 경우 지자체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소매공급비용의 65%수준을 반영하고 있다.

가스냉방 설치비 투자금액에 대한 소득세, 법인세 세액도 대기업 1%, 중견기업 3%, 중소기업 7%씩 세액을 공제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스냉방보급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민간과 공공기관을 합쳐 가스냉방 누적보급량은 2017년 409만RT, 2018년 427만RT, 2019년 439만RT에 머물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2017년 70억원, 2018년 58억원, 2019년 47억원 등 3년간 175억원의 가스냉방 장려금을 집행했다. 이를 통해 보급한 가스냉방 설치용량은 2017년 5만 9000RT, 2018년 8만 1000RT, 2019년 5만 5000RT 등으로 3년간 19만 5000RT다. 설치대수는 2017년 870대, 2018년 1149대, 2019년 1123대 등 3년간 3142대를 장려금을 통해 설치했다.

십수년간 가스냉방 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와 가스공사, 도시가스협회, 관련업계가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 보급률은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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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GHP 설치현황(한국도시가스협회 제공).

2011년 전력 블랙아웃 이후 지속적인 발전설비 확충으로 안정적인 전력예비율이 확보된 반면 가스냉방의 전력부하 저감 역할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다.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원하는 정부의 가스냉방 보조금 예산도 2014년 140억원을 정점으로 2020년 64억원으로 감소 추세다.

정부 보조금 예산은 2011년 50억원, 2012년 50억원, 2013년 103억원(+53억원), 2014년 140억원(+80억원), 2015년 130억원(+70억원), 2016년 75억원, 2017년 70억원, 2018년 70억원, 2019년 67억원, 2020년 64억원으로 10년간 총 819억원이다. 2013~2015년은 전력산업기반기금 변경을 통해 예산을 증액 반영했었다. 

가스냉방을 10년간 운영할 경우 전기냉방보다 13~21% 저렴하지만 고가의 초기투자비와 유지관리비용 부담은 보급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초기투자비는 GHP 20RT 기준으로 3800만원 수준, 흡수식은 240RT기준으로 1억 6000만원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GHP의 경우 5년 주기로 120~180만원의 유지보수비용도 발생한다. 설치비용부담과 유지관리비용이 가스냉방 보급 확대의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1년 7월부터 공공기관 비전기식 의무화가 시행됐지만 이전에 냉방기를 도입 완료했던 기관과 민간에서 공공기관으로 기부채납한 건물은 의무에서 제외됨으로써 규제 사각지대도 발생하고 있다.

흡수식 냉방기의 부품은 국산화돼 있지만 GHP의 경우 주요부품인 압축기는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엔진은 자동차용 엔진을 활용함에 따라 제품가격 인하 및 성능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기사는 가스냉방 제품 외에도 EHP, 지역냉방기 등 경쟁제품을 동시에 판매하고 있어 소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스냉방의 효용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를 이끌기 위한 체계적인 홍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표1
▲ 인상된 정부의 GHP 장려금 지원단가 및 한도

▲확~ 달라진 가스냉방 확대 정책

지난 5월 2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하절기 전력피크 저감과 합리적 에너지이용을 위한 가스냉방 보급 확대 방안을 내놨다. 탁월한 전력대체효과에도 불구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없었기에 이번 정부의 가스냉방 보급 확대방안에 거는 관련 업계의 기대는 크다.

앞서 지난해 6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가스냉방 보급확대가 포함됐으며, 이어 지난해 8월 발표된 에너지효율혁신전략에서는 가스냉방 설치용량을  2030년까지 800만RT를 보급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된 바 있다.

가스냉방 설치용량 800만RT 목표는 2019년 설치용량이 누적기준 439만RT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보다 약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정부 보조금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현행 제도를 혁신하거나 신규시장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산업부는 지난 5월말 가스냉방 보급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공부문의 선도와 민간부문 인센티브를 통해 수요를 확대하고 가스냉방 보급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가스냉방보급 확대방안에 따르면 우선 가스냉방 의무확대 및 지원제도를 정비한다. 올해 6월부터 올해 예산 64억원 내에서 흡수식 및 GHP 설치 지원단가를 평균 20% 상향했다. 이에 따라 가스흡수식은 2.5~9만원/RT에서 3.4~9.9만원/RT로 RT당 9000원이 상향됐고, GHP는 16~35만원/RT에서 20~30만원/RT로 RT당 4만원이 상향됐다. 2016년 대비 40%가 줄어든 설치지원단가 수준으로는 가스냉방기기의 경제성 보완 실효성이 적어 신청수요 감소 추세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한 가스냉방과 경쟁에 있는 축냉설비 지원한도가 5억원, 지역냉방 지원한도가 3억 2000만원인 점을 고려해 1억원 한도에서 3억원으로 지원한도도 상향했다. 가스냉방 설계지원금 지급대상에 설비설계사무소 외 건축사사무소를 추가해 소형 건물에도 설계 단계시부터 가스냉방 정착을 유도한다. 특히 전력피크 대체 기여금도 신설한다. 

민간시설에 대해 가스냉방 하절기(5~9월) 권장가동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 달성하는 수요처를 대상으로 기여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하절기 권장가동기준안을 마련하고 내년 제도 시행 및 실적점검을 통해 2022년 상반기에 기여금을 지급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가동시간 증가를 통한 전력대체 실효성을 제고하고 가스냉방 운영기간 중 발생하는 유지보수비용 절감 효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2년에는 한국가스공사 예산을 활용해 시범사업으로 우선 추진하고 2023년 이후에는 안정적 예산 확보 및 제도 정착을 위해 정부에서 예산을 반영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공공기관 의무대상을 확대하고 사각지대 해소에도 나선다. 2011년 7월 공공기관 의무화 이전에 냉방기를 도입했던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증설 또는 부분개체시 개체 물량의 일정비율(예: 50%이상)을 비전기식 도입 의무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 민간 건설 후 공공으로 전환되는 기부채납 건물로 공공기관 의무화 적용대상으로 추진한다.

가스냉방 설치지원금은 고효율기자재 인증을 받은 기기에 한해 지원중인데, 소규모 GHP와 2중효용 대비 에너지효율이 27% 개선된 3중효용 흡수식 기기의 고효율기자재 인증을 추진해 내년부터 가스냉방 설치지원금 지급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소규모 GHP(4~6RT/대)의 경우 현재 고효율 인증기기가 없으며, 가스냉방 설치지원금 없이는 초기 설치비가 EHP의 약 2배에 달해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도시가스 미공급지역에 있는 공공기관에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GHP도 보급 확대할 계획이다. 군부대, 사립학교 등 의무화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공공부문에 대해서도 냉방기기 교체시 가스냉방 보급을 협의토록 할 계획이다.

2022년에 GHP 핵심부품인 압축기 국산화와 엔진 전용화를 R&D 신규과제로 추진해 원가절감으로 가스냉방 경쟁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압축기, 엔진은 가스냉방 핵심부품으로 전체 설비가격의 50%를 차지하기 때문에 R&D를 통해 GHP가격 10%가 낮아지면 현행 지원금 60%를 상향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중으로 가스냉방 브랜드화를 통해 마케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가스공사, 도시가스협회, 냉방기기사 등 관련업계가 공동으로 가스냉방 마케팅협의체도 구성한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6월 19일 정부의 정책을 반영해 올해 가스냉방설비 설치 지원사업 집행계획을 변경 공고했다. 이에 따라 설치장려금의 지원단가를 직화흡수식 냉온수기는 RT당 9000원, GHP는 RT당 4만원 인상해 평균 20% 인상했다. 흡수식 냉동기는 RT당 2만 2000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신설했다. 지원한도는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했다. 설계장려금은 RT당 1만원으로 하고, 지원한도는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장려금 사전확정방식도 도입했다.

가스공사는 정부의 가스냉방 보급확대방안과 별도로 자체 가스냉방 보급확대 정책도 구상하고 있다. 자체 재원을 활용해 ESCO 연계 및 금융지원 사업 등을 통한 신규 보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냉방기기의 초기 설치비에 대한 부담으로 민간투자가 주춤한 반면 정부 정책 장려금외에 지원제도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ESCO 방식 등을 활용해 에너지 진단 및 기기를 먼저 설치한 후 에너지절감비용을 투자비로 회수하는 방안이 유력시 검토되고 있다.

▲ 표3
▲ 가스냉방 보급 증가 추이.

가스냉방은 국가 에너지이용 합리화 측면에서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며 보급확대 필요성이 수년간 논의돼 왔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리와 기후 및 천연가스 이용조건이 유사한 일본의 경우 2010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가스냉방 비중을 우리나라의 2배에 달하는 20%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그동안 정부는 가스냉방 가동실태를 조사하고 업계 의견수렴과 연구용역을 거쳐 야심차게 가스냉방보급 확대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정부가 내놓은 가스냉방보급 확대방안과 한국가스공사의 적극적인 가스냉방 보급 의지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이제 실효성있는 세부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2030년까지 800만RT의 가스냉방 보급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정책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현실적인 벽이 높다. 정부와 유관기관, 업계가 함께 가스냉방 보급 확대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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