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전자, 삼천리ES 등 정부 GHP시장확대 노력 환영

▲ LG전자 GHP
▲ LG전자 GHP.

[에너지신문] 전기 의존적 냉방시장을 변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가스로 냉방을 할 수 있는 가스엔진히트펌프(Gas engine driven Heat Pump, GHP)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나서면서 관련 업계의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가스냉방 보급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에너지이용 합리화추진에 관한 규정 제10조에 따라 공공기관은 의무적으로 GHP를 설치해야 하기에 그동안 초중고 학교, 관공서, 국립대학교, 주민센터 등을 중심으로 GHP가 유통됐는데 지난 5월에 정부는 민간에서도 GHP를 적극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관련 지원금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했다.

정부가 GHP 시장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GHP를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업체들의 수익성도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GHP를 취급하는 업체는 LG전자와 삼성전자, 삼천리ES 등 3사다. LG전자는 GHP를 직접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수입과 자체생산을 병행한다. 삼천리ES는 전량수입한다. 

3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GHP 시장에 뛰어든 LG전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GHP 보급 노력이 업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판매했던 GHP가 민간영역까지 확대된다면 시장은 크게 확장될 것"이라며 "최근 정부의 강화된 GHP 지원금은 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을 인수해 GHP사업에 뛰어든 LG전자는 2012년부터 GHP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LG전자의 시장점유율은 50% 이상이다. 일본에서 시작된 GHP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 도입됐고 2005년 LS엠트론이 트랙터나 지게차 등에 사용되는 산업용엔진 기술을 활용해 GHP제조에 뛰어들면서 관련 기술이 국산화됐다.

일본 제품을 전량 수입하던 2002년, 1000대 수준의 GHP가 국내에 설치됐고 2005년까지 매년 70% 이상 규모가 확장됐다. 2006년 6000대에 거의 육박했던 GHP 설치규모는 2015년까지 오랜 침체기를 겪다가 2018년부터 조금씩 시장이 회복돼 지난해에는 7000대 이상 설치됐다. 

LG전자는 GHP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엔진을 현대자동차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고 있다. 농기계에 들어가는 LS엠트론 엔진을 2012년부터 2년간 사용하던 LG전자는 진동과 소음이 크지 않고 저렴한 현대자동차 엔진으로 2014년 교체했다.

LG전자는 32마력 이상의 GHP에는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 LNG)와 액화석유가스(Liquefied Petroleum Gas, LPG) 모두를 사용할 수 있는 GHP전용 2.6리터 엔진을, 25마력 이하 GHP에는 2.0리터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부터 현대자동차와 협업을 통해 개발한 GHP전용 엔진을 GHP에 적용하고 있다.

가스히트펌프(GHP) 설치 전경.
삼성전자 GHP.

삼성전자는 GHP실내기를 자체 생산하고 있지만 엔진이 들어가는 실외기는 일본의 아이신 세이키(Aisin Seiki) 제품을 사용한다. 아이신 세이키의 GHP 실외기 엔진은 토요타(TOYOTA) 제품이다.

삼성전자 GHP는 개별 실내기의 운전정보(시간, 요구능력, 사용시간)를 파악해 개별 가스요금을 자동계산이 가능하고 디지털 가스량계 원격검침으로 관리실 내에서 사용량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와이파이 키트를 사용해 앱을 통해 최대 16개의 이르는 실내기를 원격제어 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GHP는 언제 어디서나 시스템을 껐다 켤 수 있고 운전 모드 및 온도 설정 등 다양한 기능을 원격 제어할 수 있다. 

도시가스 사업을 하는 삼천리의 계열사인 삼천리ES는 일본의 디젤엔진 전문제조업체인 얀마(YANMAR)의 GHP 실내·외기를 수입·유통하며 GHP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1년 LG전자, 삼성전자보다 빠르게 GHP시장에 진입한 삼천리ES는 최근까지 1만여대를 누적 보급했다.

삼천리ES는 GHP시장 내에서 약점으로 꼽혀왔던 초고층 빌딩의 냉난방 시스템 적용의 기술적 문제를 최근 해결하면서 2020년 완공예정인 지하 7층, 지상 39층 규모의 초고층 건물인 넷마블 본사(G스퀘어)에 국내 최초로 건물 전체를 GHP(실외기 216대, 실내기 1300여대)로 시공하고 있다. 또 올해 말 준공 예정인 뚝섬 부지 내 33층 규모의 주상복합 아크로 서울숲 업무시설에도 실외기 기준 95대를 공급했다. 

정부의 GHP 정책 외에도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제조업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업계 내부에서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도 국내 GHP업체들이 정부와 함께 GHP보급을 확대하려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LG전자와 삼성전자 등이 국산GHP를 적극 생산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것 역시 GHP시장 확대를 가속화 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에서도 수송용 시장에서 내연기관의 퇴출이 검토되는 최근 사회분위기 속에서  GHP와 같은 산업용엔진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분명 있기에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기업들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름철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전기에 의존하는 국내 상황에서 전력대란 우려는 항시 존재한다. 지난 2011년 9월 15일 전기 소비 급증으로 순환정전을 경험한 바 있는 정부는 발전소 건설을 통해 충분한 전기를 생산하는 것만큼 전기 외의 에너지원을 적극 소비하는 것도 중요하게 인식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도 지나친 전기 의존적인 국내 냉방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업계와 학계에서 끊임없이 나왔었다. 이런 의견들을 반영해 정부 역시 2014년과 2019년에 각각 발표한 2차,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이런 전기 의존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특히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 중 전기의 비중은 87% 이상이고 생산된 전기의 70% 이상이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탈석탄, 탈원전을 대표적인 에너지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여름철 냉방에서의 전기 의존 현상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을 것이다. 

국내 냉방에너지에서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7% 수준에 그치고 있다. GHP시장을 개척하고 지금까지 발전시키고 있는 일본은 전체 냉방에너지 중 20% 이상을 가스가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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