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공론화 파행, 1차 책임은 산업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파행, 1차 책임은 산업부”
  • 권준범 기자
  • 승인 2020.06.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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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화 재검토위원장 사퇴...“불신의 벽 극복 못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재구성’ 제언

[에너지신문]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이해당사자들이 포괄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로 재설계돼야 한다. 재공론화의 중립성,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위원회가 구성돼야 할 것이다.”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격 사퇴를 선언한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은 위원회 재구성의 필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그간 위원회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산업부에 대한 불신의 벽을 극복하지 못했다”며 “위원회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민사회계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해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어려워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숙의성, 대표성, 공정성, 수용성 등 공론화의 기본원칙을 담보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더 이상 위원장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 지난해 5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출범식 모습. 그러나 1년여 만에 정정화 위원장(오른쪽 세번째)이 사퇴하며 공론화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 지난해 5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출범식 모습. 그러나 1년여 만에 정정화 위원장(오른쪽 세번째)이 사퇴하며 공론화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재검토위원회는 일반국민과 원전소재 지역주민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위해 지난 1년간 공개토론회와 전문가검토그룹 운영, 지역실행기구 구성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탈핵시민사회계는 위원회 구성의 구조적 한계와 산업부에 대한 불신 등을 이유로 의견수렴과정 참여를 전면 거부, 파행이 거듭돼왔다.

의견수렴을 위한 시민참여단의 1차 종합토론회는 당초 지난 19~21일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균형 있는 숙의 및 토론을 위한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지 못해 7월로 미뤄졌다. 그러나 연기된 토론회도 탈핵시민사회계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아 원자력산업, 환경, 에너지, 안전 분야 등에 대한 균형 잡힌 토론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 증설여부에 대한 의견수렴을 주관하는 지역실행기구도 위원 구성의 대표성과 공정성 문제로 파행을 거듭하기는 마찬가지다.

정 위원장은 “원전소재지인 경주시 양남면 주민설명회는 찬반주민간의 격렬한 대립으로 3차례나 무산됐으며 시민참여단 모집도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며 “7월 18~19일로 예정된 지역 종합토론회도 찬반진영의 균형 있는 토론자를 확보하지 못해 공정한 의견수렴이 불가능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사회적 합의형성 없이는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원전 운영국가 모두가 직면해 있는 난제중의 난제임에도 산업부는 포화가 임박한 월성원전 맥스터 확충에만 급급하다는 탈핵진영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며 “보다 적극적이고 진솔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얻지 못한 1차적인 책임을 산업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퇴 이유로 언급한 ‘불신의 벽’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재검토위원회가 의견수렴 절차를 강행할 경우 시민참여단의 논의결과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희박할 뿐만 아니라 원전산업계와 탈핵시민사회계, 그리고 원전소재 지역주민간의 격렬한 찬반대립으로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게 정 위원장의 설명이다.

정정화 위원장은 이어 재공론화 성공을 위한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정 위원장은 “재공론화는 탈핵시민사회계를 포함해 사용후핵연료와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이 포괄적으로 참여하는 논의구조로 재설계돼야 한다”며 “또한 원전 산업정책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닌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 산하기구에서 추진해야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위원장 교체 후 위원회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재구성을 주장한 것이다.

아울러 정 위원장은 “탈핵시민사회계는 국민의 안전과 미래세대를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재공론화에 임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원전소재지역의 의견수렴을 위해 구성된 지역실행기구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수 있도록 재구성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정화 위원장의 사퇴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진행하던 공론화 작업에 상당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 위원장이 파행의 책임이 산업부에 있다고 언급한 만큼 향후 공론화를 둘러싼 정부와 시민단체, 원전산업계 간의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권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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