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2022년까지 30개월간 100억원 투입…정부 43억 지원
GTT에 1척당 100억원 기술료 유출 … KLT 주관, 조선3사 주도

[에너지신문] 한국형 액화천연가스(LNG)선 화물창 KC-1의 품질논란을 딛고 글로벌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한 후속모델인 KC-2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가스공사, KC-1 기술을 보유한 KLT(케이씨엘엔지테크),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관련업계가 힘을 합쳐 지난 2014년 공동개발에 성공했던 한국형 화물창의 잇단 품질 논란을 극복하고, LNG화물창 시스템 개선을 통해 국제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해 후속모델 개발에 나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한 BOR 0.07 Vol%/day 이하의 LNG선박용 화물창 개발을 위해 올해 7월부터 2022년말까지 30개월간 KC-2개발 과제를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비는 약 1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총 43억원 이내에서 정부가 출연금을 지원하며, 올해 1차년도에는 11억원 이내에서 정부가 출연금을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제는 KLT가 주관기관을 맡고, 한국가스공사,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참여한다. 중견기업인 티엠시와 강림인슈, 연구기관으로 부산대학교와 창원대학교가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조선3사가 이미 독자 개발한 화물창 시스템의 개발기술과 관련 산업 및 학계의 노하우를 반영, 한국형 LNG화물창 기술을 집약해 한국형 LNG화물창 시스템을 개선하고 통합형 LNG화물창 시스템인 후속모델 ‘KC-2’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기술개발 목표는 우선 선박엔진 기술발전에 따라 시장 요구수준(BOR 0.07 Vol%/day 이하)의 화물창 성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선 3사의 의견을 반영해 멤브레인 및 Insulation Panel 단순화 등 멤브레인 배열표준화를 통해 KC-1 대비 금형 수량을 50% 감소할 계획이다. 또 폐쇄형 모형(Mock-up) 제작 및 시험평가를 통해 화물창 시스템의 품질 시험 수행 및 성능을 검증 평가하고 국내외 선급 인증을 취득할 예정이다.

특히 국내 조선3사의 화물창 설계 및 엔지니어링 기술을 집약해 조선사 주도의 새로운 통합형 LNG화물창 시스템 개념을 도출하는 한편 원가절감형 1,2차 방벽 및 단열시스템 기술을 개발, 설계 검증을 위한 구조 안정성 평가를 거쳐 국내 선급인증을 취득할 계획이다.

조선사 등 민간주도의 과제 수행으로 상업화 수준의 가격, 품질, 생산 경쟁력을 갖춘 KC-2 LNG화물창 시스템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SK 스피카호에 탑재된 한국형 화물창 KC-1.
SK 스피카호에 탑재된 한국형 화물창 KC-1.

◆ KC-2 개발해야 하는 이유는.

이같이 한국형 액화천연가스(LNG)선 화물창 KC-2의 개발에 정부와 관련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국내 조선사들이 세계 LNG선 건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LNG 선박건조시 핵심기술인 선박 화물창 라이센스를 보유한 프랑스의 GTT(Gaztranport & Technigaz)에 척당 선박건조비용의 5%인 약 100억원의 기술료(로열티)를 지불해 국부유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GTT에 지급한 로열티는 지금까지 누적으로 3조원 이상에 달한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2019년 3월 집계기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의 LNG선 수주량은 2015년 49척, 2015년 11척, 2016년 6척, 2017년 7척, 2018년 66척 등 139척이다. LNG선 화물창 해외로열티로 약 1조 4000억원이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LNG 수요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클락슨리서치는 지난해 3월 2019년 55척, 2020년 75척, 2021년 78척, 2022년 87척, 2023년 85척, 2024년 78척, 2025년 64척, 2026년 81척, 2027년 98척, 2028년 104척 등 10년간 전세계에서 805척의 LNG선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최근 전세계적인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LNG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지연되어 있어 LNG선박 발주시기가 늦어질 수 있지만 국내 조선소의 수주율이 약 80% 이상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10년간 6조원 이상의 로열티가 지급돼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 조선3사는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과 LNG선 건조공간(슬롯)확보를 위한 LNG선 계약을 맺었다. 2027년까지 국내 조선 3사가 일단 대규모 LNG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슬롯을 확보한 뒤 추후에 정식 발주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수주 계약으로 여겨진다.

QP에 따르면 계약 규모는 100척 이상, 700억리얄(약 23조6000억원)에 달한다. LNG프로젝트 개발과 맞물려 실제 수주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건조 계약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클락슨에 따르면 이번 계약 규모는 103척 규모로 척당 가격이 1억 86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3사가 QP부터 100척의 LNG선을 수주해 건조한다고 가정하면 GTT에게 약 1조원 이상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LNG선의 건조이익이 크게 훼손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과 유가 급락 등으로 지연되고 있는 모잠비크, 러시아 LNG 프로젝트가 최종투자결정(FID)을 할 경우 대규모 LNG선박 발주가 예고돼 있어 글로벌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한 후속모델인 KC-2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  KC-2 개발에서는 조선3사가 주도적으로 국내 LNG 화물창 기술을 집약해 가격, 품질, 생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 KC-2 개발에서는 조선3사가 주도적으로 국내 LNG 화물창 기술을 집약해 가격, 품질, 생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LNG선 화물창 기술동향과 풀어야 할 숙제는.

현재 LNG선의 핵심기술인 화물창 기술은 프랑스 GTT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현재 GTT는 Low BOR(0.07 Vol%/day@480㎜) 화물창 Mark Ⅲ Flex+ 로 세계시장을 선도하며, 최근에는 벙커링 연료탱크와 육상용 저장탱크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GTT의 지원하에 동남아시아, 싱가폴 등에서 벙커링 선박 및 연료탱크 생산 위주로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중국도 LNG화물창 시장 진입을 위해 국가적 지원과 개발을 진행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부유출 방지를 위해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여년간 한국가스공사와 조선3사가 정부 지원을 받아 총 개발비 197억원을 투입해 국산 LNG화물창 KC-1을 개발했으며 2007년 8월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한 바 있다.

2016년 2월 원활한 기술이전을 위해 가스공사와 조선3사가 공동으로 설계회사인 KLT(KC LNG Tech)를 설립했으며, 삼성중공업이 건조하고 SK해운이 운항을 맡은 국적 26호선(SK Serenity호)과 국적 27호선(SK Spica호)에 국산 화물창 KC-1 멤브레인을 탑재하고 2018년 2월 9일과 2018년 3월 9일 각각 선박이 인도됐다.

그러나 SK Serenity호의 경우 미국 사빈패스 LNG터미널에서 LNG선적후 가스공사 통영기지로 운항중 화물창 내부경계공간(Inner Barrier Space)에 미량의 가스가 검지됐으며 화물창 외벽 일부분에 결빙현상(Cold Spot)이 발생했다. SK Spica호의 경우 미국 사빈패스 LNG터미널에서 LNG선적 사전작업(질소치환)중 화물창 내부경계공간의 이슬점(Dew point)이 상온으로 측정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결국 국산 LNG화물창을 탑재한 2척의 LNG선박은 운항을 중단하고 현재까지 수리중에 있다. 최근 SK Serenity호가 2차 수리중이며, SK Spica호가 수리 대기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재 삼성중공업과 SK해운이 영국중재원에서 중재를 진행중이고, 2척의 LNG선을 대체해 선박을 투입한 한국가스공사가 SK해운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여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형 화물창인 KC-1의 첫 적용했던 국적선에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기술 완성도를 입증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체선 투입 등에 따른 비용 소송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대한해운이 제주LNG기지에 LNG를 운송하고 있는 제주 LNG 1,2호 LNG선에 적용된 KC-1 멤브레인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

KC-1은 BOR 0.12 Vol%/day@270㎜ 화물창으로 GTT보다 경쟁력에 있어 아직 뒤지고, 멤브레인 생산에 과다한 금형이 소요되는 점도 약점이다.

KC-1 개발에 참여했던 조선 3사는 독자적인 LNG화물창을 개발하는 등 설계기술을 갖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KC-S (BOR 0.08 Vol%/day@400㎜), 대우조선해양은 Solidus (BOR 0.07 Vol%/day@500㎜), 현대중공업은 HiMEX (BOR 0.085 Vol%/day@400㎜)를 개발하고 선급 승인을 완료한 상태다.

그러나 해외 LNG발주사의 경우 고가의 LNG선 건조시장에서 오랜기간 검증된 프랑스 GTT모델을 선호하는데다 다수의 기자재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GTT의 영향력 때문에 국내 조선 3사의 독자개발한 화물창 판매는 아직 단 한건도 없다.

GTT는 국내 조선사와 TA-LA 계약을 통해 특허권자와 실시권자간의 기술적 종속관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선사들이 이러한 계약관계를 벗어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조선 3사가 독자 화물창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GTT와의 상업적 계약관계와 특허권 분쟁발생 리스크 등이 있어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

조선 3사의 개발기술과 노하우를 반영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화물창을 개발하더라도 GTT의 견제와 상업적 이해관계로 민간차원에서 기술 집약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및 금융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향후 KC-2 가 성공적으로 개발될 경우 국적선에 KC-2를 적용해 실적을 쌓는 것은 물론 글로벌 LNG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나 GTT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제3의 업체가 영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산 화물창인 KC-1이나 조선 3사의 독자적인 LNG화물창 기술은 트랙레코드(실적)가 부족하고 아직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이번 KC-2 개발에서는 반드시 조선3사가 주도적으로 국내 LNG 화물창 기술을 집약해 가격, 품질, 생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업계의 관계자는 “어려움을 겪은 KC-1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KC-2 개발 과제를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철저한 품질 시험 및 검증이 필요하다”라며 “한국형 화물창 후속개발을 통해 국내 가스 및 조선업계가 기술자립 기반을 갖고 불필요한 국부유출을 최소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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