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기, 국내 과밀경쟁 벗어나 수출상품 변신하도록 도울 것"

[에너지신문]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가 27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2020년도 정기총회를 열고 최재범 귀뚜라미 대표를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최 회장은 에너지기기를 수출품목으로 변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정기총회 이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에산진 13대 회장에 선임된 최 신임 회장은 "그동안 국내 에너지기기 제조업체들은 내부에서 지나친 경쟁을 벌인 측면이 있다"며 "경쟁을 통해 기술력이 좋아진 점은 인정하지만 이제는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로 나가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 에산진의 13대 회장에 선임된 최재범 귀뚜라미 대표.
▲ 에산진의 13대 회장에 선임된 최재범 귀뚜라미 대표.

최 회장은 "에산진의 회원사들이 수출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인증을 도와야 한다"며 "수출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제품의 인증을 해외에서 받아야 하는데 언어문제, 에이전트 비용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기에 에산진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움직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정기총회에서 통과된 올해 사업계획에 따르면 에산진은 회원사들의 해외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업무를 강화했다. 에산진 관계자는 "해외인증기관의 업무를 대리하면서 에산진 자체가 에이전트의 역할을 하거나 에산진이 해외인증기관의 국내 대리인증기관이 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국내 에너지기기 제조업체들의 수출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 회장은 "에산진이 그동안 협회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 측면은 있었는데 이는 아쉬운 점이었다"며 "최대한 업계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에산진 차원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83년 설립된 에산진은 에너지기기 제조업체 공동의 이익증진과 발전을 위해 설립된 사업자 단체지만 그동안 에너지기기의 품질·안전 검사를 실시해 제조업체들이 정부의 각종 기준을 통과할 수 있게 돕는 일이 주요 업무였다.

이날 최 회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콘덴싱 의무화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당초 12월까지 유예기간을 둘 것이라고 알려졌다가 갑자기 9월까지로 일정이 당겨지면서 에너지기기 업체 중 일부가 상당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며 "환경을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은 방향에서는 맞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에산진 정기총회에서 최재범 신임 회장(사진 가운데)과 임원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에산진 정기총회에서 최재범 신임 회장(사진 가운데)과 임원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의 이런 발언은 에너지기기 업계의 중요 산업인 가스보일러 분야에서 최근 일어난 변화에 대해 업계의 반응이 엇갈리는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친환경 보일러 의무화가 4월 시행되면서 친환경보일러 설치가 어려운 주거공간에는 일반보일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정부가 허용했지만 그 시기가 당초 업계 예측인 올해 말보다 3개월 이상 앞당겨 지면서 일부 업체들은 미리 만들어 둔 일반보일러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동나비엔을 제외한 귀뚜라미, 린나이, 대성쎌틱, 롯데알미늄, 알토엔대우 등 가스보일러 제조사들은 에산진의 이사진을 구성하는 임원사지만 이번 친환경 보일러 의무화에 대한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 에산진이 적극 대변하지 못했었다. 이해 당사자인 대성쎌틱의 고봉진 대표가 에산진을 이끌고 있었기에 발언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고 협회 성격을 지닌 에산진이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일부 업체들은 아쉬움을 표했었다.

한편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지난해 주요사업 실적 △회원사들의 대정부 업무지원 성과 △회원사 동향 등의 보고안건과 △지난해 결산 △올해 사업계획 △정관 개정 △회장 및 이사·감사 선임 등에 대한 의결안건 등에 대해 논의됐지만 모든 안건에서 별다른 이견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