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의 신성장동력은?
천연가스 역할 증대 따른 성장 발판 마련
수소 생태계 조성…벙커링·화물차 보급 앞장

[에너지신문] 셰일혁명과 기후변화 대응에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지각변동은 국내외 에너지산업 환경도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석탄, 석유 등 화석에너지에서 천연가스,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은 에너지기업들의 생존과 직결되며 새로운 혁신 성장동력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9년 발행한 ‘최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스의 역할(The Role of Gas in Today’s Energy Transitions)’ 보고서에서 가스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토요타 미라이 수소충전소(사진출처 h2logic).
토요타 미라이 수소충전소(사진출처 h2logic).

미국, 중국 등 세계 강대국들은 이미 에너지 전환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메이저 에너지 기업 또한 사업영역을 천연가스 시장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국내 가스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도 최근에는 수소·벙커링·LNG화물차 등 천연가스와 연관된 다양한 미래 신사업을 펼치고 있다.

친환경 수소경제사회 주도하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와 세계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는 수소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지목하며 “2050년에는 수소가 전체 에너지 수요량의 18%를 차지할 것이며, 전 세계적인 수소 시장은 연간 2.5조 달러, 연관 산업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도 3000만개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지구 온난화와 미세먼지가 사회 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고갈 가능성이 없고 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는 수소가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수소에너지 상용화에 가장 적극적인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수소올림픽’이라 이름짓고 수소버스 50대를 투입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수소연료 상업발전소 가동, 수소차 80만대, 충전소 900개소로 확충할 계획이다. 이미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세계 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

미국은 2050년까지 자동차시장의 27%를 수소차로 보급할 예정이며 독일도 2023년까지 수소차 50만대, 충전소 400개소 설립을 목표로 세워두고 있다.

우리 정부도 수소경제를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선정한데 이어 지난해 1월 2040년 국내 수소차 누적 보급 290만대, 수소충전소 1200개소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수소산업을 이끌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도 수소경제 시대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으로의 수증기로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천연가스 개질방식이 초기 수소경제 시대에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전국으로 연결된 4908km의 천연가스 주배관과 전국 거점에 위치한 411개소의 공급관리소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활용한 수소의 생산과 운송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해 4월 ‘수소사업 추진 전략’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총 4조 7000억원을 투입해 수소 생산·공급·유통과 기술개발 등 수소산업의 전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공공기관으로서 선도적 투자를 펼쳐 수소경제 활성화를 견인하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가스공사는 수소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일찌감치 관련 법령도 손봤다. 가스공사의 사업범위에 수소사업을 포함시키는 법률 개정안 통과를 마쳤고 정관 개정까지 끝냈다. 이를 통해 수소산업 육성의 주체로서 가스공사의 역할을 명확히하고 사내에 수소사업 조직도 확대·개편했다.

수소경제사회에는 수소 생산과 공급이 핵심이다. 따라서 가스공사는 수소생산 시설을 구축해 제조원가 인하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수소를 현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김해 제조식 수소충전소’ 착공식을 가졌다. 올해 김해시와의 긴밀한 협업으로 가스공사 부산경남지역본부 부지에 김해 충전소를 준공하고, 수소 제조 및 출하설비도 설치해 내년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아울러 광주광역시와 창원시를 거점형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의 대상지역으로 선정해 수소 추출설비와 출하설비를 구축해 올해 하반기부터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수소충전소 설치·운영 특수목적법인으로 지난해 3월 설립된 하이넷(Hynet)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이넷은 13개 수소 관련사가 참여해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100개 구축을 목표로 수소 충전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의 수소산업 기술개발 수준은 상용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수소산업 기술 자립을 위해 2030년까지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전 밸류체인에서 기술 자립을 달성할 예정이다.

특히 천연가스 개질 기술의 국산화, 탄소 포집과 자원기술 개발, 수전해 기술 연구 등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전 분야에서 단계별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선진국 수준의 수소산업 안전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안전 관련 국제표준 선도에도 나설 방침이다.

지속가능한 수소경제사회를 위해서는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과 제도적 장치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12월 ‘수소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포함된 종합적인 안전 대책을 내놨다. 지난 2월에는 ‘수소경제 육성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수소경제시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법률적 근거도 마련됐다.

가스공사는 가스 설비의 안전·품질·환경 분야에서 국제 표준 충족 및 인증 획득 경험을 바탕으로 수소 시설 기준의 국제 인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수소의 누출 방지를 위해 감지센서, 경보장치, 압력방출장치, 소방시스템 등과 같은 안전 설비의 설계와 자재 구매·시공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고 신규 수소 시설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시스템 구축과 교육체계도 확립할 예정이다. 법규와 국제 표준에 기반한 수소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으로 수소 안전 관리 규정을 정비하고 안전 운영 절차서, 보수 및 유지관리 지침서, 안전 진단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수소 안전 전문가 육성 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중장기 교육 훈련 로드맵에 반영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가스공사는 민간부문과 적극 협력해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수소 제조·공급·유통 및 기술개발 등 수소산업의 전 과정과 체계적인 안전 관리에 적극 참여해 수소에너지 중심의 친환경 에너지전환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경영의지를 밝혔다. 

LNG 추진선 에코누리호에 LNG연료를 주입하고 있다.
LNG 추진선 에코누리호에 LNG연료를 주입하고 있다.

LNG벙커링·화물차 등 수송용 연료 전환
가스공사는 LNG벙커링과 LNG화물차 등 수송용 연료 전환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천연가스를 액화시킨 LNG를 수송용 연료로 공급해 전 세계적으로 진행중인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해운 규제로 평가받는 IMO2020이 올해 본격 시행됐다. 모든 선박연료의 황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이하로 규제키로 한 국제해사기구(IMO)의 결정을 전 세계 해역의 모든 선박이 따라야 한다. 선박 연료로 LNG를 사용하는 ‘LNG선박’과 연료를 공급하는 ‘LNG벙커링’이 친환경 신사업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가스공사도 LNG벙커링 활성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8년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을 통해 선박연료 범위에 천연가스가 추가됐고, 지난 2월에는 도시가스사업법에 LNG벙커링 사업이 포함돼, 올해 8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LNG벙커링을 국가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법, 제도적 장치도 완비한 셈이다. 그동안 가스공사는 초기 LNG벙커링 사업 활성화를 위해 선도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해 오고 있다. LNG 추진선의 원활한 연료주입을 위해 통영LNG기지에 선적설비인 로딩암 4기를 완공했으며, 이어 국적 LNG 29호선 ‘SM JEJU LNG 2호’를 건조시켰다.

통영기지와 제주기지를 오가는 ‘SM JEJU LNG 2호’는 선박 연료용 LNG 공급설비를 탑재한 Ship-to-Ship 방식의 아시아 최초 ‘LNG벙커링 겸용 선박’으로 향후 LNG벙커링 사업에 앞장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가스공사는 국내 교통·수송 분야 미세먼지 배출 비중이 높은 경유 화물차 연료를 LNG로 대체해 육상 환경을 개선하는’LNG화물차’ 사업도 펼치고 있다.

가스공사는 2000년대부터 CNG버스를 중심으로 천연가스차량 보급사업을 추진해 그동안 육상 대기환경 개선에 기여해 왔다. 이제는 고마력,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LNG화물차가 대형화물차로 적합하다는 판단으로 LNG화물차 사업을 본격 추진해 미세먼지 감축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가 시행한 ‘LNG화물차 보급 타당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LNG화물차는 경유 화물차에 비해 미세먼지(PM) 100%, 질소산화물(NOx) 95%의 오염물질 저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술성 및 경제성에서도 우위로 분석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LNG대형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를 지원한다는 경영방향을 설정하고, LNG청소차·LNG콘크리트 믹서트럭 등 차종 다양화와 완성차 및 튜닝차를 통해 선도적으로 LNG 대형차량 보급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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