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에 덧씌워진 초미세먼지 프레임…비뚤어진 정책 소비자 혼란 야기
“초미세먼지 해결에는 질소산화물보다 암모니아 줄이는게 더 효과적”

[에너지신문] 급격히 하락한 원유(crude oil) 가격에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1분기 국내 정유사 중 돈을 벌었다는 회사가 없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 모두 올해 1분기에 많게는 1조원 이상, 적게는 50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 누구도 웃지 못하는 암울한 상황에서도 국내 정유4사는 원유 가격의 회복과 코로나 바이러스의 극복 등 정상 시장을 바라보며 버티고 있다. 저유가와 코로나로 불활실성이 증대되는 것 못지않게 업계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오랜시간 정유사들을 괴롭힌 대한민국 정부다.

정부의 행태에 비하면 최근 위기에서 대한민국 기간산업 중 유일하게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억울하지도 않다는 것이 정유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석유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유포하고 잘못된 정책을 펼치는 정부의 행태는 그동안 대한민국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충실히 공급하던 정유사들에게 비수를 꽂고 있다. 환경이 산업을 지배하는 최근 상황에서 정유사들은 억울한 누명만을 뒤집어쓰고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비명만을 지르고 있다.

초미세먼지 원인이 질소산화물이라는 정부 주장, 과연 진실일까?
미세먼지가 국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은 초미세먼지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다. 눈에 보이는 미세먼지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가 인체에 더 심각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많은 사람들이 초미세먼지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초미세먼지 이슈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질소산화물(NOx)을 지목했고 이를 줄이기 위해 정책을 펼쳤다.

정부는 다수의 국민들이 거주하는 대도시의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는 것을 초미세먼지 대책으로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고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스보일러, 경유차 등을 시장에서 제거하는 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하지만 초미세먼지가 질소산화물에서 오는 것인지에 대해 최근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질소산화물 자체로는 초미세먼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최근 연구들의 결과다. 염기성인 암모니아(NH3)와 산성인 질소산화물이 중화반응을 할 경우에만 생성되는 것이 질산암모늄(NH4NO3)이 초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이 된다.

질소산화물 그 자체가 초미세먼지가 아니라는 연구가 나오면서 정부의 초미세먼지 대책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2020년부터 2024년까지의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에서 여전히 초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스보일러와 경유차를 시장에서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질산암모늄 억제에는 암모니아 제거가 더 효율적”
이태형 한국외국어대 환경학과 교수는 암모니아를 잡으면 초미세먼지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도심 초미세먼지의 70% 가까이가 암모니아와 질소산화물의 중화반응으로 일어나기에 암모니아를 제거하는 것이 질소산화물을 관리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만약 암모니아가 없다면 질소산화물이 초미세먼지로 변할 수 없기에 질소산화물과 암모니아를 다 줄이는 것보다 암모니아 하나를 잡는 게 더 경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암모니아는 비료의 원료이기에 농업 분야가 암모니아의 최대 배출원이다. 그 다음은 축산농가의 가축분뇨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다.

학계에서는 암모니아가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핵심 물질로 인지하고 암모니아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송미정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농촌지역에서 발생되는 암모니아가 인근 도심의 초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12월에 발표했다.

이상룡, 김민석 전주대학교 농생명융합학과 교수팀도 가축분뇨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가 초미세먼지의 전구체(precursor)로 작용하기에 암모니아 발생량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다.

정부는 농축산농가에서 발생되는 암모니아가 초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과학적 규명이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미세먼지 종합대책에서 가스보일러와 경유차의 시장 퇴출이라는 기존 방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김영독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는 “초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는 먼저 초미세먼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해야 한다”며 “초미세먼지의 형성과정과 구조를 연구하고 있고 초미세먼지의 화학 성분 분석도 상당히 진행됐지만 이렇게 과학적으로 규명된 결과들이 초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암모니아가 초미세먼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질소산화물보다 크다는 것은 밝혀졌고 대기중 농도가 훨씬 낮은 암모니아를 억제하는 편이 초미세먼지를 억제하는 것에 더 효과적이라는 기대감은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업손실 대부분 원유가격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큰 위기 아니야”
경유는 국내 정유사들이 가장 주력으로 생산하는 석유제품 중 하나다. 경유에 대한 악소문을 내는 환경부를 정유사들이 좋아할 수 없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정부가 환경을 위해 정책을 펼치는 것을 비난할 순 없지만 정확한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고 정책을 펼치거나 잘못을 인지하고도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는 독선 등은 비판을 받기 충분하다.

올해 1분기 큰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정유사들이지만 국내에 존재하는 환경부라는 대규모 악재에 비하면 현재의 저유가와 코로나 등 불확실한 시장 상황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정도의 미약한 위기일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정유사들이 겪는 영업손실은 대부분 재고평가손실이기에 개선의 여지가 크다.

정유사의 재고평가손실은 원유 가격이 오르면 이내 회복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1분기에 잡아둔 재고평가손실은 원유 가격이 회복될 경우는 재고평가이익으로 변할 수 있어 큰 위기로 보지 않는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에 1조 77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원유 가격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이 9418억원으로 전체 영업손실 중 53%가 재고평가손실에 따른 것으로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이 났다고는 하지만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과 비슷한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GS칼텍스 역시 원유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발생한 재고평가손실이 전체 손실의 대부분이었다. 1조 3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GS칼텍스는 9000억원의 재고평가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체 영업손실의 87% 이상이다.

S-OIL도 원유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발생한 재고평가손실이 전체 손실의 대부분이었다. 1조 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S-OIL은 7210억원의 재고평가손실을 기록했고 이는 전체 영업손실의 71%를 넘는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는 재고평가손실을 빼면 오히려 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1분기에 56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유가변동에 따른 영업손실이 5885억원이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est Texas Intermediate, WTI)의 배럴(barrel)당 가격이 올해 1월 배럴당 60달러대에서 3월에는 20달러대로 급격히 하락했다. 1월과 2월에는 배럴당 50~60달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던 원유 가격이 3월에 20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구매해 산유국 현지에서 국내로 들여오는데 약 2주에서 한 달 반 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또 구매 한 원유를 석유제품으로 가공하고 이를 유통시켜 수익을 올리는데는 시간이 더 소요된다. 정유사의 사업구조에 따르면 유가의 급격한 하락은 원료 구매부터 수익 달성까지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 차이를 둔다.

1월에 60달러에 구매한 원유는 2월에 석유제품이 된다. 2월에 구매한 원유는 3월에서야 석유제품으로 판매된다. 배럴당 50~60달러 수준에서 구매한 원유를 이용해 석유제품을 생산했지만 판매시기의 원유 가격은 배럴당 20달러대로 하락하고 이에 따라 석유제품의 가격도 하락했다.

결국 원유 거래가격이 급락하면서 원유 구입비용이 회계상 재고평가손실로 처리되는 상황이 올해 1분기 국내 정유4사에게 모두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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