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남북자원 협력 앞당겨야
[기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남북자원 협력 앞당겨야
  •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 원장
  • 승인 2020.05.20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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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대봉쇄’, 피해 최소화 하려면?
‘자원이 곧 안보’…대체 에너지원 방안 필요

[에너지신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중국 1분기 경제성장률은 관련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미국과 유럽 경제도 만신창이가 됐다.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도 -1.4%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4분기에 -3.3%를 기록한 이후 11년 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3월 이후 세계 각국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됐기에 2분기 경제성장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인적·물적 교류 위축과 공급사슬의 붕괴로 글로벌 교역에도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실제 4월 8일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무역 규모가 2019년 대비 13%에서 최악의 경우 32%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과 정책 대응 효과에 따라 2021년 세계 상품 무역이 올해 대비 21∼24% 회복할 것이며, 특히 각국이 힘을 합치면 단독으로 행동할 때보다 훨씬 빠른 회복세를 보게 될 것이라고 희망섞인 의견도 나왔다.

WTO의 희망이 현실화되려면 국제적인 공조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이럴 때 필요한 리더십과 소통은 커녕 정반대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3월 31일 상하이 공항에서는 프랑스 지방정부에서 단체로 주문한 마스크 6000만장 중 200만장을 미국 바이어들이 웃돈 3~4배를 현찰로 주고 가로챘고, 비슷한 시기에 중국발 이탈리아행 마스크 선적 화물이 체코 해역을 통과하던 중 압수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체코 정부가 지원한 ‘절도행위’라고 비난했다. 터키는 의료물자 수출을 금지한 것도 모자라 이미 수출 계약이 끝난 물자의 수출까지 금지해 물의를 빚고 있다. 각국은 수출 금지는 기본이고 첩보요원까지 동원해 물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앞에 WTO의 희망 대신 국가 간의 불신과 이기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국민 담화는 독일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는 척도였다.

지난 3월 18일 메르켈 총리는 담화를 통해 “동서독 통일 이래, 아니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며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독일은 코로나19 이후 이탈리아가 절실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에서도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등의 의료장비 수출을 금지하고 심지어 국경까지 폐쇄했다. EU의 맹주인 독일조차 코로나19 앞에서는 유럽의 ‘자유로운 이동’ 원칙을 제한하고 오로지 독일 일신만을 챙기겠다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이전의 독일은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유럽 난민 사태 이후 무려 10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또 2017년 이후 미국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와 고립주의(Isolationism)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국가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자주의(Multilateralism)의 가치’를 무엇보다도 강조했던 나라다.

특히 지난 1월까지도 “영국의 EU 탈퇴 이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EU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회원국들이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가 초래한 공중보건 위기가 단 3개월여만에 거시경제를 최악으로 물들이며 세계를 대혼란에 빠뜨릴 수 있었던 것은 지난 30여년 간 진행돼온 ‘세계화’의 영향이 크다. 앞으로는 독일처럼 세계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국 우선주의’, ‘자국 보호주의’가 더욱 팽배해질 것이다.

미국이 빠진 세계 질서의 공백기에 코로나19가 ‘세계화’의 발목을 단단히 붙들어 잡은 것이다.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이후, 즉 ‘포스트-코로나19’는 사람과 물자 간 자유로운 교류가 핵심가치인 세계화의 흐름이 상당부분 약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모두가 인식하게 되면서 자국 중심으로의 공급망 재편화가 대세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글로벌 기업들은 재고 감소와 생산 효율 증대를 위해 주문받는 시점부터 소량만 생산하는 ‘적시생산시스템(JIT: Just In Time)’ 방식을 전 세계에 구축해 왔다. 하지만 JIT는 완벽한 공급망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각종 충격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전선 다발인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 부품을 납품하는 중국 현지 공장이 코로나19로 멈춰버리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3년만에 부품 수급이 끊긴 현대차 공장은 초유의 생산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물론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해 오랜 기간 공들여왔다. 이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멕시코 볼레오 동광 프로젝트 현장.

그러나 언제 제2, 제3의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조사에서 이미 중국에 진출한 미국기업 중 25% 이상이 코로나19 이후 일부 혹은 모든 원자재 조달을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옮기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재 상당수의 경제학자들과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도 글로벌 제조업의 대대적인 판도 변화에 적극적인 대비에 나서야 한다.
물론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입장이 조금 다를 수 있다.

한국은 공급망 재편보다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바로 ‘대봉쇄(Great Lockdown)’다. 대봉쇄가 두려운 것은 핵심 자원의 생산량은 충분히 원활한데도 불구하고 공급망의 완전한 차단 때문에 파괴적인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세계 최대 쌀 재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은 전 세계 쌀 재고의 3분 2를 비축하고 있음에도 쌀과 밀을 더 확보하려 하고 있다. 2019년 637만톤의 쌀을 수출한 세계 3위의 쌀 수출 대국 베트남은 3월 24일 자국 내 식량 확보 차원에서 수출을 금지했다가 최근 40만톤의 쿼터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2019년 4260만톤의 곡물을 수출 했으나 앞으로는 1/6수준인 700만톤 이내에서만 하겠다고 발표했다. 카자흐스탄 역시 최근 밀과 당근, 설탕, 감자를 모조리 수출 금지 대상에 올렸다.

한국 경제를 기근에 빠트릴 대봉쇄 대상물은 ‘광물자원’이다.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등을 이유로 장기간 광물자원의 생산중단, 이동제한 또는 대봉쇄가 발생하면 한국 경제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지난해 7월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다행히 원자재는 중국, 유럽 미국 등 일본 외 다른 국가로부터 공급이 가능했지만, 만약 대체 국가에서 원자재 수출에 대한 대봉쇄가 실행되면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광물자원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치명타를 입게될 것이 뻔하다.

에너지자원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줄이고 그 자리에 LNG발전을 채우고 있다. 중국 역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석탄 대신 LNG 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은 2021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 될 전망이다. 세계 1위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LNG 수요가 반등하면 가격 인상 압력은 커진다.

다른 에너지원보다 LNG의 글로벌 공급 및 가격 변동성이 커 LNG 의존도가 높아지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에너지자원 대봉쇄 발생시, 대체 에너지원이 없는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대책이 필요하다.  

미 국방부는 지난 3월 29일 희토류 광산과 생산시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으로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방물자생산법은 1950년 6.25전쟁 당시 군사물자 조달을 위해 만들어진 법안으로, 전시처럼 긴박한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민간기업에 국방, 에너지, 우주, 국토 안보를 지원하기 위해 주요 물자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70년이나 묶여있던 법을 동원해 환경 이슈를 깔아 뭉개고 미국업체들이 희토류를 자체 생산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6일 미국은 ‘달과 화성을 비롯한 우주 공간에서의 자원 발견과 이용을 장려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자국기업이 달을 비롯한 우주 자원을 자유롭게 채굴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우주를 세계 공동의 자산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 달에서 철, 알루미늄, 티타늄, 희토류 같은 자원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광풍 속에서도 미래 자원 선점을 위한 미국의 움직임은 놀라움과 부러움 그 자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봉쇄’는 흔한 풍경이 될 수도 있다. 한국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시켜 어떻게 대봉쇄를 헤쳐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산업의 주춧돌인 원자재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제품 생산력을 갖추더라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불가능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자원이 곧 안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코로나가 세계화를 변이시켰다. 앞으로 세계는 전대미문의 전염병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와 세계 곳곳의 경제적 문제로 인해 더욱 더 고립주의가 팽창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 수립했던 소극적인 자원 정책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 남북한 자원협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대한 과제로 부상했다. 새로운 시대 환경에 걸맞은 남북한 자원 협력 방안이 나와야 한다.

첫 걸음으로 한반도광물자원연구센터 등 민간 단체들이 북한과 자원분야에서 학술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남북간 민간 학술교류로 정보와 신뢰를 쌓고, 대북 제재 해제 이후 신속하게 기초 단계를 뛰어 넘고, 실질적인 자원공동 개발 단계로 진입하기 용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자원개발에 있어 한국광물자원공사(KORES)만한 규모와 실력을 갖춘 국내 조직도 없다. 때문에 광물자원공사를 정상화시켜 때가 되면 북한에 즉시 자원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체질 개선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남북이 자원협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번영을 함께 누릴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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